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7편 '하루의 끝은 그대와 함께'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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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왔어- 하아.. 피곤하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여니 복도를 미츠하가 슬리퍼를 끌어가며 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야 집으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든다.
「수고했어- 밥 해놨어」
「응, 고마워. 어라, 일부러 안 먹고 기다리고 있던거야?」
거실로 들어서니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와 밥그릇 두 개, 그리고 물컵이 놓여 있었다.
「타키군이랑 같이 먹고싶어서..」
그렇게 귀여운 말을 하는 미츠하에게 겉옷을 건네고 타키는 의자에 앉는다.
미츠하가 옷걸이에 겉옷을 거는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타키는 컵에 들어있던 보리차를 단숨에 들이마시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그렇게 한숨 계속 쉬면 행복이 달아난다니까?」
「미안 미안. 오늘은 진짜 힘들었어서..」
미츠하가 하는 말도 맞지만 오늘은 좀 봐줬으면 한다.
오랜만에 이런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오니 정말 죽을 것 같다. 오늘 같은 날은 좀처럼 없어서 일어선 기운조차 나지 않는다.
미츠하가 옷에 페브리즈를 뿌리고 옷자락에 진 주름들을 쫙 핀다.
평소에는 타키가 알아서 하지만 정말 피곤해보이는 타키를 보고 눈치좋게 해주는 거겠지.
「정말 힘들었겠네, 클레임이 그렇게 많이 들어왔어?」
「응. 현장 쪽에서 연락 미스 난게 설마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될줄은..」
「음.. 아, 밥 어느정도 풀까?」
미츠하가 밥솥을 열면서 묻는다.
살짝 생각하다 「어.. 그냥 알아서 줘」라고 타키가 말해서 미츠하는 밥을 적당히 퍼내 밥그릇을 식탁에 놓는다.
「자 타키군」
「땡큐.. 좋아, 미츠하가 맛있게 밥 해줬으니까 일단 다 잊고 밥부터 먹자!」
그렇게 말하며 타키는 자기 볼을 탁 탁 치며 억지로 웃는다. 미츠하도 그런 타키를 보며 슬쩍 웃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던건데?」
「아- 처음에는 그냥 별거 아니였는데, 현장 사람들이랑 점점 일이 꼬이기 시작해서..」
미츠하가 물어봐서 오늘 있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한다.
약간 연락이 꼬여서 엇갈리기 시작한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서, 결국 고객들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가 나쁘고 잘못했다고 할 건 없고, 굳이 말하자면 나쁜건 운이었다.
어쨌든 그것 때문에 이 시간까지 남아서 야근하게 되었다고 미츠하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어휴.. 진짜 힘들었겠네. 그래서 잘 처리 됐어?」
「뭐 어떻게든 됐지. 하... 역시 미츠하 밥이 보약이네. 된장국이 몸 속에 스며드는거 같아..」
미츠하의 된장국은 도쿄에서는 보기 드문 붉은된장¹을 사용해서 먹다보면 이토모리에 있던 때가 떠오르곤 하는 추억의 맛이다.
젓가락으로 살짝 저으니 국그릇 속에서 바지락들이 까끌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다 내음과 된장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이야.. 진짜 맛있네. 이건 닭고기랑... 생강을 같이 찐건가? 어쨌든 담백해서 맛있어」
일로 지쳐서 기름진 음식들로 보신하고도 싶었지만 이런 담백하면서도 씹는 맛이 있는 것들도 좋다고 타키는 생각한다.
닭찜이지만 퍼석퍼석하지 않고 생강과 마늘의 냄새가 식욕을 돋구아 젓가락질이 절로 빨라진다.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다.. 닭다리살이 피로회복에 좋다고 들어서 만들어봤어」
「오, 그렇구나. 지금 나한테 딱 맞네」
이렇게 사소한 마음씀씀이가 정말 기쁘다.
일 때문에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한건 저녁시간 전이긴 했지만, 미츠하도 그 때는 직장에 있었을텐데..
「그나저나 미츠하는 직장 잘 다니나보네, 뭐 별말 하지도 않는거 보면」
「내가 타키군보다 사회인 3년 선배인걸! 그리고 직장 사람들 전부 좋은 사람들이라 뭐」
정말 다 좋은 사람이긴 한건지 적어도 타키가 미츠하와 동거하게 된 뒤에는 직장 푸념을 들은 적이 없다. 직장 얘기 정도는 가끔 하지만 그게 끝이다.
「그래도 나도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엄청 고생했다고? 그때는 일이 손에 안 익었으니까 야근도 꽤 많이 했고..」
「그렇구나, 아, 그럼 사회인 선배로서 나한테 해줄만한 어드바이스는..?」
「으음, 그냥 익숙해지면 돼」
「역시 그렇지..」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다 똑같은 말을 한다.
타키도 최근들어 저 말이 진리라는 걸 실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과 같이 돌발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는 기운이 쭉 빠져버린다.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이 말하지?」
「응.. 막 들어오고 반년에서 1년 지날 때 까지가 가장 힘들다고, 언젠간 익숙해질테니까 그냥 힘내라고만 하더라」
「그렇지. 뭐 실제로 나도 그랬으니까.. 불평이나 푸념은 얼마든지 들어줄테니까, 알겠지?」
동의를 구하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츠하.
'알겠지? 는 무슨.. 무서운 말을 뭐 그리 귀엽게 하고 있냐.' 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뻔 해 타키는 대충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알았어, 고마워 미츠하」
「아니야, 여자친구니까 이런 거 정도야 뭐, 그 대신 내가 가끔 회사일 때문에 짜증낼 때는 잘 들어줘야돼?」
「뭐 가-끔이겠지만 들어줄게. 그리고 미츠하가 만들어준 맛있는 밥 먹었더니 뭐 직장일같은건 다 잊게 되네, 내일 휴일이기도 하고」
「응 응, 그렇게 받아들여야지!」
어느정도 시간도 지나고 미츠하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직장 때문에 머리를 앓는 게 바보같이 느껴졌다.
마지막 한 점 남은 반찬과 쌀밥을 다 먹은 타키는 밥그릇을 내려놓고 손을 합장한다.
「그럼,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좀 많이 만든 감이 있었는데 다 먹어줬네」
정말 기뻐하며 웃는 미츠하.
타키는 먹다보니 맛있어서 다 먹어버린거였지만, 열심히 만든 음식을 다 먹어줄 때의 기쁨은 타키도 잘 알고 있다.
「맛있었으니까 뭐.. 일단 설거지는 내가 할게」
「고마워. 그럼 난 홍차라도 끓여야겠다」
미츠하는 요즘 홍차에 꽂혀있다.
이토모리에서는 녹차만 계속 마셨으니까 질려서 그런거라고 타키는 예상하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보통 또래들이 좋아하는 커피가 아니라 홍차에 빠진건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오, 식후에 딱 좋네, 미츠하가 끓여주는 차 좋지-」
「음... 오늘은 이 찻잎을 써볼까, 이거 찻물 온도를 몇도로 하라고 했지..」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찾아보며 찻잎을 꺼내는 미츠하.
옛날에는 집에서 차는 고사하고 커피도 별로 마시지 않았던 타키는 그 모습이 꽤 신선했다. 그래서인지 미츠하와 함께 마시는 차는 언제나 좋았다.
「미츠하는 어디 한번 꽂히면 그거만 파는거같아」
「이왕 마시는거 내가 좋아하고 맛있는거 마시고싶으니까..」
「진짜 그래서 그러는거야..?」
역시 한우물만 파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면서 설거지를 끝낸다. 옆을 슬쩍 보니 미츠하는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릴듯해 타키는 차 마실 준비를 하기로 했다.
언제나 차 마실 때 쓰는 책상에 컵과 차와 함께 먹을 건포도와 견과류를 갖다두고 TV를 킨다. 뒤를 돌아보니 미츠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온도계를 쳐다보고 있어서 옆으로 가면 방해만 될거같아 먼저 소파에 가서 앉았다.
「... 좋아」
뒤편에서 그런 목소리와 함께 물을 쪼르르 따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찻잎을 우리고 있는듯하다.
「음- 됐다. 기다렸지」
「오- 고마워-」
미츠하는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두고 타키 옆에 앉는다. 일순 아주 약간이지만 샴푸 냄새가 나서 미츠하는 목욕까지 다 해두며 기다렸구나, 라고 고마움과 미안함의 감상에 젖는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찻잎으로 했어?」
「아삼! 피곤할테니 별로 향 안 강한 쪽이 나을까 싶어서, 아, 슬슬 됐겠다」
살짝 일어나 미츠하가 커피포트 뚜껑을 열고 컵에 물을 졸졸 따른다. 커피포트에서 흘러나오는 건 엷게 주황색이 배어있는 빨간 홍찻물. 지금까지 은은하게 느끼고 있던 달짝지근한 향기가 방 안에 팍 퍼진다.
「아아, 향기 좋다...」
「응, 오늘은 꽤 잘 됐네」
두 찻잔에 알맞게 따라내, 포트에 약간 남은 몇 방울을 타키의 컵에 떨어트리고 미츠하는 커피포트를 다시 식탁에 내려둔다.
「자 타키군, 마셔봐」
「아, 응」
반짝반짝거리는 눈으로 타키를 쳐다보는 미츠하.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마시겠지만 역시 타키의 감상이 신경쓰이는 눈치이다.
미츠하의 그 반응때문인지 배가 불러서인지 솔직히 약간 마시기 꺼려지는 감도 있었지만 다 떨쳐내고 타키는 컵에 입을 댔다.
「향은 진짜 좋네. 맛은.. 하아...」
홍차를 한 모금 마시니 입에서 절로 감탄의 탄식이 나왔다.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은은한 단맛이 감돌아서 보통 홍차처럼 떫지 않았다.
목구멍으로 흘러내리는 따뜻한 감각도 식후의 몸을 치유해주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한숨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건지, 미츠하는 눈물까지 서려가며 타키를 바라보았다.
「서, 설마 맛 없었어...?」
「아니 아니 그 반대, 정말 정말 맛있어. 미츠하도 마셔봐」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렇게까지 맛있어?」
미츠하도 컵을 손으로 들어 홍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타키와 똑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으, 응. 지금까지 내린 홍차중 가장 잘 된거같네」
같네가 아니라 확실히 그렇다고 타키는 생각하지만 그런걸 뜬금없이 지적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홍차를 한 모금 더 마신 타키는 건포도도 한 줌 집어 먹어본다.
설탕으로 절이지 않았는데도 단 건포도는 홍차랑 퍽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아, 나도 먹을래-」
미츠하도 손을 뻗어 건포도를 하나 집어든다.
단걸 좋아하는 미츠하는 맘에 들어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반응을 살폈지만 미츠하도 충분히 맘에 드는지 웃어보였다.
「오래 먹을 수도 있고 사두길 잘했네」
「응.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말야」
스콘²이나 러스크³같이 일반적으로홍차와 함께 먹는 것들은 아무래도 좀 비싸니 역시 건포도 정도가 딱 좋다.
타키와 미츠하가 조용히 차를 홀짝거리고 있으니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중계음만이 방안에 울려퍼진다.
하지만 둘 다 그 내용은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며 그저 BGM으로 켜두고만 있었다.
「아, 벌써 다..」
「응? 아 홍차 얘기구나」
미츠하가 중얼거린걸 순간 건포도로 착각했다. 일어서서 약간 아쉬운 듯이 찻잔을 책상에 둔 미츠하는 소파에 몸을 푹 던진다.
「어쿠」
쿠션이 미츠하에 맞춰 들어가며 옆에 앉아 있던 타키도 넘어지며 미츠하와 밀착하는 자세가 된다.
다행히 컵은 타키도 다 마시고 책상 위에 둔 채였다.
「왜 그래 미츠하」
「타키군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미츠하는 얼굴을 내 어깨에 갖다댄다. 가끔씩 미츠하는 이렇게 내게 엉겨붙을 때가 있다.
타키도 기본적으로 미츠하가 옆에 붙어 있는게 좋으니 별 말은 안하지만 약간 몸이 달아올라 문제일 때도 있다.
「뭐 상관없지만... 그럼 나도 그 대신 미츠하가 있으니까- 하고 옆에 붙는다?」
「아하하, 타키군이라면 괜찮다고..? 그나저나 타키군은 어떤 때 내가 있다는걸 가장 느껴?」
나를 올려다보며 미츠하가 물어온다.
어쩐지 장난스럽게 미소짓는 그 눈동자가 기대하고 있는 대답은 알고 있지만, 원하는 대답을 바로 해주는 것도 재미는 없지.
「그야, 이럴 때지」
미츠하가 보지 못하는 사각에서 손을 뻗어 어꺠를 끌어당긴다.
「꺅」하고 기쁨의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미츠하는 저항하지 않는다.
「하여튼- 살짝 놀랐잖아.. 타키군은 가슴 만질 때 가장 느낀다고 말할줄 알았는데!」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아하하.. 무슨 말을 하는거냐 너는」
어떻게든 대충 무마한다. 아니, 아마 너무 거짓말을 하는듯한 말투여서 들켰겠지만.. 겉으로라도 얼버무려 둔다.
「흐음- 뭐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으, 응」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는 채 다시 정적이 흐른다. 애초에, 무슨 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렇게 붙어있으면 마치 무언가로 이어져있어 둘이 하나로 되어있는듯한 느낌도 든다.
미츠하의 체온이 스며들어 내게 녹아들고 있는듯한 감각.
피곤해서 그런지 오늘은 그 감각이 더더욱 강하다.
미츠하와 나와의 경계선이 점점 애매해지고 시간감각조차 무뎌져간다.
미츠하에게 녹아드는지, 아니면 미츠하와 녹아내리는지...
그저 무언가에 감싸안긴 듯한 부유감이 마치 따뜻한 우유로 된 바다를 떠다니는듯한 느낌이다.
가슴 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지피어올라와 그 따뜻함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타키군... 타키군...」
그 때 수면에 이는 물결처럼 미츠하의 목소리가 타키 안에서 점점 커져간다.
하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건지, 아니면 옛날에 그랬듯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지조차 판단이 서질 않는다.
하지만 약간 망설이는듯한 그 목소리는 예전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타키군...?」
「에, 아? 미츠하?」
의식이 다시 돌아온다.
눈앞에 발갛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움에 웃고 있는 미츠하의 얼굴이 들어오지만, 교복차림도 아니고 끈도 매고있지 않았다.
언제나 보는 그 모습 그대로인 미츠하를 보며 타키는 점점 현실의식을 되찾았다.
「그게.. 타키군 진짜 기분좋게 자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계속 그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 말을 듣고 타키는 드디어 상황을 이해했다.
아마 미츠하는 꿈속에서 우윳바다의 조각배 위에서 노를 젓고 있던 타키를 보며 한동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겠지.
시계를 보니 기억에 남은 시간에서 15분정도 지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신기한 꿈을 보고 있던 느낌이 드는데 벌써 다 잊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악몽이 아니라 따뜻한 감각이었다는 것만이 가슴 속에 남아있다.
「아.... 그... 미안. 따뜻해서 그만..」
「아, 아니 나는 뭐 괜찮은데, 역시 이불에서 자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 피곤할 때에는 특히 더」
「그렇지, 응. 깨워줘서 고마워. 오늘은 씻고 나서 바로 자야겠네」
미츠하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고 일어선다. 약간 아쉽지만 언제까지고 그러고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가슴에 남은 미츠하의 따뜻함은 너무도 뜨겁다.
「아... 응, 그렇지. 오늘은 빨리 자야겠지...」
「음, 미츠하?」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난 아까 목욕 했으니까 하고 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당황해 따라 일어나는 미츠하. 그런 미츠하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타키도 대충 짐작이 간다.
「알았어, 그럼, 그... 괜찮다면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어줘」
아무리 일에 치여 지쳤어도 미츠하와 함께라면 그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마음을 담아 타키는 얼굴이 붉어질 걸 각오하면서도 웃어 보인다.
「타키군.... 응, 알았어!!」
약간 침울해보이던 미츠하의 표정이 바뀌어 활짝 꽃이 피어나듯 웃는다.
그런 웃는 얼굴을 보고 타키는 처음부터 피곤함따윈 없던게 아닌걸까 하는 착각에 빠진다.
홍차를 마셔서 그런걸까 풋잠을 자서 그런걸까, 아니면 미츠하의 웃는 얼굴 덕분일까.
찻잔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서는 미츠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기분탓인지 잰걸음으로 기쁘게 걷는 그 모습을 보며 아직 오늘이라고 하는 날은 끝나지 않았음을 지각한다.
욕실로 향하며 타키는 결국 하루의 끝이 좋으면 그 날이 다 좋은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각주]
1. 붉은된장 : 赤味噌(아카미소), 일본의 미소(된장)은 보통 쌀로 빚은 메주를 쓴 하얀 된장(白味噌, 시로미소)를 사용하는데 이토모리의 배경이 된 주부 지방에서는 다른 지방과 달리 보리로 빚은 메주를 써 붉은 된장이라 부르며 사용한다.
2. 스콘 : スコーン. 밀가루에 버터나 우유를 섞어서 구워낸 작고 둥근 빵
3. 러스크 : ラスク. 달걀흰자를 입힌 빵이나 카스텔라를 기름에 튀긴 과자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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