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Project/자작 팬픽
달과 잔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고운 달빛을 받아 번들거린다. 달을 담은 하늘은 짙푸르게 익어간다. 비쭉 솟은 뿔 두 개가 연신 달을 찔러 빛이 바스라진다. 그 뿔 밑동에 달린 리본이 앙증맞아 제법 귀엽다. “어디서 이런 술을 구했어? 일품인데!” “저번 단옷날에 빚어뒀어, 배웠지. 옛날 사람들한테.” "아, 이게 창포 향기였구나. 네가 직접 빚은 거라고? 이야, 솜씨가 대단한데?" 오니 옆에는 소녀가 둥근 술잔을 들고 앉아있다. 질끈 동여맨 머리가 달밤엔 더욱 하얗다. 잔바람이 마루를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해가 길어지고 날이 서늘한 초여름 밤엔 몸을 데우는 술이 제격이다. 간만에 마시는 술이 싫지는 않은지 소녀도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오늘은 운이 좋아! 길을 헤맨 덕분에 이렇게 멋진 친구를 만나고, 좋은 ..
2020. 9. 1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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