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을 앞두고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온 큐슈 여행
큐슈는 처음이라 정석적인 여행지 위주로 다녀왔지만, 짬을 내 틈틈히 동방 성지도 답사할 수 있었다.
하니야스 신사는 후쿠오카에 위치해있는데
시내 지하철 지로마루역에서 내려 도보 3분거리에 있으므로 잠시 시간을 내어 갔다오기 안성맞춤이다.
구글 지도에 의지해서 한산한 주택가를 따라 걷다보면 이윽고 토리이가 보인다.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잘 관리되고 있는 마을 신사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후쿠오카시 교외에서는 치로쿠 신사(地禄神社)나 하니야스 신사(埴安神社)라는 신사를 다수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지방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명칭의 신사이다.
치로쿠 신사와 하니야스 신사 모두 하니야스신(埴安神)을 모시는 신사인데
신사들의 창건 년대는 제각각 다르지만, 같은 신을 모신다는 점에선 일치한다.
그 중에는 6세기 무렵에 이미 세워졌다고 여겨지는 오래된 신사도 있는데,
해당 신사들이 진좌해있는 곳은 간척 & 퇴적 등으로 밀려난 고대의 해안선 주변이다.
후쿠오카시는 예로부터 간척을 거듭해왔으며, 지금은 내륙일지라도 예전엔 바닷물이 들어오던 곳이 많았다.
따라서 치로쿠 신사와 하니야스 신사는 고대의 해안선을 추측할 수 있는 문화적 지표 중 하나이다.
치로쿠 신사는 후쿠오카에 총 17사가 진좌하고 있으며,
하니야스 신사는 후쿠오카에 총 7사가 진좌하고 있다.
내가 찾은 하니야스 신사는 하니야스 신사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사로
지로마루 마을 사람들에게 씨신으로 신앙받고 있는 곳이었다.
하니야스 신사 연기
하니야스 신사는 지로마루의 씨신님이시다.
창건년대는 불명이지만 현재의 사전이 세워진 것은 135년 전, 에도시대 연간이었다.
하냐야스 오오미카미님께선 아마테라스님의 형제로서, 흙의 신이시다.
등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그렇다면 하니야스신은 누구인가?
일본의 사서 「고사기 古事記」에 따르면
창세신 이자나미가 불의 신 카구츠치를 낳다 음부에 화상을 입고, 그 화상때문에 죽고 만다.
죽을 때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리고, 구토를 하며, 똥을 지렸는데, 그 똥에서 태어난게 하니야스신이라고 한다.
이름에 붙은 하니(埴)는 도자기를 만들때 쓰이는 진흙을 의미하며
마유미의 모티브로 쓰인 하니와(埴輪)에도 들어가는 단어이다.
하니야스신은 흙과 도자기(토기)의 신인데
하니야스신이 태어난 대변은 본디 더러움의 상징이지만
고대인들에게 똥은 흙에 뿌리는 귀중한 비료로, 그 모습과 외양에서 '흙의 신'으로
나아가서는 토양과 관련된 '농업의 신'으로 신앙했다고 여겨진다.
토기가 발명되어 씨앗을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토기가 있어서 죽을 끓여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토기가 없다면 농업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농업의 발전에 의해서 인간은 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되었으니, 토기의 신이 농업의 신과 동일시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니야스신을 농업의 신으로 모시는 풍습은 후쿠오카 지방에 뿌리깊게 남아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조용한 신사로 옛 모습을 증언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진을 찍다보니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께서 자전거를 타고 오시더니
가볍게 참배를 하고 떠나시는 모습을 보았다.
마을의 작은 신사지만 신앙이 유지되는 모습... 아름다웠다.
또한, 후쿠오카의 총진수(総鎮守, 지역을 수호하는 유력 신사)인 쿠시다 신사(櫛田神社)에서 모시는 오오하타누시(大幡主神)는
'번성의 신'이라는 점에서 하니야스신과 본디 같은 신이었으리라 추측된다.
역시 후쿠오카는 하니야스의 땅..!
후쿠오카에 갈 일이 생긴다면, 토기를 만드는 조형신 하니야스신 케이키의 신사에 다녀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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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福岡県福岡市早良区4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사와라구 4
가는 방법
후쿠오카 지하철 나나쿠마선 지로마루역 하차, 도보 3분
2020.01.29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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