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Project/자작 팬픽
실패한 삶 이야기
그날은 종일 비가 내렸다. 몸속 깊이 빗방울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청승맞게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나는 손에 들고 있던 빈 단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열띤 웃음을 지었다.시간의 속박에서 풀려난 영속의 무게감을 그땐 아직 알지 못했다. 물길을 따라 산기슭으로 내려왔다. 산골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낙엽을 그러모아 잠자리를 만들고 열매를 따 먹길 며칠, 시나노(信濃)의 가장 큰 고을에 도착했다.생경한 저잣거리에서 내가 후지와라의 딸이노라고 외쳤으나 미친 사람 취급만 받았다.해가 서쪽으로 지는 것을 보고 그저 서쪽으로 하릴없이 걸었다.그 사이 나는 몇 번이나 죽고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났다. 죽음은 삶의 일부였고 삶과 분리되지 않았다.앓고 나면 지나가는 감기처럼 죽음도 하잘것..
2019. 11. 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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