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 단편 '흔들리는 꼬리와 강아지귀'입니다.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중입니다.
--
「으음...?」
따뜻하다.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깨어난 타키가 맨 처음으로 느낀 것이다.
마치 털옷을 한 겹 더 뒤집어쓰고 있는듯한, 약간 더울 정도의 따뜻함이었다.
얼굴을 자극하는 냉기는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것과 상반되는 목 아래의 따뜻함이 타키가 일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좀 더 이 따스함에 잠겨있고 싶다고 생각하며 뒤척이니 폭신폭신한 감촉이 타키 팔에 닿는다.
무슨 털가죽같은 감촉. 고양이나 개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에 잠결에 그것을 붙잡았다.
잡고 나서야 왜 그런게 이불 속에 있는가 하는 위화감에 휩싸였다.
아파트니까 애완동물은 금지이니 미츠하가 잠에 취해 곰인형이라도 껴안고 잠들었으려나 했지만 이렇게까지 털이 푹신푹신한 인형이 있으려나.
「흐아암... 뭐지..?」
자고 있는 미츠하를 깨우지 않도록 일어나 살짝 이불을 들어올린다. 이불 속에 있는 것은 틀림없이 털뭉치, 라고 해야하나? 무슨 꼬리같은 것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에, 움직여...?」
부풀어오른 이불을 보면 기껏해야 두 사람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 형태라 이런 꼬리를 가진 생물이 들어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꼬리만 봐서는 어떤 동물인지 짐작도 안 간다.
이불을 확 들어올리면 미츠하도 깨버리겠지, 하며 옆에서 미츠하를 바라본 타키는 말도 안 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음? ...뭐!?」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감았다 떠보았지만 분명한 사실이어서 무심코 소리질러버린다.
그런 타키의 외침을 들었는지 미츠하도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아... 타키군이다. 잘잤어...?」
「아, 아니 미츠하. 잘 잤다기보단...」
「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츠하. 하지만 그 머리 위에 지금도 간지럽다는 듯이 실룩실룩 움직이는 것이 돋아나 있었다.
「왜 그래 타키군?」
「왜, 왜 그러냐니 너... 그거...」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뻗는다. 모르고 있는건지 미츠하는 머리 위로 뻗어오는 타키의 손을 멍하니 보고있다가
「히얏!!!」
그것, 에 닿은 순간 미츠하는 마치 귓속에 바람을 불어넣은 때처럼 비명을 지르며 부르르 떨었다.
예상보다도 훨씬 더 민감한 반응에 타키도 손을 바로 뺐다. 놀라는 타키의 눈앞에서 미츠하도 살짝 머리 위를 만져본다.
「뭐, 뭐... 뭐야 이거....?」
미츠하의 손에 닿은 순간, 그것은 마치 진짜인 것처럼 움직였다.
미츠하가 아랫부분을 만지고 있는 것을 보니 머리카락으로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제대로 붙어있는 듯 했다.
「이거... 귀...? 뭔가 푹신푹신거리는데...?」
그랬다. 더 말할 나위 없이 강아지의 귀와 같은 무언가가 미츠하의 머리에 붙어있었다.
머리띠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데, 미츠하에게는 감각이 있는건지 알아보려고 타키는 찬찬히 물었다.
「미츠하, 진정하고 들어줘」
「ㅇ... 왜...?」
「지금 미츠하한테 강아지 같은 귀가 나 있어」
핸드폰 카메라를 셀카모드로 설정하고 건네준다.
눈을 둥그렇게 뜨고 핸드폰 화면을 쳐다본 미츠하는 입을 떡 벌린 채로 각도를 몇 번이고 바꿔보던 미츠하가 핸드폰을 툭 이불 위에 떨어트린다.
「뭐야 이거어....」
지금 당장이라도 울어버릴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힘이 쭉 빠져 움츠러드는 미츠하.
그건 타키도 물어보고 싶은 말이었지만 본인이 훨씬 더 혼란스럽겠지. 일단 타키는 미츠하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츠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마주쳤다.
「미츠하, 괜찮아」
「타키군...」
「엄청나게 귀여우니까」
「하아?」
아무래도 말을 잘못 꺼냈는지 미츠하의 얼굴이 울어버릴듯한 표정에서 당장이라도 화낼듯한 표정으로 바뀐다.
있는 그대로 말해도 안 되겠구나, 하고 깨달은 타키는 미츠하에게서 눈을 돌리며 이번에야말로 미츠하를 진정시켜야겠다며 말을 잘 골라 대답했다.
「아까 한 말은 그냥 농담이고, 어쨌든 진정하자. 응? 일단 아침밥부터 먹고!」
「으, 응... 고마워 타키군」
「자, 가자」
타키는 미츠하의 손을 붙잡아 이끌고 간다.
눈물을 그렁그렁 맺으면서도 일어선 미츠하에 뒤따르듯 또다른 무언가가 침대 위에서 흘러내려와 사뿐히 미츠하 뒤로 떨어졌다.
「에? 뭐야 이건」
등 뒤를 돌아본 미츠하가 그것을 만지기 위해 손을 뻗으려 허리를 굽히지만, 그것은 미츠하에게서 떨어지기 싫다는 듯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다.
고개를 갸웃거린 미츠하는 허리를 굽힌 채로 몸 전체를 휙 돌려보지만 당연히 그것에 손이 닿지는 않는다.
「미, 미츠하 너...」
그러고보니, 하고 타키는 생각한다.
애초에 타키가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낀 것은 이불 속 털뭉치의 감촉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타키의 눈앞에, 미츠하의 파자마 옷자락 끝에서부터 돋아있었다.
윤기 있는 검정색인 그것은 마치 미츠하의 머리카락 색깔 같아서 타키는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어 붙잡아보았다.
「타키군 이거... 히얏!?」
타키가 붙잡은 순간 귀를 만졌을 때의 반응 이상으로 미츠하는 놀라며 펄쩍 뛰어올랐다.
「우옷, 미앗」
「ㅁ, 뭐 하는거야!! 아니 근데 이거...」
「어, 꼬리네」
타키의 대답을 들은 미츠하는 그 꼬리를 눈으로 확인하고, 정말로 힘이 다 빠졌다는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단 알아낸건 귀도 꼬리도 감각이 있고, 게다가 미츠하가 어느정도 자의로 움직일 수 있는거랑, 누가 만지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건가」
「으, 응」
거실에서 마주보고 앉아 아침을 다 먹고 커피까지 마신 두 사람은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꼬리 아랫부분은 미츠하가 부끄러워했지만 정작 자기에게는 보이지 않아서, 꼬리로 두들겨 얻어맞아가며 타키가 확인했다.
허릿춤 위쪽에서부터 나 있어서 귀와 마찬가지로 진짜인듯했다.
덧붙여서 꼬리를 만졌을 때 감촉이 어떤 느낌이였냐고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그, 그런거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라고 고함쳤다.
「으음... 뭐지 대체...」
턱을 손으로 괴고 잠시 고민해본다.
「병원 가봐야하려나...?」
「병원에서... 봐줄 수 있는건가..?」
간다고 해도 대체 무슨 과로 가야할지부터가 문제지만 애초에 오늘은 일요일이다.
응급실이라면 열려있겠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이 걸려있는 일은 아닌듯했다.
「진짜 뭐야 이거... 이러면 밖에 나갈 수도 없잖아..」
「뭐 그렇지.. 완전 코스프레같으니까」
「코스프레라고 말하지 마!!」
「아얏」
이마에 미츠하가 딱밤을 때렸다. 아무래도 코스프레라는 단어에 미츠하는 저항감이 있는듯했다.
병원에 가기에도 곤란한 날이고, 거기에 솔직히 말하면 미츠하의 이게 병원에서 치료해줄 종류의 병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기보단 오히려
「뭔가 저주... 같은거 아닐까?」
괴이라던가 초현실적 현상이라던가, 그런 종류의 무언가로 보인다.
보통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어렵겠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 몸이 뒤바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체험을 해본 적도 있었다.
거기에 비교해보면 귀와 꼬리가 새로 돋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터이다... 아마도.
「에에... 누가 나 저주할만한 짓은 안 했는데..」
「그렇겠지. 그러면 미야미즈 신사에서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뭐 이런건 없었어?」
「으음...」
미츠하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잠시 생각한 뒤
「마유고로씨 때문에 모르겠어..」
라고 말했다.
「누구였지?」
뭔가 들은 기억이 있어 다시 물었다.
「에 그게, 200년 전에 불을 낸 사람이야. 짚신가게를 하던 마유고로씨 집에서 불이 나서, 고문서같은게 전부 불타버렸대. 그걸 마유고로의 큰불이라고 해서 이토모리에선 꽤 유명한 얘기야」
「진짜냐... 그래서 지금까지 이름이 남아있는거면 좀 불쌍하네」
그런 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긴 싫었겠지. ‘타키의 큰불’로 도쿄를 전부 불태워버려 내내 회자된다고 생각하면... 음, 역시 싫다고 타키는 생각한다.
「후후, 타키군 요츠하랑 똑같은 말 하네」
그렇게 말하며 웃는 미츠하를 따라하듯이 귀도 재밌다는듯 쫑긋쫑긋 움직인다.
「요츠하쨩 답네. 어쨌든 그랬구나... 뭔가 신사랑 관련된 느낌이 드는데」
「느낌이라면, 신이나 그런 거?」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츠하를 보며 끄덕거린다.
미야미즈 신사의 내력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지만 신의 신통력같은 거라면 병원에 가도 소용 없을거라고 타키는 생각한다.
「으음... 그러면 할머니한테 돌려서 물어볼까..」
「그렇게 해봐」
미츠하가 핸드폰을 집어들어 버튼을 누른다. 그 사이에 설거지라도 해둘까 하고 타키는 그릇을 싱크대에 옮겨 물로 씻기 시작한다.
「어, 할머니? 응, 미츠하야, 응? 어 잘 지내지」
전화하는 미츠하의 목소리를 배경음으로 타키는 세제를 스폰지에 묻혀 그릇을 닦는다. 밥그릇과 반찬그릇들을 깨끗이 씻고 물기까지 닦아낸 타키는 그것을 선반에 넣어둔다.
「아, 그랬구나 아빠가, 아 맞아 할머니, 묻고싶은게 하나 있는데..」
드디어 본 주제에 들어가는지 미츠하는 설거지를 끝낸 타키를 눈짓으로 부르고 등을 돌린다.
「진짜? 응, 아 그게 미야미즈 신사의 전설에 관한건데, 개에 관련된건 없었나..?」
타키는 일어서서 전화를 하고 있는 미츠하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봐도 꼬리도 귀도 귀여워서 솔직히 타키는 이대로 있었으면 하는게 바람이다.
오랜만에 가족이랑 전화하니 역시 반가운지 꼬리는 이리저리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고 웃음소리에 맞춰 귀도 쫑긋거렸다.
「푸흡.. 크큭... 이야.. 진짜 귀엽네...」
미츠하에게 들리지 않게 필사적으로 웃음을 억누른다.
하지만 타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 귀를 팟 세우더니 미츠하가 얼굴을 빨갛게 하고서는 타키를 째려보았다.
방금 전까지 흔들고 있던 꼬리를 일직선으로 쭉 뻗고선 부드러워보였던 털들까지 쭈뼛쭈뼛 세우고 있었다.
「응, 응. 그렇구나, 알았어. 에? 아니 뭐 아무것ㄷ... 하, 할머니 어떻게 안거야!?」
그러면서도 평범히 대화를 이어나가던 미츠하였지만 그 눈만은 전혀 웃고있지 않았다.
미츠하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대충 다 알겠다고 자부하고있던 타키는 그 눈이, 나중에 무조건 화낼거야! 라는 눈이라는 것을 읽어냈다.
「그렇구나... 응 알았어. 그럼 내일 또 전화할게. 응. 끊을게... 타키군!!!!」
전화를 끊자마자 미츠하는 타키에게 달려들었다.
무심코 웃어버려 화내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너무 귀여운 미츠하의 귀와 꼬리가 치사한 거다.
「자, 잠깐 기다려 미츠하, 그런게 아니라..」
「뭐가 그런게 아니야!?」
「미츠하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어...? 나도 모르게 웃는다는게 대체...」
눈을 반쯤 치켜뜨고 째려보는 미츠하. 아직은 화내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등뒤로 살짝 보이는 꼬리는 이미 기운을 누그러트리고 있었다.
「미안하다니까, 그나저나 할머님은 뭐라셔?」
「아, 미야미즈 신사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는 역시 할머니도 잘 모르시는 거 같아, 그래도 그거랑 비슷한 이야기는 할머니도 들은게 있다고 하셔서..」
「진짜? 뭔데?」
「잘은 모르겠지만 하루만에 낫는다는 이야기였다니까, 내일 안 나으면 잠깐 와서 살풀이라도 하고 가라고..」
뭔가 타키의 상상 이상으로 쉽게 끝나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하루만 잘 넘기면 된다는 희망이 보인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해야겠지.
「그럼 뭐, 오늘은 집에서 잠자코 있어야겠네」
「그치, 하아.. 주말이라 다행이다..」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미츠하.
하긴 평일이었다면 회사에 병가를 냈어야 했을테니, 거기에다가 이게 만약 오래 가는 증상이었다면 뭐라 설명했어야 할지, 타키는 상상조차 하기 싫엇다.
「그렇네.. 그리고 그나마 혼자 자취하고 있는건 아니여서 다행이네」
「진짜로...」
한숨섞인 목소리로 미츠하는 대답하며 쿠션에 얼굴을 묻는다.
다리를 위아래로 막 흔들며 짜증내는 모습이었지만 꼬리도 그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려 역시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그나저나 미츠하 꼬리 엄청 따뜻하더라. 처음엔 무슨 동물이라도 들어와있는줄 알았어」
「동물이라니, 이토모리면 또 몰라도 도쿄에서 그럴리가-」
「뭐 그렇지. 그래도 네가 봐도 갑자기 연인한테 꼬리가 난다거나, 그런거 생각도 못 할거 아니야?」
「하긴...」
털뭉치같은걸 이불 속에서 만졌다고 그런 생각부터 난다면 그야말로 변태 중의 변태일듯하다.
잠시 미츠하의 꼬리 움직임을 눈으로 좇던 타키는 그러고보니 미츠하가 같이 갈 수 없게 된 이상 장도 혼자 보러가야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있잖아 미츠하, 저녁밥은 뭐 먹을래?」
「에? 아- 그렇네, 마트도 타키군 혼자 가야하는구나..」
그렇네 그렇네, 하고 말하며 미츠하는 쿠션을 옆에 놓아두며 일어서 벽에 붙어있던 마트 세일 전단지들을 떼어내고서는 책상 위에 펼쳐놓는다.
전단지를 펼쳐놓고 소파에 앉은 미츠하를 따라 타키도 옆에 앉았다.
「으음... 오늘은 여기 닭고기 세일하네」
「닭고기라.. 뭐 적당히 생각해둘게, 근데 미츠하」
「왜?」
「방금 전부터 꼬리가 계속 나한테 닿고 있어서..」
아까 전부터 계속 등짝을 가볍게 탁 탁 치는 감촉이 있어서 타키는 버티지 못하고 미츠하에게 말했다.
잠깐 굳어있던 미츠하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며 어째선지 꼬리의 움직임은 더욱 격해졌다.
「미, 미안 타키군. 근데 멈출 수가 없어...」
「아니 뭐 아픈건 아니니까 상관없는데, 그래도 신경은 쓰여서...」
「왜, 왜이러지?? 지 맘대로 혼자 막 움직여서..」
미츠하는 어떻게든 꼬리를 멈추려고 해보지만 그 기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타키는 지금까지 꼬리를 보면서 미츠하의 감정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거라고 분석했다.
「에.. 그건가? 설마 나랑 같이 있을 때만 멈추질 못하는거야?」
「그, 그런건..」
웅얼거리며 미츠하는 부정했지만 타키가 옆에 앉은 순간부터 꼬리는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일단 미츠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타키는 일어나며 책상 위에 올려뒀던 지갑을 집었다.
「어쨌든 좀 이르지만 마트 다녀올게. 뭐 좀 있다보면 꼬리도 멀쩡해지겠지」
「에, 벌써 가는거야...?」
「응, 늦게 가면 사람들 많으니까」
「아...」
벽에 걸려있던 장바구니를 들고 뒤돌아보니 소파에 앉은 미츠하 꼬리의 움직임이 예상대로 멈춰있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던건, 축 늘어져버린 귀와 꼬리가 너무도 외로워 보였던 것이다.
그런 미츠하를 본 타키는 현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자기도 모르게 멈춰버린다.
「그렇게 막 외롭다는듯이 있지 마 미츠하, 알겠지?」
「타, 타키군!?」
소파의 뒤쪽에서 미츠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쓰다듬는다.
귀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평소보다 더욱 신중히 손을 움직이고 있자니 이번에는 간지럽다는듯 귀가 쫑긋쫑긋 움직인다.
「타, 타키군... 어린애 취급하긴...」
서서히 미츠하의 목소리가 작아지며 마지막 한마디는 타키에게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쓰다듬을까 하다가 귀 밑부분을 살짝 긁어주니 미츠하의 귀가 순간 흔들리며 힘을 빼며 타키의 손가락쪽으로 기울어져 간다.
타키는 강아지를 길러본 적은 없지만 그 반응이 나쁜 반응이 아니라는 것은 알수 있었다.
꼬리도 기분좋다는듯이 탁 탁 소파를 치고 있어서, 뭐야 이거 너무 귀여워서 죽겠다.. 하고 생각하면서도 타키는 손을 떼어냈다.
「아...」
미츠하의 입에서 살짝 새어나온 목소리가 타키의 귀에도 들어온다. 아쉽다는 그 목소리에 다시 손을 뻗고싶은 충동을 참으며 타키는 밝게 웃어보였다.
「괜찮아, 최대한 빨리 올게」
「... 알았어. 진짜 빨리 와야해?」
「응」
한번 더 미츠하의 머리카락을 쓱 쓰다듬고는 타키는 드디어 현관으로 향했다.
강아지는 양파 먹으면 안 된댔지.. 같은 쓸데없는 공상을 하며 타키는 오랜만에 혼자 장을 보러 나섰다.
「잘 먹었습니다! 타키군 밥 진짜 맛있다!」
「응, 별거 아니지만..」
찰싹찰싹 꼬리를 흔들며 나는 소리와 함께 미츠하는 얼굴 한가득 웃음꽃을 피웠다. 성격이 평소보다 더 밝아졌달까, 더 솔직해진 거 같은건 타키 기분탓이려나.
「그럼 설거지는 내가 할게」
부탁할게 라고 말하며 타키는 그릇들을 미츠하에게 건넸다. 손에 익은 솜씨로 그릇을 닦는 미츠하.
약간 큰 셔츠 옷자락 바깥으로 삐죽 튀어나온 꼬리는 지금은 진정되었는지 가볍게 한들한들 흔들리는 정도였다.
아마 오늘 타키가 가장 고생했던건 타키가 막 장을 다 보고 돌아왔던 때였겠지.
문소리를 듣고 날아오듯 달려든 미츠하가 꽉 껴안아줬을 때, 아주 떨어져버릴 것같이 꼬리를 막 흔들어대고 있어서 조금 불안해졌을 정도였다.
결국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다시 진정했지만 미츠하는 자기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꼬리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그래도 미츠하, 슬슬 익숙해지지 않았어?」
「에? 아- 뭐 이제 허리쪽이 좀 무거운 정도고, 머리 위는 나한테 안 보이니까. 그래도 타키군이 계속 꼬리나 귀 보고 있는건 알고 있다고...?」
「으아, 알고있었냐...」
보려고 하지 않아도 시선 내에 자꾸 들어와버려 보게 되버린다고 생각하지만 일부러 본 적도 적진 않으니 굳이 변명하진 않는다.
「후후, 뭐 상관은 없지만.. 아- 그나저나 타키군도 이거 났으면 좋겠네」
이거, 가 뭔지 알리려는듯 미츠하가 귀를 쫑긋거리고 꼬리도 들어올린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까 물어보니 「으음.. 그냥 움직이려하면 움직이는데?」라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능숙히 컨트롤하는듯했다.
「아니 나한테 그런거 달려봤자 보기 안 좋을거같은데..」
「그럴리가 없잖아-? 귀랑 꼬리 달린 타키군 진짜 귀여울텐데」
「아니 그럴리가...」
살짝 상상해봤지만, 음 역시 그럴리가 없다. 아니 그냥 웃길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어 츠카사한테 그런게 난다면 타키는 분명히 놀려대겠지, 하지만 귀엽다는 감상은 분명 갖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프라이팬까지 다 설거지 했으려나 하고 일어서 미츠하 옆에 선다.
평소처럼 건네주는 그릇을 들어 닦고 있자니 다리를 슬슬 꼬리가 간지럽히지만 타키는 잠자코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마워. 그나저나... 왜 나만 이런거지?」
「아마 미야미즈 가문의 혈통이라던가 그런게 아닐까? 몸이 바뀌는 것도 미야미즈 사람들한테 전통적으로 있던거 같고」
「그런거려나.. 뭐 아는게 있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웃는 미츠하.
보통 이런 일을 당하면 설마 낫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는게 정상 아닌가 하고도 생각하지만, 옛날에도 느꼈듯이 미츠하는 아무래도 일반 세상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것 같았다.
조금 바보라고 말해도 괜찮으려나,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뒤에는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론 변한게 없었다.
「아, 목욕은 어떻게 해야하지... 샴푸로 해야하나...?」
「에, 그걸 고민하는거야?」
「냄새같은거 배면 안되잖아..」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했지만, 내일 없어진다면 상관 없다는걸 곧바로 깨닫는다.
역시 내 여자친구 좀 이상한거 같다고 생각하면서 타키는 「샴푸로 하면 되지 않을까?」하고 대충 대답해 둔다.
「뭐 그래야겠지, 그럼 빨리 하고나서 말려야겠다」
「그렇게 털 많으니까 말리는데 시간 좀 걸리겠네」
「응. 드라이기로 한다 해도 해본 적이 없어서 고생할거같아」
기분탓인지 즐기고 있는듯한 미츠하를 보다보니 설거지가 다 끝나 타키는 마지막 한 그릇을 닦고 선반에 두었다.
「후우, 고마워 타키군」
「어, 미츠하도 고마워」
타키는 손을 닦고 평소처럼 소파에 앉아 TV를 켠다.
버라이어티 등등 TV는 그다지 보지 않던 타키였지만 미츠하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구실로 어느새부턴가 TV를 키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차 끓일까?」
「어, 마실래 마실래!」
「알았어. 오늘은 뭐야? 새?」
「응, 둥지 짓는거 같은데」
막 시작한 프로그램은 어째서인지 매일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저번주에는 뭘 방송했더라 떠올리며 이야기하다보니 그새 차를 다 끓이고 미츠하가 소파로 가져왔다.
「자! 받아」
책상 위에 올려둔 컵에 미츠하가 차를 따르고 타키 앞에 둔다.
그간 차를 내리다 보니 꽤나 잘 끓이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찻잔을 집어드니 홍차의 은은한 향기와 함께 따뜻함이 전해져왔다.
「항상 땡큐」
「후후, 별 말을 다」
털썩, 하고 미츠하 옆에 앉는다. 미묘하게 놓을 곳이 없었는지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는게 조금 재미있었다.
「있잖아 미츠하」
「왜?」
「꼬리, 한번만 만져봐도... 돼?」
아침에 붙잡았을 때에는 눈치도 못 챘었지만 윤기있는 털이어서 보다보니 만지면 기분이 좋아질것 같았다.
「아, 안 되지 당연히!!」
「안 되는거야? 잠깐만, 살짝 만질테니까」
「살짝이라... 으음... 꽉 잡진 않을거지?」
「안 잡아 안 잡아」
애초에 꽉 붙잡으면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뛰어오를테고, 그렇게 된다면 그 뒷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 타키의 의중을 읽은건지 잠시 고민하던 미츠하는 어쩔수없다고 말하면서 한숨을 쉬며 꼬리를 타키 무릎에 올려줬다.
「진짜 잠깐만이야? 이상한 짓 하면 화낼테니까」
「안한다니까.. 그럼... 만진다?」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츠하 대신 꼬리가 가볍게 움직인다. 그것을 긍정의 사인으로 받아들인 타키는 일단 표면을 살짝 쓰다듬어보았다.
「오오...」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털가죽을 만져본적이 여태 한번도 없던 타키에게 그 감촉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손을 빨아들이는듯한 윤기있는 부드러움과, 손을 감싸는듯한 따듯함. 손을 움직이면서 어디 하나 걸리는곳이 없이 매끈해서 끝까지 쭉 훑어나갔다.
「엄청 찰랑찰랑해서 기분좋네. 진짜 따뜻해... 에, 이정도면 괜찮지?」
쭈뼛거리며 손가락으로 빗질하듯 꼬리 안에다가 집어넣어본다. 미츠하가 놀란듯 잠시 굳어버리지만 이상한 소리를 내지를 정도는 아닌듯했다.
살짝 쳐다보니 눈을 꼭 감고서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있지만 부끄러움을 참고 있는거라고 넘겨짚은 타키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그정도라면, 어떻게든.. 으읏, 그래도 좀 이상한 느낌이... 아읏」
「여, 역시 그만할까?」
「아니 괜찮아. 좀 이상한 느낌이 드는거 뿐이야. 기분은 좋으니까」
「그, 그렇구나」
눈가를 적셔가며 기분좋다고 하는 것을 듣고 자기까지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릴듯하지만 필사적으로 억제한다.
이건 그냥 꼬리를 쓰다듬는 거니까, 머리를 빗질하는거랑 다를게 없는거다.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미츠하도 그것에 대답하듯 꼬리를 살짝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모피는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지만, 왜 비싼지 알것같네.」
「저, 정말로? 에헤헤, 뭐, 뭔가 좀 기쁘네... 으읏」
「솔직히 계속 이러고 있고싶을 정도야」
흘러나오는 TV 내용도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꼬리의 감각과 신음소리를 참고 있는 미츠하의 반응으로 타키의 머릿속은 이미 마비상태이다.
나를 믿고 꼬리를 내게 맡기고 있는거니까, 하고 타키는 아까 전부터 필사적으로 자제심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계속은 무리, 야.. 근데 타키군 어떻게 그렇게 잘 쓰다듬는거야..?」
「에? 잘 쓰다듬어? 그냥 평범하게 만지고 있는 거였는데.. 애완동물 길러본 적도 없고」
지금도 그냥 만지고있는것 뿐인데, 애초에 강아지는 꼬리를 만질 때 이런 리액션을 보일거 같지도 않았다.
「그래? 그, 그럼 뭐지 이건... 으읏, 아, 역시 일단 좀 그만 해봐!!」
「으, 응」
갑자기 소리치길래 일단 손을 멈췄다. 어깨를 들썩이며 크게 숨을 쉬는 미츠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몸은 미츠하의 의지와 관계없이 떨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아무래도 이 이상 당하면 안 될거같아...」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 미츠하는 미묘히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방으로 향했다.
「나 먼저 목욕할게...」
「에... 괜찮아?」
「응, 괜찮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렇게 말하며 방에 들어간 미츠하는 파자마를 들고 욕실로 향했다.
넘어질 정도로 휘청대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지금 미츠하에게 다가간다면 자기 자신을 억제하지 못 할거 같다 생각하며 타키는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끝나가는 TV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결국 미츠하가 말한대로 꼬리를 말리는건 꽤 힘들었다.
일단 털이 되게 촘촘히 많아서 잘 안 마르는거에 더해서 꽉 잡으면 미츠하가 난리를 치는 것이다.
그 결과 둘이 앉아서 드라이어를 내내 붙잡고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끝낫다.
미츠하 꼬리를 다 말린 뒤 타키는 미츠하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타키군, 오늘 하루종일 고마웠어」
「왜 또 그래 갑자기」
타키가 몸을 돌려 미츠하 쪽을 바라보니 이불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 미츠하가 보였다.
「오늘은 타키군이 다 도와줬으니까... 꼬리 말리는것도 그렇고」
「뭐 힘들긴 했지만 귀여운 미츠하 봤으니까 나도 좋았지」
타키는 그 정도의 수고라면 미츠하를 위해서 얼마든지 해 줄수 있었다.
「하여튼, 타키군 바보. 나도 엄청 고생했다고?」
「그래도 기분 좋았지?」
둔감한 타키여도 그렇게까지 눈앞에서 그런 반응을 취하면 알 수 있었다. 왜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꼬리를 만지면 엄청나게 기분좋은 것 같았다.
「나, 난 몰라!」
휙, 하고 몸을 돌려버리는 미츠하. 하지만 귀가 삐죽 하고 튀어나와 있는 것을 타키는 놓치지 않는다.
「하하, 미안. 그래도 네가 너무 귀여운게 문제인거야」
그렇게 말하고 타키는 미츠하를 뒤쪽에서 꼭 껴안는다.
미츠하의 몸은 껴안고있으면 부러질 거같이 가늘고 부드럽다. 살짝 목에다가 머리를 대니 간지럽다는듯 미츠하는 웃는다.
「타, 타키군 간지러워」
「네 꼬리도 간지럽다고」
「나는 어쩔수 없잖아.. 잠깐 타, 타키군」
타키가 계속 목덜미를 간지럽혀서인지 약간 화난듯한 목소리를 내며 미츠하가 뒤돌아봤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선 간지럽다는듯 움직이는 귀. 살짝 눈물진 눈동자를 보며 타키는 얼굴을 가까이 해 미츠하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입술을 막아버린다.
「으읍..」
미츠하가 일순 놀라움으로 눈을 둥그렇게 떴지만 그새 다시 꼭 감았다.
그저 타키군 몸 위에 놓여있던 꼬리가 슥 타키의 허리를 감싸는 감촉이 느껴진다.
「미츠하...?」
「타키군, 계속 참게만 해서 미안해. 오늘 타키군이 나 엄청 봐줬는데...」
그러니까 내가, 라고 말하고선 미츠하가 몸을 들어올려 타키 몸 위에 올라타듯 앉는다. 타키도 그것에 대답하듯 미츠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오늘 하루종일 신경써준게 들켰구나, 나름대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한건데..
아무래도 미츠하는 꼬리나 귀가 달리지 않아도 타키가 하는 일들은다 꿰뚫어보고있는듯하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끄러움보다는 그걸 다 알아봐준 미츠하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웠다.
「있잖아 미츠하」
「왜? 타키군」
「꼬리, 만져봐도 돼?」
타키군의 물음에 미츠하는 살짝 눈을 흘기면서도 웃음으로 화답해주었다.
허리를 둘러싸고 있던 꼬리를 풀어 타키의 팔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그것은 마치 동물이 주인에게 만져달라고 보채는 것 같아서 타키는 다시 손을 내뻗었다.
귀가 생긴 미츠하와의 하루는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하지만 타키와 미츠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둘만의 비밀로 영원히 남았다.
'너의 이름은 > 단편 소설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경계가 흔들릴 무렵 (0) | 2019.07.19 |
---|---|
어느날 미츠하의 도쿄생활 (0) | 2019.07.19 |
제 이름은. (0) | 2019.07.19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