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 단편 '세계의 경계가 흔들릴 무렵'입니다.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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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오늘은 이정도로 해둘까」

그 날, 미야미즈 토시키는 정¹ 사무소에서 피난소의 주민들로부터 밀려들어오는 요구사항들을 전부 처리한 뒤 드디어 한 숨을 돌렸다. 

피해를 많이 입긴 했지만 이토모리 정 사무소는 어느정도 멀쩡해서, 주민들의 생활을 지탱하는 곳으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하여튼, 겨우 취재폭풍이 끝났다 싶었더니 이건..」

푸념섞인 말투로 중얼거리며 일어선다. 정장이나 되는 사람이 한심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아무도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혜성이 마을 하나를 통째로 파괴해버린 대재해. 하지만 어떤 소년소녀의 활약으로 인해 주민들은 기적적으로 전원이 무사했다. 

피난소의 선정이나 구역 나눔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았는데 그런 것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기삿거리만을 찾아 오는 패거리들은 끊이질 않았다. 

혜성의 낙하를 예언한 것은 토시키의 딸인 미츠하였지만, 미츠하는 당시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딸, 그이와의 소중한 보물인 미츠하가, 호기심의 대상으로 전락되는 것을 토시키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온갖 질문과 취재 공세들은 모두 토시키가 받아들였다. 학자 일을 하고 있었을 때에도 그만큼 이야기한 적은 없었겠지. 

하찮은 가십 기사나 과학잡지, 끝에는 대형 신문사까지도 토시키가 있는 곳에 찾아와서는, 기대와는 다르다는 얼굴을 하고서는 돌아갔다. 

그도 그럴 것이 왜 그런 일을 했는가, 미츠하도 토시키도 어느 것 하나 알고 있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주위의 환경의 겨우 진정되어 일시적인 피난생활을 하고있던 사람들도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삶의 터전이었던 이토모리 마을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없지는 않았다.

「... 좋아, 그럼. 돌아가야... 아니」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무소에 나와 밀려있던 서류들을 정리했다. 

어찌됐든 오늘 당장 끝낼 수 있는 건 아니니 일단 집에 돌아가야겠지만, 저녁밥 먹을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직 이르다.

지금 토시키는, 아이러니하지만 혜성 덕분에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히토하와 미츠하와 요츠하, 그리고 토시키 4인가족. 처음에는 히토하가 승낙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설득한 뒤 요즘은 매일 불평하면서도 아주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 오랜만에 좀 걸어볼까...」

그러면 지금 당장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토시키는 집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발을 옮긴다. 

이토모리 호수. 원래는 바로 눈앞에 있어야 할 그것은 아직도 철거중인 기왓조각이나 자갈들에 막혀 괜히 멀리 돌아가야만 닿을 수 있었다. 

「여기도, 다 변해버렸구나」

기억에 남아있는 엣 모습과는 다른 이토모리 호수에 다가간다. 

운석충돌의 충격파로 인해 부숴져버리고 남은 잔해들 떄문에 토시키가 알고 있던 그 장소와는 완전히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호수의 수면만은 지고 있는 석양이 어른거려 예전과 다름없이 빛나고 있었다. 

조금 차가운 바람이 수면을 훑고 지나와 토시키의 몸에 닿는다. 바뀌어버렸지만 정겨운 경치에 가슴이 죄어온다.

「후타바... 나는, 제대로 내 할 일들을 하고 있는걸까...」

옛날에 이곳에 왔을 때 쥔 손 안에 있던 따뜻함을 떠올려보며, 토시키는 무심코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가 저물며 호수 저편으로부터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지방에서는 이 시간을 신기한 말로 불렀었지, 하고 토시키는 마음속으로 떠올렸다. 그래, 아마

 

――카타와레도키², 라고

두 목소리가 조곤히 같은 말을 한다.

자신의 목소리와 겹쳐있어도 잘못 들을 리가 없는 사랑스러운 목소리. 설마,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토시키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오랜만이네요... 여보」

그곳에는, 아아 분명히, 태어난 뒤 가장 사랑한 그 사람이 덧없이 미소짓고 있었다.

「후타바...?」

상황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 

냉정한 자아가 드디어 환각을 보기 시작했냐고 속삭이지만, 확실한 감각이 후타바는 환각 따위가 아니라고 소리친다. 

천천히 발을 움직여 토시키는 후타바에게 다가선다. 손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갔지만 토시키는 만지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머뭇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후타바...인건가?」

살짝 볼에, 머리카락에 손을 대본다. 또렷한 촉각은 8년이 지난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후타바의 감촉이라고.

「미안해요, 여보」

그저 당황하고있는 토시키를 후타바가 살며시 끌어안는다.

토시키의 모든 감각들이 이 후타바는 진짜라고 확신한다. 잠시 후타바에게 안겨있던 토시키는 몸을 떼어내며 그 감촉들 덕분에 정신을 되찾는다.

「후타바, 어떻게...? 이건 대체...」

「후후, 당신이라면 알거 아니에요? 지금이, 무슨 시간이죠?」

「...그렇구나, 타소가레³...」

「응, 그러니까, 이건 지금만 볼 수 있는 꿈같은 거. 아, 그래도 전 진짜에요?」

머릿속에서 옛 지식들이 흐르기 시작한다. 

황혼의 시간, 땅거미가 지는 시간⁴. 사람 이외의 것들과 만날 수도 있는 시간. 먼 옛날부터 저승과 이승이 섞이는 시간이라고 불려왔던 시간이었기에, 이렇게 만난건가.

「저, 이제껏 계속 곁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미안해요, 슬프게 해서. 그리고 고마워요. 그 아이들을, 지켜줘서」

「그랬구나... 그렇다면, 꽤나 부끄러운 꼴들도 많이 보였겠구만, 흐트러지기만 해서..」

「아니,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울어줘서, 기뻤어요. 그래서...」

후타바는 거기까지 말하고, 슬프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후타바를 이번에는 토시키가 살짝 껴안아주었다.

「당신이 나쁜게 아니야. 그저, 내가 약했던거야. 그래도 최근엔 드디어 장모님과도 화해했어. 미츠하랑도... 음, 알고 있으려나」

「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정말 다행이에요. 역시 우리 가족이 싸우는건, 보다보면 가슴 아파졌어요..」

「그랬구나... 그건 미안해. 그런... 바로 옆에서, 봐주고 있었던건가...」

줄곧 스스로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족들과 화해한 뒤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서지 못해 다른 세계의 주민처럼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고마워, 후타바...」

「뭔 말을 하는거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봐주는건, 당연한 일인걸..」

「.... 응, 그렇지, 그렇지.. 그럴지도 몰라. 그래도, 역시 불안해져. 이대로 괜찮은걸까 하고. 내가 정장이 된것도 사실은..」

미야미즈를 증오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려했던 입술은, 후타바의 검지손가락이 막아버린다. 

장난스럽게 미소짓는 후타바는 그 손가락을 떼어내며 말했다.

「세상 일들은, 흘러가는 대로 되는거에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면 돼요. 당신은 잘 해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모두를 다 도울 수 있었던 거에요」

「그건... 미츠하 덕분이야. 나는 조금 도왔을 뿐이고」

「그렇다 해도, 당신이 없었다면 모두들 다 무사하진 않았을거에요. 그리고 재해 뒤에도, 미츠하를 위해 전부 혼자서 짊어지고... 나, 정말 걱정되서...」

후타바가 토시키의 등을 감싸 꽉 끌어안는다. 

토시키는 옛날에 그랬듯이 살짝 후타바의 머리에 손을 얹고선 머리를 빗기듯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후타바가 더더욱 세게 끌어안자 토시키가 그것에 맞춰 약간 몸을 숙이니, 목 언저리의 부드러운 감촉이 닿아 다정하게 달라붙어본다. 

여전히 사람이 그리워질 때에는 응석을 부리는구나, 하며 변하지 않은 후타바의 모습을 보고 토시키는 기뻐한다.

「그랬구나... 미안. 이제부터는 신경 쓸게, 걱정하지 않도록..」

「응,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요. 그리고 그렇게 안 해주면, 귀신이 돼서 나타날거에요!」

「하하하, 하여튼, 당신은 정말 당해낼 수가 없네」

토시키가 웃으니 후타바도 똑같이 따라 웃는다. 몸을 떼어내며 토시키는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져가는 태양을 바라본다.

「카타와레도키가..」

「끝나가네...」

슥 하고, 둘 사이에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간다. 

분명 지금의 자신은 울기 일보 직전의 얼굴을 하고 있어, 그것을 있으면서도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이었다. 

런 토시키의 얼굴을 보고 후타바는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기쁜 듯이 웃는다.

「맞아. 여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오늘이...? 아니」

「후후, 그럼, 트릭 오어 트리트! 과자 안 주면 장난쳐버릴거에요?」

즐겁다는 듯이 후타바는 그렇게 말했다. 

이런 귀중한 시간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러고보니 후타바는 이런 느낌으로, 항상 어딘가 엉뚱한 구석이 있었지 하고, 조금은 반갑고도 그리운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토시키는, 지금 이 순간만은 그 솔직한 기분으로 웃을 수 있었다

「응, 역시, 당신은 웃는게 훨씬 좋아요. .... 여보, 영원히 영원히, 사랑해요」

「나도야, 후타바. 영원히, 사랑해」

행복하게 웃는 후타바에게 토시키는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해가 저문다. 후타바의 반짝이는듯한 웃음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온기는 온데간데도 없고 그 대신 차가운, 차가운 바람만이 토시키의 몸을 휘감는다. 

「... 자, 돌아갈까」

이제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그리운 그이의 웃는 얼굴과, 이토모리의 경치는 기억 저편에 확실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 토시키는 있을 수 없었던 재회에 감사하며, 다시 걸어나갔다. 걸어나가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떠올린다. 

할로윈. 아이들이 과자를 받는 날로 알려져 요즘은 분장을 하는 날로서 유명한 그 추수제는, 원래 고대 켈트에서 1년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다고 한다. 

태양의 계절이 지나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 하늘 높이 반짝일 때까지의 춥고도 어두운 계절이 시작되는 날. 

낮과 밤은 고대에 있어서 생과 사 그 자체였으며 결정적인 계절의 단절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 경계에 선 이 날, 이 시간만은 태양의 생과 사가 섞여있는 시간이며 그리고 저승과 이승이 섞이는 때이기도 하다. 

낮도 밤도, 여름도 겨울도, 그리고 저승도 이승도 아닌, 정말 짧은 시간. 그러니 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토시키는 생각했다.

「단거라도 사서 바칠까, 하긴 할로윈은 원래 그런 의미는 없었을 테지만」

토시키가 그렇게 중얼거리니 어디에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뺨을 때린다. 

그것은 마치,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항의의 목소리같아 토시키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낀다. 

정장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표정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후타바가 어디에서 보고있다면 이 정도는 괜찮을거라 생각하며 미소짓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각주]

1. 정 : 町,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로 우리나라 읍~군에 해당

2. 카타와레도키 : カタワレ時 이토모리 사투리로 황혼의 시간. 기적의 시간

3. 타소가레도키 : 誰そ彼時·黄昏時, 황혼의 시간. 어원은 주위가 어두워서 ‘彼は誰か(=그대는 누군가)’하고 묻던 것에서 왔다고 함

4. 땅거미가 지는 시간 : 逢魔が時[오우마가토키], 직역하면 마물과 만나는 시간. 요괴와 만나기 쉬운 시간으로 여겨져 그리 이름 붙었다고 함.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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