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11편 '오늘의 마지막 즐거움은'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
『요츠야- 요츠야-』
차내방송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타키는 역에 내렸다.
요츠야역, 타키가 아버지와 함께 살던 때에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었고, 그리고 미츠하와 살고 있는 집에서도 가장 가까운 역이기도 하다.
역 앞의 음식점에서 흘러퍼지는 향기는 안 그래도 일 때문에 지킨 타키의 공복을 자극해 저절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술집에도 레스토랑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일직선으로 집을 향해 가는 것은 '저녁밥 해놓을게' 하는 문자가 방금 전에 왔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면, 어느정도 같이 만들 수 있으려나」
오늘은 잔업도 거의 없고 동료가 마시자는 권유를 거절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이었다.
미츠하와 만나고 나서 솔직히 타키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때가 많이 생겼지만,
그렇다 해도 항상 거절하는 건 아니고 미츠하도 여성 동기들과 함께 밥 먹으러 갈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미츠하가, 오늘은 집으로 와, 등의 문자를 보내준다면 회식따위에 가지 않는다.
어떻게든 동료를 설득하고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납득시켰지만 분명 다음주에 회사에서 엄청 놀림받을듯해 조금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과장은 다 알면서도 히죽거리곤..」
미츠하와 재회했을 때 지각하고서는 사정을 다 털어내어 그 이후로도 과장은 이것저것 상담을 받아주기도 했다.
타키로서도 연상의 여러가지 의견들을 들을 기회는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도 되었지만 아무래도 그냥 술안주거리로 이야기를 받아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뭐, 그 정도로 끝날 정도면 다행이라고 해야하려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타키는 집을 향해 척척 걸어나갔다.
늘상 하듯 아파트를 올려다보고 자기 집에 불이 켜져 있는것을 확인한다. 그런 아무렇지도 않고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이 어째서인지 타키는 마음에 들었다.
결코 예쁘고 큰 아파트는 아니지만 둘이서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한 집. 확실히 여기가 내가 돌아와야 할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불이 켜져 있는 날은 미츠하가 먼저 와 있다는 것이고, 그 사실만으로 입꼬리가 올라가버리는 것은 역시 너무 의존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 좋아」
계단을 다 오른 타키는 옷자락 매무새가 흐트러져있는지 확인한 뒤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왔어-」
복도 저 끝까지 다 들리도록 약간 큰 목소리를 낸다.
그러니 슬리퍼를 찍찍 끄는 소리를 내며 앞치마 차림의 미츠하가 종종걸음으로 나온다.
미츠하는 타키 눈앞에서 멈추고 팟 하고 기세좋게 얼굴을 들어올린다.
평소의 웃는 얼굴과는 다르게 얼굴을 홍조로 물들이고 눈물까지 어려있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미츠하에게 타키는 무심코 입을 다물어버린다.
바라본 것은 일순간으로 그 다음 미츠하는 부끄럽다는듯, 하지만 어쩐지 기쁘다는듯 이렇게 화답했다.
「어, 어서와 타키군. 에... 일단 밥 먹을래? 목욕? 아니면.... 나・부・터?」
그 때, 분명히 타키의 몸속에 전류가 찌릿 흘렀다. 적어도 그렇게 느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거냐 넌' 하고 냉정히 반응하는 자신은, '뭐냐 너 왜이렇게 귀여워!' 하고 말하는 자신에게 봉쇄되어 무의식 중에 사라져버린다.
드라마 등에서도 자주 나오는 대사지만 그걸 미츠하가 말하니 이렇게까지 파괴력 있다는게 놀랍다.
말도 말이지만 얼굴을 발갛게 붉히며 그리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듯이 배시시 웃는 미츠하에게 타키는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듯 마비되어 버린다.
「에, 타키군...?」
기다리다 못 참겠는지 미츠하가 살짝 몸을 기대온다.
그 때 처럼, 가슴팍에 몸을 기대오는 미츠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불안한듯이 쳐다본다.
「설마, 이런거 싫어하는거야...?」
그 한마디가 치명상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트리고, 미츠하의 등, 그리고 목에 팔을 두른다.
「에? 타키구...」
예상치 못한 입맞춤에 미츠하는 순간 놀랐다는 듯 눈을 둥글게 뜨고,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미츠하의 긴장해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진정했을 쯤에 타키는 다시 몸을 떼어냈다.
아쉽지만 이렇게 현관에서, 그것도 밥도 그냥 둔 채로 계속 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미츠하... 라고 하고 싶지만 일단 밥부터 먹어야지」
「나는 밥보다 뒤인거야?」
「아- 그니까, 그거야. 기대되는건 맨 마지막으로 미뤄두는 거랬잖아」
자기가 변명하고도 잘 말했다고 생각하는 타키였지만 미츠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불만스러워 보이는 표정이다.
하지만 달리 반박할 방법도 없어보여 심통부리고 있는거겠지 하고 판단한 타키는 일단 구두를 벗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더 당황할줄 알았는데!」
「적어도, 키스를 참지 못할 정도로는 효과 있었어」
「그건 맨날 하고있으니까..」
하긴 그렇다. 하지만 평소에는 더 짧고 간결한 키스니까 역시 오늘은 좀 다르다고 타키는 생각한다.
「아니아니 평소보다 그러니까...알잖아?」
그런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타키는 평소처럼 코트와 양복을 벗고 넥타이를 푼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주름진 옷자락을 쫙 펼치고 뒤돌아보니 거의 밥 준비가 다 된듯했다.
「그럼, 먹자!」
「어, 고마워. 냄새 좋다...」
의자에 앉아 미츠하가 퍼다준 밥그릇 앞에서 합장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오는 밥의 냄새를 들이마시며 타키는 젓가락을 집었다.
「하아, 몸이 따뜻해진다... 오늘 꽤 추웠잖아-」
「응, 진짜 겨울 다 됐네, 나도 목도리 꺼내둘걸 하고 후회했어」
「그렇네, 아 그나저나 미츠하, 아까 그건 대체 뭐였던거야」
타키의 물음에 부르르 하고 미츠하의 몸에 떨린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면 역시 미츠하도 부끄러웠다는 것은 확실한듯했다.
「에, 그게... 음... 기뻐하려나-해서」
「에?」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되묻는다. 웅얼거리는 미츠하는 타키의 반문에 약간 화난듯이 얼굴을 들어 자포자기한듯 입을 열었다.
「타, 타키군이 좋아해줄거라고 생각한거야!! 요즘 타키군 일때문에 바쁜거같고... 그래서, 그.... 조금이라도 기운냈으면 해서....」
처음에는 커다랬던 미츠하의 목소리가 부끄러운지 점점 작아진다.
타키는 귀여운 말을 하는 미츠하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둘 사이를 식탁과 식사가 가로막고 있었다.
어쩔 수 없으니 타키는 가능한 한 가장 다정하게 미츠하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고마워 미츠하. 솔직히 엄청 기뻤어... 그리고 엄청 귀여웠어」
「그, 그랬어?」
「응, 새색시같다고나 할까... 독점욕이 막 끓어올라서 부끄럽긴 하지만, 미츠하도 나랑 똑같구나.. 라고나 할까..」
무슨 말을 하는지 자기도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꼈다.
귀여운 것도 있지만 미츠하가 자신을 위해 그런 말을 해 주는 것 자체가 기뻤다.
횡설수설하는 타키의 말을 다 들은 미츠하는 더욱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그, 그건 그니까... 나도 곧 타키군이랑 결혼할테니까... 그리고, 난 이미 타키군거야....? 나의 모든 게, 타키군 거인걸...」
그렇게 말하고 미츠하는 타키 얼굴을 보며 에헤헤 웃으며 기쁜듯이 반지를 어루만졌다.
그런 몸짓이, 말이, 타키의 뇌를 직접 자극하는듯이 울러퍼져 타키는 무심결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하아.... 너, 날 죽일 셈인거냐...」
넘쳐흐르는 한숨은 마음 속의 뜨거움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너무도 뜨거워 화상을 입을듯한 마음을 어떻게든 식혀본다.
심호흡을 두 번 정도 반복하고 진정시킨다.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하는 선까지 진정시킨 타키는 다시 얼굴을 들었다.
「후우, 진짜 죽는줄 알았다..」
「하여튼.. 괜히 그런다니까, 그보다 그렇게까지 리액션하면, 나도 부끄러워지잖아..」
「괜히 그러는게 아니야- 하여튼, 네가 얼마나 귀여운지 좀 자각하라고.. 그리고 그렇게 말했으니 하는 말인데, 나도 네 거잖아..」
이건 대체 무슨 이상한 화내는 법인건지, 하고 생각하지만 사실을 말하는 거니 별다른 수가 없다.
어떻게든 자기 행동을 정당화시킨 타키는 지금 식사 중이었다는 것을 겨우 떠올려 다시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키군도, 자기가 얼마나 잘생긴지 모르잖아, 뭐 그게 타키군의 좋은 점이지만..」
미츠하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끝낸건지 타키처럼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무슨.. 아 됐어 얘기 안해도 돼」
「에-? 할 말은 잔뜩 있는데... 아쉽네, 뭐 그래도 비밀로 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일단 그렇게 끝내두는게 내 심장에 좋아..」
이런 흐름의 대화로는 타키는 어떻게해도 미츠하에게 이길 수가 없다.
미츠하를 말로 밀어붙여도 부끄러워하는 미츠하를 보고 타키 자신이 데미지를 입어버리니 어쩔 수가 없다.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타키였지만,
뭐 미츠하에게는 이기지 못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니까 타키는 미츠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문득 생각한다.
「음..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어, 일단 참아주지! 그나저나 오늘 이 된장국, 평소랑 좀 된장 다른거 알았어?」
「에? 잠깐 기다려봐... 아, 진짜네. 평소엔 좀 더 아카미소 맛이 강했는데」
「응, 아카미소가 다 떨어져서 바꿔봤어, 이상하진 않지?」
「전혀 안 이상해. 음, 나는 둘 다 맘에 드네」
다행이다, 하고 웃는 미츠하는 자기도 확인해보겠다는듯 된장국을 먹고 있다.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를 하면서 먼저 식사를 끝마친 미츠하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일단 난 빨래 좀 할테니까, 타키군은 목욕 하고 와」
「아니 미안하니까 나도 도울게... 그리고 잘 먹었습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된장국을 음미한 뒤 다시 손을 합장한다.
「음- 안 도와줘도 되는데... 목욕부터 빨리 하고 오는게 좋은데...」
「에? 왜?」
같이 하는게 빠를테고 그리고 타키는 미츠하만 혼자 빨래 하게 두기 싫었다.
하지만 그런 상식적인 타키의 생각은, 미츠하가 좀처럼 짓지 않는, 장난스러운 웃음에 완전히 부숴져버렸다.
「아까 마지막은... 나, 랬잖아? 나도 이제 참기, 힘드니까..?」
아무래도 오늘은 타키가 미츠하에게 절대 이기지 못하는 날인듯하다.
그런 미츠하의 웃음을 본 타키는 말없이 일어나 목욕할 준비를 했다.
타키도 미츠하가 그렇게까지 말해버린다면 더 이상은 참기 힘들었던 것이다.
'너의 이름은 > 애프터 시리즈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외. 달콤한 한 해의 시작에 (0) | 2019.07.18 |
---|---|
12. 두 사람의 달콤하고도 기나긴 하루 (0) | 2019.07.18 |
10. 두 사람의 방에서 혼자 보내는 밤 (0) | 2019.07.18 |
9. 무녀와 고슴도치의 밤 (0) | 2019.07.18 |
8. 요리 대결과 내기 (0) | 2019.07.18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