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15편 '남쪽 섬에의 신혼여행'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
1편 '이어지는 시간' - Part 1 / Part 2 / Part 3 / 픽시브 원작 링크
3편 '처음 만나는 옛 친구' / 픽시브 원작 링크
4편 '새로운 집의 첫 방문자' / 픽시브 원작 링크
6편 '단풍과 온천과 두 사람의 술자리' - Part 1 / Part 2 / 픽시브 원작 링크
7편 '하루의 끝은 그대와 함께' / 픽시브 원작 링크
9편 '무녀와 고슴도치의 밤' / 픽시브 원작 링크
10편 '두 사람의 방에서 혼자 보내는 밤' / 픽시브 원작 링크
11편 '오늘의 마지막 즐거움은' / 픽시브 원작 링크
12편 '두 사람의 달콤하고도 기나긴 하루' / 픽시브 원작 링크
번외편 '달콤한 한 해의 시작에' / 픽시브 원작 링크
14편 '신혼 부부의 그날 밤은' / 픽시브 원작 링크
15편 '남쪽 섬에의 신혼여행' / 픽시브 원작 링크
16편 '미츠하 집에서의 하룻밤' / 픽시브 원작 링크
17편 '미래의 한 형태' - Part 1 / Part 2 / 픽시브 원작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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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 꽤 덥네」
공항에서 한 발짝 내딛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한 더위에 타키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태양은 계절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따갑게 빛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있던 도쿄와 큰 차이가 느껴져 여행을 왔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며 타키는, 겉옷을 벗으며 옆에 서있는 미츠하를 바라보았다.
「여름같네, 갈아입을 옷 많이 가져와서 다행이다」
「지금부터 바다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일단은 호텔에 짐 맡기러 가자」
「응」
타키는 태양처럼 미소짓는 미츠하의 손을 잡고 걸어나갔다.
손을 맞잡으며 자연스레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에 타키는 무심코 저번주에 있던 일을 떠올린다.
약혼자에서 정식으로 부부가 된 그 날, 그 날부터 오늘까지 여행 준비나 결혼식 정리 등으로 바빴지만 오늘부터는 드디어 느긋이 지낼 수 있었다.
신혼여행. 일생에 한 번 뿐인 이 여행의 일정을 결정하는게 꽤나 어려웠다. 예산이나 시간 분배, 그리고 서로의 희망.
애초에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는 것 부터가 여러모로 꽤 힘들었는데 거기에 더해 여행까지 가려니 사치를 부렸다고 해도 좋을거다.
「이곳저곳 고민했지만... 방금 바다 본 것만으로도 여기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응, 엄청 예뻤지. 진짜 티비에 나오는거랑 똑같더라」
그래도 가능한 한 추억으로 남을 여행을 하고 싶다. 그 마음은 당연히 타키도 미츠하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국내에서 둘 다 가본 적이 없고, 더욱이 신혼여행지로써 인기가 높은 곳. 일본의 최남단 도도부현¹인 오키나와로 두 사람은 온 것이다.
「와아... 가까이서 봐도 예쁘네」
「아직 따뜻할 때 와서 다행이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타키는 호텔 바로 옆에 있는 해수욕장을 바라본다.
수면은 햇살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지금 이 계절에도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도 그런대로 보였다.
곁을 보니 수영복 위에 파카를 걸친 미츠하도 눈을 반짝거리며 수평선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옆이 해수욕장이라 편리하네. 탈의실도 호텔에서 갈아입고 오면 되는거고」
「뭐 거기도 우리 호텔 일부니까, 사유지에는 못들어가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빈 자리 많으니 난 뭐 충분해」
여름이라면 분명 꽉 차있을 터인 해수욕장이지만 이 계절이라면 오히려 텅텅 빈 수준이다.
기온도 바다에 들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더위라 지금 이 정도라면 한여름에는 너무 더울 것 같다.
「파라솔은... 이쯤이면 되려나」
파도가 밀려오지 않을 정도의 자리에 호텔에서 빌린 파라솔을 세우고 돗자리를 깐다. 귀중품은 호텔에 맡겨뒀으니 누름돌이 될 아이스박스만 놓아두면 완료다.
「고마워, 타키군. 에, 그럼...」
「아- 일단 돗자리에 앉아서 느긋이 보내는 것도 난 좋아? 좀 피곤하기도 하고」
머뭇거리는 미츠하에게 타키는 괜히 신경을 쓰게 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말했다.
파카의 소매를 괜히 정돈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미츠하는 고민하는듯 돗자리와 바다를 번갈아보며 비교해본다.
그 행동 자체가 귀여워서 껴안고 싶어지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미츠하를 더 부끄럽게만 하는 것 같아서 참는다.
애초에 미츠하가 수영복을 입은 모습은 아직 본 적이 없다. 타키고 가능하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미츠하는 각오를 다졌다는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 아니 괜찮아. 이왕 온건데, 바다에서 놀고싶고 그리고...」
「그리고?」
「이, 이 수영복도... 타, 타키군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열심히 고른건데」
그렇게 말하고 미츠하는 걸치고 있던 파카를 벗어 돗자리 위에 살짝 놓았다.
타키가 멍하니 지켜보는 와중에 미츠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수영복을 보여주려는지 한 바퀴 빙 돌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어때? 이상하지 않아?」
미츠하가 좋아하는 엷은 분홍색깔 수영복. 가슴부분에 프릴이 달려있는 그 수영복 자체는, 뭐 예상 범주 내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비키니에, 거기다 자기 아내가 그런 귀여운 동작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만약 예상 하고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어쩔 줄 몰라 했겠지.
「아- 그, 엄청 잘 어울려」
타키는 어떻게든 입을 열어 저 한 마디만을 입에 담았다. 그 말을 들은 미츠하는 약간 불만스러운지 한 발짝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그, 그것뿐이야?」
「에? 아... 아니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솔직히, 엄청 귀여워, 그리고... 예뻐」
「에, 에헤헤... 다행이다」
고개를 숙이며 아주 살짝 들릴 정도의 소리로 그렇게 말한 미츠하는 활짝 웃으며 타키의 손을 잡았다.
「칭찬해줘서 고마워... 지, 진짜로 기뻐」
「아니, 나야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
타키의 말에 미츠하는 그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야, 타키군이 칭찬해주는게 제일 좋으니까. 그럼 좀 이르지만, 갈까?」
「응, 그러자. 근데 선크림같은건 괜찮은거야?」
「아까 미리 발라둬서 괜찮아. 아, 설마 타키군이 발라줄거야?」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부끄럽잖아」
걸어가며 장난치듯이 말하는 미츠하와 맞잡은 손에 무심코 힘을 준다. 아무리 사람이 적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있다.
사실은 미츠하의 수영복 차림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그건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단념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는 모습이라니, 그것이야말로 타키의 독점욕이 용서하지 못한다.
「후훗, 농담이야. 자외선은 피부의 천적인걸, 제대로 신경 써뒀지」
「하아... 그럼 다행이다. 뭐 미츠하 피부는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기쁘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신경을 써야 하는거겠지? 그... 타키군이 만질 때 부끄럽지 않을 피부였으면 하니까」
그렇게 말하고 수줍어하는 미츠하를 보며 타키는 무심결에 일순 발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은 비겁하다고 타키는 생각한다.
지금 당장 만지고 싶은 충동을 밖이니까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타키의 사정은 분명 미츠하도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는 건 미츠하도 역시 여행으로 들떠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뭐 그건 뭐랄까... 고마워」
「후훗, 뭘. 그럼 슬슬 들어가볼까」
「그래. 물은... 딱 괜찮은 정도네」
발을 들어 가볍게 물에 담가보니 순식간에 서늘한 감촉이 발을 감싼다. 하지만 차가웠던 것은 잠시간으로 발은 금방 수온에 익숙해졌다.
「아, 진짜다. 읏, 처음은 좀 차가운데 기분좋네」
「슬슬 추워질 때니까, 꽤 아슬아슬하게 왔네 이건」
아직 기온은 반팔로 지낼 수 있을 정도이고, 수온도 나름대로 높은 듯하다.
하지만 1개월 정도만 지나면 역시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워질 터이다. 미리 조사한 뒤 오긴 했지만 딱 좋은 타이밍에 왔다고 타키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나저나 물도 투명하고 좋네, 발까지 다 보여」
「모래가 고와서 그런가, 뭔가 밟히는 느낌이 좋지 않아?」
「아, 타키군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뭐라하더라... 자박자박?」
발끝으로 살짝 바다의 모래바닥을 찌르니 새하얀 모래들이 일어난다. 치바² 등의 바다와는 모래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른데, 그런데도 바다는 거의 뿌예지지 않는다.
발에 전해져오는 감촉이 어쩐지 기분좋아서 그렇게 바닥을 보며 걸어다니고 있어서 그랬는지
「타-키군!」
「응? 에 어풉!!」
미츠하가 불러서 무방비하게 얼굴을 들어버려, 그 결과 얼굴 정면에 바닷물을 듬뿍 맞아버렸다.
「크흡, 왜 그래!」
「아니 타키군, 아래만 계속 보고 있잖아. 그리고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이거」
미츠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양손으로 물을 튀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키도 똑같은 짓을 두 번 당할 바보는 아니어서 가슴팍까지만 물을 맞으며 어떻게든 피하고, 이번에는 되갚을 셈으로 물을 미츠하에게 튀겼다.
「끼얏, 아- 타키군 너무하잖아-」
「아까 미츠하가 먼저 그랬잖아? 하!」
「나도 그럼!」
물을 맞는 순간에는 괜찮아도 그 이후 금방 바닷물의 차가움이 느껴진다.
물장난은 흔하디흔한 드라마에 나오는 학생들이나 할법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회인이 된 뒤에도 열심히 당사자로서 하고 있던 타키는 그걸 그저 마음껏 즐겼다.
「미, 미츠하 잠깐 이제 진짜 다 젖어서」
「에- 나도 다 젖었어-? 아 맞아 그러면」
「어? 우, 우와 잠깐 기다」
그 뒷말은 말 그대로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미츠하에게 떠밀려 타키는 바닷물 속으로 넘어져 잠겨들어갔다.
밀리던 찰나 숨을 최대한 쉬어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고, 직후 몸이 부유감에 휩싸였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소리들이 잠시 사라져버리고, 그 뒤 타키는 갑자기 입술에 느껴지는 감촉에 눈을 떴다.
에메랄드 색으로 빛나는 세계. 해수면으로부터 뻗어져 들어오는 햇살이 바닷물 속을 비추어 파도에 맞춰 흔들리고 있다.
일순 따가웠던 눈은 그 아름다움에 홀려버려 아픔조차 잊어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세계 속에서 한결 더 아름답게 보이는 미츠하의 모습에, 타키는 눈길을 빼앗겨버린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얼굴을 보고 방금 전의 감촉은 역시 키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난스러운 미소는 그야말로 인어공주나 용궁의 선녀의 것이라 불러야 해야할까. 그 순간, 적어도 타키에게는, 미츠하는 바닷물 속의 공주였다.
「미츠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타키는 미츠하를 부른다.
입에서 나오는 거품들은 그저 수면을 향해 올라갈 뿐. 하지만 미츠하는 조금 놀랐다는 표정을 하고서는, 그리고 웃음지으며 입을 연다.
그 말은
「타키군」
분명히 타키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그 말에 웃음으로 화답한 타키는 미츠하의 손을 끌어당기며 가까이 다가간다.
빛줄기가 기둥처럼 줄지어 서 있는 수중 신전. 거기에서 타키는 눈을 감고 있는 미츠하의 볼을 손으로 살짝 어루만지고, 미츠하의 입술에 살며시 자기 입술을 겹쳤다.
「음...」
한 순간의 감촉. 물 속이라 평소와는 다른 상황이라 그런건지, 어쩐지 신선한 입맞춤.
수 초도 되지 않는 입맞춤을 끝내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후아아... 하아, 놀랐잖아...」
「하아... 후훗, 타키군 놀란 얼굴, 귀여웠어」
둘 다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는 건, 약간 무리하게 숨을 참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미츠하 얼굴이 새빨간 건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타키는 생각하지만.
「그야 놀라지, 왜 그런거야 갑자기」
「그, 원래는 그럴 생각 없었는데... 물 속에서 타키군 얼굴이 눈앞에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해버렸어」
「하아, 나도 모르게라니 너... 뭐 상관은 없지만」
어물거리는 미츠하를 보며 타키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여행으로 꽤 대담해진 미츠하와 앞으로 5일을 더 보내며 과연 자기 심장이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하고, 그런 걱정을 해버리는 타키였다.
「피곤하다...」
「뭐 엄청 놀았으니까..」
호텔 방 안. 침대에 앉으며 중얼거리는 미츠하의 말에 힘빠진 목소리로 타키가 대답한다.
바다에서 실컷 놀고 나니 몸은 이미 움직일 수도 없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평소 운동부족이었던 게 이렇게 나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미츠하는 고개를 돌려 방을 둘러본다.
넓은, 너무 넓다고 해야 할 객실.
흰색과 하늘색으로 통일되어있는 방은 열려있는 창문으로부터 들려오는 아스라한 파도소리와 닮아있어, 방 안에 있으면서도 마치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 그래도 그 덕분에 목욕할땐 엄청 좋았지」
「뭐 그랬지. 바닷물은 아무래도 끈적거리니까, 바다 들어가면」
「밥도 맛있었고, 경치도 아름답고... 행복하다」
창밖을 내다보면 수평선까지 이어져있는 별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10층 정도 높이에 위치해있는 이 방은 바다를 전망할 수 있어서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낮에 놀았던 해수욕장이 보일 터이다.
한낮의 찬란히 빛나는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달빛을 반사하는 바다는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
「여기로 하길 잘했다」
「응, 이게 앞으로 4일 더 있는거지」
옆에 서 있는 타키의 얼굴을 올려다 바라보며 미츠하는 손을 내뻗는다. 타키의 손을 감싸쥐며 약간 힘을 줘 미츠하는 일어섰다.
「그래도 시간은 제한돼 있는거니까, 열심히 놀아야지」
「그야 그렇지. 그럼 이제 뭐할래? 해수욕장이라도 산책할까?」
「응!」
타키의 제안에 미츠하는 웃으며 끄덕거리고, 웃옷을 걸치며 방을 나섰다. 낮동안에는 반팔로도 멀쩡히 다닐 수 있던 기온도 밤에는 한 겹 더 걸쳐야 좋게 되었다.
해수욕장으로 나오니 낮에는 어느정도 있던 사람들도 거의 없고, 가로등 가 벤치에 몇 명 정도가 앉아 있는 정도였다.
「일단은, 걸을까」
타키가 끄덕거린 것을 확인하고 미츠하는 타키와 나란히 특별한 목적도 없이 걸어나간다.
원래는 새까매야 할 발 언저리는 적당히 세워져있는 가로등 불빛 덕분에 좀 어둑어둑한 정도.
발에 채이는 것 하나 없는 모래사장과 어렴풋한 불빛이 약간 로맨틱하다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밤이라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이네」
「후후, 그렇네. 그래도 파도소리도 잔잔하고, 바람도 기분좋아...」
바닷물의 짠 내음이 묻어있는 바람이 불어온다. 치마 끝이 살짝 흔들리며 기분 좋은 선선함이 온몸을 간지럽힌다.
모래알이 사박사박 밟히는 감촉도 눈앞에 펼쳐진 별로 가득한 하늘도, 모두 평소엔 보지 못하는 경치.
그런 비일상 속에 있지만 맞잡은 타키 손의 따뜻함만은 변하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같이 와서 다행이다. 진짜로」
「엄청 고민했지... 고민한 보람은 여러모로 있지만, 어쨌든 결혼식 뒤에 바로 여행가지 않은건 잘 한 것 같네」
「하핫, 그렇네. 그 뒤에 그대로 갔으면 아주 죽었지 분명」
「이렇게 산책할 여유도 없었겠지, 아마」
미츠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왼손에 끼워져있는 반지의 감촉을 깨달았다. 고작 1주일 사이에 꽤나 손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보기만 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결혼식 후 며칠간은 훨씬 더했다. 볼 때마다 마음이 놓여 싱글벙글해지는 건 자기가 봐도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
직장 동료들은 그런 미츠하를 볼 때마다 히죽히죽 웃고, 선배들은 그것만 커플로 맞춰서 다행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을 정도니까.
「뭐 어쨌든, 난 타키군이라 함께 와서 행복해...」
「응, 그렇지. 미츠하 수영복 입은 것도 볼 수 있었고」
「아 그거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부, 부끄럽다니까」
「부끄러워하는 미츠하도 귀여우니까 미츠하가 나쁜거야」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타키에게 미츠하는 볼을 부풀어올리며 비어 있던 손으로 허리를 쿡 찔렀다.
오늘 타키는 어째선지 전체적으로 적극적이여서 이런 부끄러운 말도 평소 이상으로 서슴없이 말한다.
미츠하도 조금 들떠있는건 자각하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타키는 훨씬 대담했다.
「그, 그건... 역시 부끄러운데...」
「하핫, 미안 미안. 그래도 진짜 귀여웠어, 수영복. 어울렸고」
「...진짜, 타키군 바보!」
입 속으로 미츠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타키 품에 끌어안겼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봐두고 열심히 고른 수영복을, 어울려서 귀여웠다고 말해주는데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낮에는 수영복 차림을 보여주는 부끄러움이 더했는데, 지금 이렇게 말해주니 기쁨이 점점 커져간다.
「모래사장이라 그런지 좀 걷기 힘드네... 아, 벤치 비어있는데 어쩔까?」
「그럼 좀 앉을까. 파도 소리 들을 기회도 거의 없었으니까」
「그렇네, 그럼」
모래사장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 하나에 나란히 앉는다. 다른 벤치와의 간격은 충분히 넓어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겠지.
「... 별 예쁘다」
「응, 예쁘네... 그러고보니 미츠하는...」
「이제는 뭐 괜찮아. 타키군이랑 같이 있기도 하고」
한동안 미츠하는 밤하늘을 보는걸 두려워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저 멀리 빛나고 있는 별이 떨어져버리면 어쩌지 하고.
그래도 그런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던 것도 2년 전쯤 까지였다. 타키와 함께 여관에서 바라본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을 보고 나서야 순수하게 예쁘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산에서 바라보는 별하늘이랑, 좀 다른 느낌이 들어. 뭐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별하늘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타키에게 미츠하는 뭐라 말해야 좋을지 고민한다.
옛날에 보았던 별하늘을 떠올리며 눈앞에 펼쳐져있는 하늘을 바라본다. 별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적기에 분명 배치나 그런 문제는 아닐테고.
「뭐랄까... 이 하늘은 다정한 느낌이 난다고 해야하나. 보고 있는 내 기분이 달라져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산에서 보는 별하늘은 예쁘긴 해도 좀 멀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자기가 말하고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애초에 물리적거리라면 산에서 보는 별하늘이 더 가까울 터인데.
「다정한 느낌... 이라...」
타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조용히 별하늘을 바라보았다. 미츠하도 다시 위쪽을 바라보며 머나먼 별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도 닿지 않는 별의 다른 점. 역시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분명히 여기 있는 별하늘이 아름답다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으음, 확실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네」
「타키군도? 음, 파도 소리 덕분이려나」
「뭐 그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러고 있으니 안정되는건 확실한거 같아」
「그런가... 응, 그렇네」
상냥하게 맞잡은 손에 전해져오는 힘에 미츠하도 꼭 맞잡으며 화답한다.
둘이 함께 있으면 차분해지는 것은 역시 타키도 마찬가지구나 하고 느껴, 그것만으로도 미츠하는 안심하게 된다.
타키의 어깨에 기대려고 몸을 기울이니, 타키는 살짝 몸을 틀며 안아주었다.
「그래도 뭐랄까... 그냥 이러고만 있으면 평소랑 별다를게 없네」
「후훗, 그렇네」
확실히 그렇다고, 미츠하는 작게 중얼거렸다. 듣고 보니 집에서도 가능한 한 붙어 있으니, 주변 경치가 변한 것 정도만 다르다.
하지만 평소와 같이 하고 있어도 장소가 다르니 신선하다. 그런 것들을 미츠하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맞아 미츠하, 평소대로라면...」
「에? 타키구... 읏...」
그야말로 평소대로, 타키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일순 놀랐지만 어차피 누구에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봤던 사람들도 전부 커플이였지 하고, 미츠하는 팔을 타키 목에 둘러 안는다.
평소대로라고 하지만, 평소보다 길고 깊은 키스. 타키가 힘을 풀며 미츠하도 잠시 얼굴을 떼어낸다.
「뭔가 오늘은... 밖인데도, 대담하네」
「응, 타키군이 먼저 해왔잖아, 대담한건 타키군도 마찬가지야?」
이 말에 무언가를 대답하려고 열린 타키의 입을 이번에는 미츠하가 팔에 힘을 주며 막는다.
일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이다, 일상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도 좋겠지 하고, 미츠하는 내심 변명을 하며 얼굴을 떼어낸다.
「이거, 평소랑은 전혀 다른데」
쓴웃음이 섞인 말을 하는 타키에게 미츠하도 살짝 웃어보였다.
「응, 그렇네. 그래도 그... 평소랑 다른것도 좋지... 않아?」
「뭐야 그게. 아- 그보다, 슬슬 돌아가자?」
「나는 괜찮은데... 타키군은 호텔로 돌아가고 싶어?」
살짝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솔직히 미츠하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 애초에 이런 것들을 해놓고서 언제까지고 참고 있는 것도 무리였다.
그래도 타키가 먼저 해온 거고, 약간은 짓궂게 굴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런걸까.
「응, 가고싶어. 왜냐하면」
타키는 그렇게 말하고 팔에 힘을 힘껏 줘 미츠하는 타키에게 부둥켜안기며 일어섰다. 속삭이는 듯한 타키의 목소리는 귓전에서
「솔직히, 참는것도 한계야. 방에서 빨리 계속 하고싶어」
뜨겁게 울렸다.
놀란 미츠하 앞에서 타키는 몸을 떼어내며 볼을 긁적였다.
분명 밝았다면 타키의 새빨간 얼굴이 보였겠지 하고 느끼며, 하지만 분명 지금 자기 얼굴도 새빨개져있을 테니 어두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순의 망상에서 돌아온 미츠하는 타키의 손을 다시 잡으며 입을 열었다.
「응! 나도. 나도 그... 빨리 타키군이랑 같이, 하고 싶으니까...」
미츠하의 말에 타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꽉 잡으며, 조용히 걸어나갔다.
그것만으로 대답은 충분해서, 미츠하는 밝은 곳으로 나오기 전에 달아오른 얼굴이 진정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봐봐 봐봐 타키군」
「에? 아아... 벌써 이런 시간인가」
창가 자리에 앉아있던 미츠하가 말을 걸어서, 타키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키나와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
구름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저편에는 저녁노을이 지려고 하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많은 추억이 담겨있는 깊은 풍경. 언젠가 산 위에서 보았던 풍경과 닮은 그것을 보며 타키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카타와레도키』
자연스럽게 겹치는 말에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후훗, 항상 이러네 우리」
「딱히 맞추려고 하는건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진짜 아름답네...」
「응... 진짜로」
말 그대로 눈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세계.
저 멀리까지 이어져있는 새하얀 바다는 지금은 빨강에서 주황, 그리고 짙은 검정으로 색채를 바꿔가고 있었다.
하늘은 하얗고도 짙은, 언젠가 본 카타와레도키의 하늘보다도 더더욱 짙디짙은 파랑으로 변화해가고, 까맣게 된 곳에는 희미하게 별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산 위에서 본 때보다 훨씬 예쁠지도...」
「방해하는 게 거의 없어서 그러려나...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이론은 잘 모르겠다.
하늘에 관해서는 완전히 전문 외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은 어떻든 상관없다고 타키는 한숨을 지었다.
이 경치에 이론을 붙이는 짓은, 그야말로 진부하기만 한 것이니까.
「뭐 그걸로 된거지. 예쁜건 예쁜거니까」
「그것도 그렇네. 우연이지만, 이 시간으로 하길 잘했네」
「응, 진짜. 뭔가 이번 여행에서 예쁜 경치 너무 많이 본 기분까지 들어」
웃음짓는 미츠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모래사장과 별하늘, 산호초의 바다와 거대한 수족관의 수조들. 거기에 카타와레도키의 하늘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수년치를 다 본게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뭐 그래도, 많아서 나쁠건 없으니까. 또 여행가는거 기대된다」
「그렇네... 있잖아, 타키군」
「왜?」
미츠하의 어조가 조용해져서 타키는 미츠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덧없이 섭섭해 보이면서도 행복하다는 듯 웃는 얼굴. 그런 모순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미츠하는 역시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여행, 끝나버렸네」
「... 응, 그렇네. 엄청 재밌었어」
「응, 나도. 그래서 여행이 끝나버린게 아쉽지만... 그래도 조금은 기뻐」
미츠하의 말에 타키는 왜?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츠하는 그런 타키의 눈빛을 부끄러운지 한번 피하며, 창문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저녁노을을 뒤로 하며 이야기했다.
「타키군이랑 함께인.. 그, 타키군의 아내로 지내는 일상이 기대되는걸. 결혼식 뒤에는 계속 바빴지만, 내일부터는 여러모로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고」
-- 그래서 지금부터 시작할 일상이, 그저 그게 기대된다고 미츠하는 말하고, 미소지었다.
듣고 보니 확실히 지금까지는 비일상의 연속이었다.
거기에 쫓기듯이 잊고 있었지만, 미츠하와의 생활은 지금부터 시작될 나날이 일상으로, 그 일상이 계속되어갈 것이다.
애초에 동거하고 있었으니 극적인 변화는 바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바뀌어 갈거라고, 타키도 생각했다.
「듣고보니 확실히 그렇네. 계속 바빴으니까...」
「응. 그래서 여행이 끝나버린건 물론 섭섭하고 아쉽지만... 약간은 기쁘기도 하네- 해서. 타키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미츠하. 듣고 나서야 안 것이긴 하지만 확실히 타키도 같은 기분이여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응, 나도. 아쉽지만, 내일부터 어떤 미츠하를 볼 수 있을지 기대돼」
「후훗, 기대해주는거야? 그럼 나도 기대해버린다?」
「어, 맡겨만 둬. 미츠하의 남편으로서 어울리도록 노력할테니까」
「응! 기대하고 있을게」
일상에의 귀로는 아쉬움만이 아닌 행복도 동반하고 있었다.
아직 들떠있는 이 마음도 도쿄의 차가운 공기에 닿는 순간 나아지겠지. 모레부터는 일도 다시 시작해 드디어 지금부터 계속될 일상이 시작된다.
그러니
「그럼 일단... 앞으로도 잘 부탁해. 미츠하」
「나야말로. 앞으로 쭉 함께야. 타키군」
카타와레도키가 끝난 하늘에서 웃는 미츠하를 바라보며 타키는, 두 사람의 새로운 일상의 시작을 느끼고 있었다.
[각주]
1. 도도부현 : 일본 행정구역 단위의 일종. 한국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
2. 치바 : 일본 도도부현의 하나. 도쿄 옆에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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