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17편 '미래의 한 형태' Part 1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작가의 말

타키와 미츠하. 애프터 시리즈의, 일단락을 짓는 이야기.

다른 시리즈와 달리 그다지 단락이 없었던 애프터 시리즈지만, 이 편으로 일단 일단락을 지어둡니다

하지만 다른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끝났다는 건 아니지만요.

계속 쓰고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지만, 쓰면서 솔직히 가장 힘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조사할 것들도 많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묘사가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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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음……」

기분 좋은 온기에 감싸안겨, 미츠하는 눈부신 아침햇살을 피하기 위해 이불 속에서 뒤척였다. 

자연스럽게 깨어난 의식은 아직도 멍해 있어, 차가운 아침 공기를 듬뿍 들이마셔도 여전히 애매하고, 미츠하는 엷은 잠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오늘이 분명 평일 아침이라는 것은 어떻게든 자각하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몹시 눈꺼풀이 무겁다. 

껴안고 있는 타키가 이불 속에 있다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일 것이라며 미츠하는 일어날 노력을 관뒀다.

안는 베개¹치고는 약간 단단한 그 감촉은, 아무리 졸려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얼굴을 가까이하니 이불의 냄새와 섞여 은은하게 타키의 냄새가 느껴져, 그것만으로도 미츠하는 마음이 평온해진다.

「후아아……. 음, 미츠하……?」

그런 다정한 아침을 미츠하가 만끽하고 있으려니, 타키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바로 귓전에 들려왔다. 

예전보다 늦잠이 적어졌다곤 하지만, 역시 평소에는 타키가 먼저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타키의 목소리는 듣기 힘든 것이었다.

「응, 미츠하야-」

그렇다고는 해도 잠결인 것은 미츠하도 마찬가지라, 열린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런 혀 짧은 말뿐. 

눈부심을 버텨내며 미츠하가 살짝 눈을 뜨니, 반쯤 눈을 감고 있는 타키와 눈이 마주쳤다.

「어, 진짜 미츠하네」

「에헤헤, 타키 군도 있네」

서로 웃으며, 자연스럽게 얼굴을 가까이 댄다. 정말 닿을 뿐인 아침인사 같은 키스. 

매일아침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는 그것은, 미츠하에겐 이미 부끄럽다기보단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해야 할 감각이었다.

「으음……잘 잤어? 타키 군」

「잘 잤어, 미츠하. 음, 아직 5분 남은 건가」

손을 뻗어 머리맡에 놓여있는 시계를 확인한 타키는, 역시 추웠는지 바로 이불 속으로 팔을 집어넣는다. 

미츠하와 마주보기 위해 몸을 옆으로 돌린 타키는, 한숨을 내쉬고 원망스럽다는 듯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아, 이제 정말 겨울이네……」

「그러게, 이불에서 나오기 싫어졌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가을도 끝나, 도쿄는 완연한 겨울로 접어들었다.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자마자 금세 찾아온 변화인지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트가 필요 없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목도리까지 차고 싶어질 정도로 추워졌다. 

그런 계절 속에서도 가장 추운 이른 아침은, 이불 속에서 나오는 것만도 고역이었다.

「엄청 추워……」

「후훗, 이제 겨울이니까 뭐. 나도 아직은 나가기 싫네」

「그러게. 주말이라면 이대로 그냥 자버릴텐데……」

평일에는 그럴 수도 없지 하고 타키는 쓴웃음을 짓고, 미츠하도 마찬가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추워도 직장이 있는 이상,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만 했다

「그래도 평일에도 이러고 있을 수 있는 거, 나는 행복해」

미츠하는 그리 말하고, 타키의 가슴팍에 자기 턱을 갖다 댔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을 때, 아침나절의 아주 짧은 시간.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의 수 분간, 이렇게 타키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애초에 미츠하가 아침잠이 많은 탓에, 이런 아침은 비교적 드물긴 하지만.

「응, 그러네.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아」

「그러게……. 아, 음…… 타, 타키 군……」

타키의 대답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려던 미츠하는, 갑자기 이불 속에서 느껴진 자극에 무심코 목소리를 높였다. 

약간 타박하듯이 타키를 바라보니, 타키는 일단 손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잠깐만이니까, 괜찮지?」

「괜찮긴 무슨, 하여튼, 정말 가슴 좋아한다니까……」

미츠하는 한숨을 내쉬며, 다그치듯 타키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콕 콕 찔렀다.

결혼한 뒤, 매일은 아니어도 정기적으로 타키는 아침에 가슴을 만지고 싶어했다. 원래부터 가끔씩 그러긴 했지만, 요즘은 명백히 빈도가 높아졌다. 

가슴이 점점 커지는 듯한 감각을 최근 들어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미츠하는 내심 생각하곤 했다.

「알람이 울릴 때까지만…… 이야?」

방금 전 타키 말을 믿는다면, 이제 3분도 채 남지 않았을 터이다. 

역시 가슴을 만져지고 있는 동안 계속 타키를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 하고, 미츠하는 얼굴을 타키의 가슴팍에 묻고 눈을 감았다. 

그것을 신호로 다시금 타키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 아……. 타키군, 점점 거리낌이 없어지네」

「싫어?」

「아니. 오히려 기뻐, 그래도……」

부드러운 손길이긴 하지만, 때때로 무심결에 반응해 목소리가 터져 나와버린다.

아침나절의 타키는, 이런 짓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이상하게 음흉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어떤 점에서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지고 있으면 안심되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만지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그 때문에 미츠하도 가슴을 만져지고 있으면서도, 최근엔 그것으로 인해 진정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부끄러움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모습도 타키의 것이라고 인정해 체념한 것일 지도 모른다.

「기, 기뻐……?」

「이, 이상한 의미는 아니야? 타키 군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는 의미야……」

「하하, 알고 있어. 나도 미츠하가 모든 것을 보여줘서 기뻐」

「응, 그런 뜻이야. 그보다……」

슬슬 시간이 다 되지 않았냐고 미츠하가 말하려던 참에

「아, 벌써……」

베갯머리에 놓여있던 타키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아쉬워하면서도 타키는 정직하게 손을 멈추고, 미츠하도 그제야 얼굴을 들어올렸다. 

손을 뻗어 알람을 끈 타키는, 한숨을 쉬면서도 침대 밖으로 먼저 발을 내딛었다.

「하아, 부끄러웠어……」

「미안 미안. 자」

미안하니까, 라고 말하듯 내뻗은 손을 붙잡고, 미츠하도 일어섰다. 

마룻바닥에 놓여져 있던 슬리퍼를 신은 미츠하는, 아침의 찬 공기에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타키의 손을 꽉 맞잡았다.

「고마워. 음-, 하아…… 진짜 춥네」

비어있는 팔을 한껏 내뻗어 기지개를 펴며, 조금이라도 잠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미츠하는 힘을 주었다. 

약간 몸이 무거운 것은, 오늘이 한 주의 절반쯤이어서 그런 것일까. 몸이 안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닌 그 위화감에 미츠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힘이 빠져

「어라……?」

눈앞이 새카매져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미, 미츠하!?」

미츠하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다급한 타키의 외침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마저도 벽을 사이에 두고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며, 괜찮다는 말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는 것만도 힘겨워서, 그저 타키가 끌어안아 부축해주고 있다는 감각만이 남아 있었다.

「미츠하? 들려!?」

「응……. 미안, 타키 군. 뭔가 좀, 몸 상태가 나쁜 것 같아」

「나쁘다니, 어떤 느낌인데? 일어설 수 있겠어?」

타키의 말에, 미츠하는 겨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몸이 말을 제대로 듣질 않고, 쇳덩이처럼 무거웠다. 

구역질까지 나기 시작했는데, 자기가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던 것은, 순전히 타키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조금 들어올릴게」

타키의 말에 뒤따라 몸에서 일순 중력이 빠져나가며 금세 부드러운 이불에 누여졌다. 

몸을 지탱하고 있던 타키 팔의 감촉이 사라지고, 대신 손을 따뜻한 감촉이 감싸주었다.

「그래서, 어때?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음, 조금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그리고,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왜 이러지……」

침대에 누운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조금 편해진 미츠하는 그제야 살며시 눈을 떴다. 

새카맣던 세계는 이제 다시 색채를 되찾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표정의 타키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누우니까 좀 나아져서, 그렇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미츠하는 어떻게든 손을 뻗어, 침대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타키의 볼을 어루만졌다. 

아직 불안해보이긴 했지만, 타키가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을 보여주어 미츠하도 안심할 수 있었다. 

「하아…… 다행이다……. 갑자기 그런거야?」

「응, 몸이 나쁜 것도 아녔는데 갑자기 눈앞이 새까매져서……. 현기증 같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구나……. 일단은 괜찮아보여서 다행이다. 구급차는……」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진 아니야」

호들갑을 떠는 타키에게, 미츠하는 힘겨워하면서도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래도, 오늘 일 나가는건 좀 무리려나……」

지금 이 상태라면 솔직히 직장에 전화하는 것조차 어려울 듯해, 출근이 무리라는 것은 멍한 머리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미츠하의 혼잣말에, 조금 화났다는 듯이 타키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 하는거야, 당연한 거잖아. 오늘은 나도 쉴테니까, 병원 열면 같이 가자」

「그건…… 아니다, 알았어. 고마워, 타키 군」

「응, 몸이 안 좋을 때에는 의지해줘. 만약 사양하거나 그랬으면, 정말 화냈을거야」

불안감을 떨쳐내주기 위함인지, 말투와는 다르게 타키는 상냥하게 미소지어 주었다. 의지하기 미안하다는 감정은, 그 웃음을 본 순간 사라져버렸다.

「병원은 아직 안 열었을테니까, 졸리면 자는게 낫지 않겠어? 어디로 가야 할지는 내가 찾아놓을게」

「알았어, 그럼 이대로 좀 잘게. 그래도 그, 이대로 손은 잡아줬으면 좋겠어……」

그것으로 적어도 불안감이 조금은 해소될 테니까,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츠하는 그런 조그마한 부탁을 입에 담았다. 

물론 그것을 거절할 타키는 아니고, 그저 알았다는 말과 함께 손을 마주잡은 채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러면 돼?」

「응, 고마워」

이것만으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질 리는 없었지만, 기분이 나아진 것은 분명했다. 

기절할 정도로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분명 괜찮을거야. 그런 반쯤 바람과 같은 것을 생각하며, 미츠하는 무거운 눈꺼풀에 저항하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

 

「어땠어?」

「아직 몰라. 결과가 나오면 불러준대」

검사를 끝내고 대합실로 돌아온 미츠하는, 타키 곁에 앉았다. 

병원의 대합실은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 커다란 병원은 역시 여러모로 힘들겠다고 남의 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렇구나……. 그래도 일단 지금 몸이 나쁜 건 아니라 다행이다」

「하여튼, 괜히 걱정한다니까. 지금은 정말 괜찮고, 그리고……」

「그리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곧 알거라고 말하셨어」

생각하고 있던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당황하면서도 얼버무린다. 

검사 내용을 보며 설마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상 분명 아직은 말해선 안 될 것이었다. 

게다가 어찌됐든 금방 알게 될 테니 하며, 미츠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나저나 정말 쉬게 되다니, 직장 선배들한테 민폐 끼쳐버렸네」

「몸 안 좋은데 무리해서 가도 소용없다니까. 그리고, 제대로 이해해 주셨잖아」

타키의 대답에 미츠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상사도 선배도 좋은 사람이어서, 혼내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 해도 민폐를 끼쳐버린 것은 사실이니,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내일 가면 사과드려야지. 타키 군은 괜찮았어?」

「어, 내 쪽은 괜찮았어. 오히려 미츠하를 걱정하더라」

「후훗, 그랬구나. 좋은 사람들이네…… 아, 나다」

그런 잡담을 나누다보니,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옴과 함께 미츠하의 진찰 번호가 모니터에 표시되어, 미츠하는 타키와 함께 일어섰다.

「꽤 빠르네. 검사는 이렇게 간단히 끝나는거였나?」

「뭐, 뭐 그렇겠지. 음, 저 2번이라고 쓰여 있는 곳인 거 같아」

종합병원이어서 쓸데없이 진찰실이 많았고, 지시되어 있던 진찰실 한 곳을 찾아 타키가 문을 열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방에는 방금 전 검사를 해주신 간호사와 함께, 꽤나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여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거기 앉아주세요. 동행인분도 짐은 저쪽에 둬 주세요」

「넵,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집을 놓아두고 의사의 정면에 미츠하가 앉고, 미츠하 뒤쪽 대각선 방향에 있던 의자에 타키도 앉았다. 

눈 하나 깜짝 않고 컴퓨터에 표시되어있던 무언가를 확인한 의사는, 의자를 돌려 미츠하 쪽을 바라보았다. 

「에-, 타치바나 미츠하 씨……군요. 그쪽은 남편분이신가요?」

「아, 넵 맞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타치바나라고 불린 것에 일순 헷갈리면서도, 다시 평정심을 되찾아 가다듬고 대답했다. 

그러자 의사는 웃음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게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미묘한, 하지만 분명한 변화. 그것은 지금부터 중대한 병명을 알려줄 것이라고 할 때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을 본 미츠하는, 내심 갖고 있던 예감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아, 무슨 일인가요?」

이미 확신을 가지고 있던 미츠하와는 정반대인, 약간은 이상한 타키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그것을 들은 의사는 그제야 미소지으며

「축하드립니다. 임신하셨습니다」

 ――의심할 여지도 없는,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설마 하곤 있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고도 있었다. 하지만, 아니 그래서 더더욱, 그 사실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니, 미츠하의 사고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이, 임신……? 그러면 그, 아이……가?」

「네, 맞습니다. 오늘 아침에 몸이 안 좋으셨던건 아마 입덧이셨던 것 같네요. 부인의 경우 4주째이시니 다소 이른 편이시긴 합니다만,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사무적이면서도, 상냥하게 알려주는 목소리. 아주 중요하고 안심되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데도, 그 말조차 미츠하에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이라고 하는 타키의 한 마디만이 귓가에 맴돌아, 미츠하는 자기도 모르게 타키의 모습을 갈구하며 돌아보았다.

「타키 군, 나…… 나」

「응…… 응!!」

그저 그뿐만인, 대화로 성립되지도 않는 말을 나누며, 미츠하와 타키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마음이 몸을 따라잡아, 실감이 눈물과 함께 흘러넘쳤다. 간호사나 의사가 보고 있으니 눈물을 참아야 한다는 것 따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런 때에 뭐라 해야 좋을지…… 진짜 너무 기뻐서……」

「응, 나도……. 음, 에헤헤. 진짜 뭐라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그러게. 아, 정말 다행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안도감을 끄집어내는 듯한 타키의 목소리와 팔에 가해져있는 힘은, 분명히 미츠하의 마음에도 사무쳐 스며들고 있었다. 

자신의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기쁨과, 타키로부터 전해오는 행복. 그것은 금세 미츠하를 가득 채우고서도 멈출 줄 몰랐다. 

「크흠!!」

그래서 옆에서 들려온 의사의 헛기침 소리에, 미츠하는 이 곳이 병원의 진찰실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아 크게 당황하며 다시 물러섰다.

「아, 그, 죄송합니다……」

「네, 기뻐하시는 것은 괜찮고 마음도 물론 알겠지만……」

「기다리고 계시는 환자 분들이, 많이 있으셔서요」

「그렇습니다. 그럼 간단히 이 다음에 해야 할 것들을……」

겨우 냉정을 되찾고, 미츠하는 타키와 함께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하지만 기나긴 10개월이 될 것이고, 여러모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들도 많았다. 

미츠하와 타키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드린 뒤에야 진찰실을 나서 귀갓길에 접어들었다.

「음, 갑자기 의사선생님께 민폐 끼쳐버렸네……」

「그러게, 엄청 놀랐어. 그래도 솔직히 어쩔 수 없었으니까 뭐. 지금도 너무 기뻐서 어떻게 되어버릴 듯한 걸 겨우 참고 있고」

「그건 나도 그래. 지금 당장이라도 껴안고 싶은걸」

길 위에서 백주대낮에 끌어안는 짓은, 아무리 그래도 불가능하다. 다만 그래도 손을 맞잡는 것만은 참을 수 없어서, 미츠하는 타키의 팔에 달라붙어 걷고 있었지만.

「뭐랄까, 꿈만 같아」

「그러게. 아침엔 엄청 걱정했는데 그런 기쁜 일이라 차이가 너무 심해서 심장이……」

「후훗, 그러게. 엄청 걱정해줬지」

「당연하지. 그리고 그…… 조금 네 어머니 일도 생각나서, 응」

「그랬구나, 엄마를……」

그렇게까지 걱정하게 해버렸나 하고, 이제야 미안하다는 감정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미츠하는, 그 감정을 날려버리기 위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멀쩡했으니까, 그렇게 어두운 얼굴 하지 마. 앞으로 생각해야 할 일들도 엄청 많을테니까」

부모님이나 회사에 알리기도 해야 하고, 병원과의 상담도 있다. 

사야만 할 물건들도 늘어만 갈 테고, 돈 문제도 지금까지 겪었던 것 이상으로 신중히 생각해야만 할 거다. 

그래도 그렇게 쌓여있는 해야만 할 일들도, 지금 이 행복감에 비하면 장애물이라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네, 미안. 나도 여러모로 찾아봐야겠네」

「그렇지? 타키 군, 곧 아빠가 될테니까」

「아, 아빠……. 그래도 그럼, 미츠하도 엄마가 되는거잖아?」

「어, 엄마라……」

타키의 입에서 자신을 향해 그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맹렬한 부끄러움으로써 덮쳐왔다. 

이따금 슈퍼마켓 등에서 서로를 그렇게 부르는 부부를 보고 부럽다고 내심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게 되려면 아직 세월이 필요한 듯 했다.

「이, 일단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부를까」

「그, 그러자……. 역시 좀, 너무 부끄럽네」

잠시 대화가 끊긴 타이밍에, 신호에 걸려 멈춰섰다.

아직도 흥분하여 가라앉지 않는 마음 탓에,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타키도 마찬가지인 듯해, 심호흡을 하듯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뭐랄까, 전혀 진정되질 않네……」

「나도. 계속 가슴 속이 가득 차 있는 기분이야」

「그러게. 아무래도 내일 분명히 일도 손에 안 잡히겠구만」

쓴웃음을 짓는 타키에게, 그러겠네 하고 미츠하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런 정신상태로는, 솔직히 일 같은 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뭐 힘내 봐야지. 나는 밥 먹은 다음에 전화로라도 연락 드려야겠다」

「응, 그 편이 낫겠네. 밥은…… 내가 뭐라도 만들까? 임신부한테 좋은 음식은 뭐가 있으려나……」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오늘은 좀 부탁하겠지만, 당분간은 하던대로 집안일도 내가 할거야?」

파란 불이 켜진 신호등을 보고 둘 다 걸어나가며, 미츠하는 타키에게 못박아두었다. 애초에 지금부터 그렇게까지 배려해주면, 나중엔 더해지겠지. 

미츠하도 요리하는 건 좋아하고, 전부 타키에게 맡길 수도 없는 법이었다. 직장에도 적어도 몇 개월은 더 나가야만 했다.

「아니 아니 아침처럼 그렇게 되면 큰일이잖아. 일단은 당분간, 적어도 입덧이 가라앉을 때 까지는 가능한 한 같이 하게 해줘」

「으음-, 그 정도라면…….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아침에 그런 일이 있었던 이상, 미츠하도 완강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오늘처럼 심하진 않을 것 같았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서서히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확실히 지금은 타키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미츠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고 있어. 그럼 결정났네. 뭔가 먹고싶은거 있어?」

「음-, 나는 타키 군이 만들어주는 거라면 기본적으로 다 좋은데……」

「그러면 정하기 어려운데, 뭔가 없어?」

「그럼……생선 요리 먹고 싶은 거 같기도 하네」

「응, 맡겨만 둬」

타키와의 대화는, 어느샌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돌아와 있었다. 

일단 미츠하를 집까지 배웅한 뒤 장을 보러 가겠다는 타키를 설득해서, 둘이 나란히 마트를 향해 걸어간다. 

몇 번이고 둘이서 걸었던 길은 평소와 다름없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 사소한 일조차도 지금 미츠하에겐 한없이 기뻐서, 주변에서 쳐다보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평소 이상으로 타키에게 달라붙어 걷고 있던 것이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나서 약 반 년 뒤. 봄도 지나가버리고 장마의 계절이 돌아와, 미츠하는 요츠하와 함께 저녁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언니!! 그건 내가 들테니까, 언니는 그릇이나 놓아 둬」

「이나가 뭐냐 이나가……. 아직 그 정도는 들 수 있다니까」

요츠하의 말투에 중얼중얼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미츠하는 그릇을 놓기 시작했다. 

타키가 일을 끝내고 곧 돌아올 테다. 이 시간에 항상 타키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은, 미츠하가 출산 휴가에 들어간 뒤부터였다.

「그래도 고마워, 요츠하. 도와줘서」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다니까. 임신부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거야」

「그렇다 해도, 진짜 매일 와 주니까……. 뭐 요츠하니까 대학도 잘 다니고 있겠지만」

도쿄에서 자취하고 있는 요츠하는, 최근 2주간 정도는 정말 매일같이 미츠하의 집에 와 주었다. 

처음엔 미츠하도 거절했지만, 타키도 요츠하가 있어주면 안심할 수 있다고 얘기해서, 요츠하가 밀어붙이게 되어 결국엔 승낙한 것이었다. 

물론 교통비 등은 미츠하가 부담하고 있지만, 그것도 근방까지는 정기권으로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해소되는 부담에 비해서는 미미한 것이었다.

「응, 레포트 같은 건 여기서도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내가 도와주고 싶은거니까」

「알았어. 그 대신 요츠하가 아기 배면, 여러모로 도와줄게」

「에에…… 언제 생길지도 모르는 걸…… 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상관은 없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부탁할게」

「그러면 됐네. 그럼 이제 음……」

「이제 타키 씨 기다리기만 하면 돼」

뭔가 할 일이 없나 하고 식탁 위를 훑어봤지만 요츠하에게 단칼에 제압당해버려,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요츠하와 함께 미츠하는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았다.

「뭐 언니가 팔팔해 보이는건 좋은 거니까. 너무 팔팔해서 문제지만」

「그렇진 않은거 같은데. 그래도 이 아이도 잘 자라고 있는 거 같으니, 그 덕분이려나」

꽤나 부풀어오른 배를 어루만지며 그리 말하니, 요츠하는 기쁘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임신 중 있던 커다란 트러블은 맨 처음 있었던 입덧 정도로, 아기는 순조롭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만져봐도 돼?」

「응, 괜찮아. 근데 아까도 만졌잖아?」

「뭐랄까, 정말 아기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니까, 몇 번을 만져도 엄청나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서……. 아, 지금 움직인거야?」

요츠하가 배를 만지는 것도, 벌써 여러 번째라 몇 번째인지 알기 힘들 정도이다. 뱃속에서 약간 움직임이 있어, 놀라면서도 요츠하는 기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응, 살짝 찬 거려나. 평소에 그렇게 막 움직이고 다니진 않는데」

「헤-, 그렇구나. 운이 좋은거네」

어렴풋이 요츠하가 태어나던 때를 기억하고 있는 미츠하와 달리, 가까운 사람이 출산하는 것은 요츠하에게 있어서 처음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더욱 걱정도 해주고, 이렇게 기뻐해주는 거겠지. 그것은, 미츠하에게 있어서도 솔직히 기쁜 일이었다.

「그나저나 남자앤지 여자앤지 검사해봤어?」

「음, 타키 군이랑 얘기해서 낳을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놨지. 나는 남자애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 왜?」

「으음, 감이려나?」

근거 같은 것은 전혀 없고, 정말로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뿐이다. 

남자아이라면 이렇게 해야겠다든가, 여자아이라면 이렇게 해야겠다든가 하고 생각하는 것도 즐겁다. 그리고 결국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기쁜 것은 변하지 않는다.

「뭐야 그게. 그래도 언니 감은 옛날부터 이상하게 좋았으니까……」

「그랬나? 뭐 이건 맞든 안 맞든 상관없긴 한데」

「아하하, 하긴 그러네」

미츠하는 웃음을 지으며, 만족했는지 손을 거두었다. 그대로 손을 천장을 향해 힘껏 내뻗어 기지개를 핀 요츠하는, 힘을 빼며 감회에 젖었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그나저나 언니, 정말 행복하다는 듯이 웃을 수 있게 되었네」

「왜, 왜 그래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로 말하는 요츠하를 보고, 미츠하는 약간 놀란다. 

확실히 최근엔 계속 행복해 견딜 수 없을 정도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갑자기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갑자기 옛일들이 떠올라서. 10년 전 이라든가, 언니가 타키 씨와 재회할 때까지의 일들이라든가」

「아아…… 하긴, 정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

「언니는 진짜 너무 많았다니까. 그래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던게 다행인건가 해서. 그 덕분에 언니랑 타키 씨,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요츠하의 말을 듣고, 옛일들을 떠올려본다. 

당시에는 여유가 없어서 눈치 채지 못 했지만, 분명 요츠하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있었겠지. 타키와 만난 뒤에도, 동거 첫날부터 집에 찾아왔을 정도였으니. 

「후후, 그러게. 그래도……」

그것도 요츠하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이니까. 라고 말하려는데

「다녀왔어-」

현관이 열림과 동시에 타키의 목소리가 들려와, 미츠하는 그 말을 묻어두었다.

「자 언니, 사랑스러운 타키 씨가 돌아왔다고?」

「하여간, 넌 또 그런 말을……」

하려던 말 대신 튀어나온 대답은, 언제나 하던 그 말이었다. 하지만 요츠하와의 관계는, 지금 이 정도가 딱 좋은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미츠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거실로 들어온 타키에게 언제나 하듯 잘 다녀왔냐는 인사를 입에 담았다.

 

「후우, 다녀왔어-」

「갔다왔어? 그럼 나도, 다녀왔어-」

「후후, 잘 갔다왔어? 타키 군」

집 현관문을 연 타키는, 미츠하의 손을 잡고 복도로 들어선다. 

출산예정일까지 1개월정도 남은 휴일. 모처럼의 휴일인지라, 타키는 미츠하와 함께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돌아온 것이었다.

「하아, 기분 좋았어- 맑아서 다행이었고」

「요즘 비가 많이 내렸지. 뭐 그렇게 덥지도 않았으니 좋았지만」

「습기가 많아서 좀 끈적거렸잖아. 빨래가 전혀 안 말라서 곤란했고」

손을 씻고, 일단 미츠하를 거실의 소파에 앉힌다. 꽤나 배가 부풀어올랐는데도, 내버려 두라고 말하며 이 자랑스러운 아내는 집안일을 하려고 하니까 항상 곤란하다.

「차라도 마실래?」

「고마워. 잘 마실게」

「알았어- 얼음은 안 넣지?」

「배 차가워지면 안 좋으니까 괜찮아」

미츠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냉장고에서 보리차, 선반에서 컵을 두 개 꺼내 타키도 소파에 앉았다. 

미츠하와 함께 출산이나 육아에 대해 반년 간 여러모로 조사해, 지금은 타키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나저나 이 시기에 오히려 가볍게 운동하라고 권하실 줄이야. 솔직히 의외였어」

「그치. 임신 초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는건, 전혀 몰랐으니까」

이것도 그 몰랐던 것들 중 하나로, 배가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뒤에도 워킹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오히려 장려되는 것 같다. 

미츠하도 마찬가지로, 임신 경과는 순조로우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운동은 조금씩 해 달라고 얼마 전에 의사에게 말을 들었다.

「모르는 것투성이네. 그래도 의사선생님께서 친절하셔서 다행이야」

「그러게. 처음엔 좀 무서운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좋으신 분이었어」

「하하, 그러게. 그리고 뭐, 그것도 이 아이 덕분이지」

타키는 그리 말하고, 살며시 미츠하의 배에 손을 갖다댔다. 그것을 미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타키는 가볍게 쓰다듬듯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 착한 애야. 선생님도 모범생이라고 말씀하셨고」

「우등생 타입이려나? 옛날 미츠하처럼」

「난 그냥 그런 척 했던거라니까. 타키 군은 알고 있잖아?」

「그야 알고는 있지만, 그런 점들을 빼도 넌 꽤나 성실했다고 생각하는데」

고지식할 정도로 착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성격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돈을 막 써버려서 화가 났던 기억도 있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타키도 미츠하 돈으로 주스를 사 마시거나 했으니 마찬가지다. 

그리고 미츠하가 이것저것 신경 써주었구나 하고, 지금 천천히 생각해보니 새삼 느낀다.

「어, 진짜로? 으음, 그래도 얘는 자기 기분을 좀 밖으로 내보이는 아이였으면 좋겠어」

「그건 그러네……. 어떤 아이려나-」

성별조차 모르는데, 어떤 아이일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최근엔 미츠하와 둘이 함께 있다 보면 이런 이야기만 해서,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는 정도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끝을 몰라 재미있다.

「학원도 다니고 싶어 하려나? 스포츠라던가」

「아- 어떨까. 나는 어릴 적에 그런거 전혀 안 했으니까 모르겠어」

「그렇구나……. 나도 신사 일만 잔뜩 했으니까 잘 모르겠다. 뭔가 하고 싶어 하면 가능한 한 하게 해주고 싶네」

「그러게. 근처에 그런 것들 가르치는 곳 있나 한 번 찾아볼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서두르는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없었나 하고 타키는 기억을 더듬어본다. 

주판 교실 정도는 있었던 것 같지만, 역시 평소에 그런 것들을 의식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그 이상 떠오르는 게 없었다.

「뭐 아직 먼 미래니까. 그나저나 미안. 좀 졸려서……」

미츠하는 그리 말하고, 타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미츠하를 자연스럽게 받아주며 타키는, 자세를 살짝 바꿔 무릎의 위치를 조정한다.

「꽤 걸어서 그런가. 밥 먹을 때까지 시간도 있으니, 좀 잘래? 자, 무릎」

「응, 고마워. 타키 군 무릎이 가장 좋아-」

많이 졸린 건지 혀 짧은 목소리를 내는 미츠하는, 타키의 허벅지에 머리를 눕혔다. 

임신부가 한낮에 잠이 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인 듯했고, 미츠하는 최근 이렇게 곧잘 타키 무릎 위에서 잠들곤 했다.

「베개보단 딱딱할텐데」

「음-, 그래도 이 정도가 딱 좋아. 게다가 타키 군 냄새는 엄청 좋은걸……」

「그럼 뭐 상관없지만……」

요즘엔 거의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돌아와 있는 사투리 억양에 살짝 웃음지으며, 타키는 미츠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긴 머리카락은 잘 손질되어 있어, 찰랑찰랑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타키군, 간지러워」

「그만 할까?」

「아니, 기분 좋으니까 계속 해줘」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은 미츠하의 옆얼굴은, 예전보다도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나날이 강해져가는 그 감정은 자신이 아버지에, 그리고 미츠하가 어머니에 가까워져 간다는 증거일까. 

아이가 앞으로 한 달쯤 뒤 태어난다. 그것은 타키에게 정말 꿈처럼 기적 같은 일이어서, 상상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앞으로 1개월인가……」

「응, 앞으로 1개월……. 그래도 타키 군이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

눈을 감은 채 말하는 미츠하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잠에 들 듯해서, 타키는 그런 혀 짧은 미츠하의 대답에 웃음지으며,미츠하가 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나도 미츠하랑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 내 아내는 미츠하뿐이니까」

「응, 고마워. 내 서방님도, 타키 군뿐이야……」

미츠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그리고 더는 견디지 못한 것인지 규칙적인 숨소리로 바뀌어간다. 

서방님이라니 조금 옛날 표현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타키는, 미츠하가 눈을 뜰 때까지 질리지도 않고 그 잠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둑어둑한 병원의 복도. 본래 예정되어있던 업무시간을 훨씬 넘어 작은 등불만이 켜져 있는 그 곳에, 타키는 전혀 나아가질 않는 시곗바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곗바늘이 나아가면 어떻게 된다는 게 아닌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무언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를 갈구하고 있었다.

미츠하가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말한 것은, 어제 한밤중이었다. 

한밤중에 깨워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당황하지 않은 것은, 둘이 함께 그간 제대로 설명을 들으며 여러모로 조사해둔 덕분이었다. 

진통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오래 가는 법이라, 병원에 가야할 정도로 강해진 것은 정오를 막 지난 참이었다.

「하아……」

무심결에 새어나오는 한숨은, 순수하게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 병원은 분만실에 입회가 금지되어있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눠 병원을 바꾸는 리스크보다 확실성을 고르기로 했지만, 지금에야 타키는 그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일전에 그 이야기를 할 때에는 부끄럽다고 말했고, 한 시간 전쯤 잠시 나왔을 때에도 괜찮다고 웃어보였지만, 산통 때문에 땀방울을 뚝뚝 흘리고 있던 미츠하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괴롭다. 

방에서 잠시 나올 수 있을 때의 진통도 그 정도인데, 지금 미츠하가 얼마나 큰 부담을 짊어지고 있을지는, 싫어도 상상하게 되어버린다. 

「아직 한 시간밖에 안 지난건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 듯했다. 분만실에 들어간 뒤 몇 시간이고 걸리는 사람도 있고, 그 고통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 지금 타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되도록 가볍게 끝날 수 있도록 비는 것뿐이었다.

「뭐랄까, 드라마 같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있던 느낌이 든다. 남편이 병원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자니,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그래도 지금 병원은 설비가 제대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 대합실에서는 시계의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방음이 잘 되어있어선 그런 장면을 재연할 수 없다는 것을, 문득 떠올린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어떤 기분으로 이 상황을 넘어섰던 것일까. 그것을 생각해내려 하다

「하아…… 어떻든 상관없나」

오늘 내내 쉬고 있는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그걸 알았다 한들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곗바늘은 확실히 나아가고 있었다. 

쓸데없는 것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내고, 다시 시곗바늘로 시선을 돌린다.

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계를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게 되었을 무렵

「타치바나 씨, 지요?」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들려온 간호사의 목소리에, 타키는 튀어오르듯 일어섰다.

「네, 넵!!」

「부인의 출산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조산사의 허가가 떨어졌으니, 이쪽으로 오세요」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 한마디에, 타키를 가득 채우고 있던 긴장의 끈이 풀린다.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지 않은 것은, 그저 미츠하, 그리고 아기를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었다.

앞서 걸어가는 간호사를 따라, 근처에 있던 문을 향해 걸어간다. 이렇게 가까이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방금 전까지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열겠습니다 하는 목소리에 타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니, 간호사는 문을 열었다. 

슬로우 모션처럼 문이 열리며, 방 안에서 빛이 쏟아져나와 타키는 무심코 눈을 가늘게 떴다.

어두운 복도와는 다른, 형광등 불빛에 비춰져 하얗게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방. 그 한가운데에 미츠하, 그리고 그 팔에 천으로 감싸안긴 작은 무언가가 있었다.

「타키 군……」

상냥하게 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던 미츠하는, 타키가 들어온 것을 눈치 채 얼굴을 들어올렸다. 

여윈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미츠하는 매우 지쳐있었지만, 행복을 드러내기 위해 한껏 미소지었다.

「무사히, 끝난거야?」

그 웃는 얼굴에 홀렸다는 듯이, 타키는 천천히 미츠하에게 다가갔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데, 어째서인지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미츠하를 본 것으로, 그제야 마지막 긴장의 끈이 풀렸던 것일까. 체감 상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타키는 간신히 미츠하 앞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었다.

「응, 나도…… 그리고 이 아기도」

겨우 타키가 미츠하의 곁에 서자, 미츠하는 크게 끄덕거리며 손에 든 무언가를 타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밀었다. 

그 미츠하의 웃음을 눈에 아로새기며, 타키는 시선을 내려 미츠하 팔에 끌어안긴 조그마한 아기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나랑 타키 군의 아기야……」

미츠하의 눈짓을 보고, 타키는 쭈뼛쭈뼛 손을 내뻗어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고 있는 그 볼에 검지를 갖다 대 보았다. 

그것은 푹 젖어 반들반들면서, 또 불안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지금까지 아기에 흥미를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사랑스럽다. 

자신과 미츠하가 맺은 생명이, 분명히 지금 이 곳에 있다. 그 실감이 아기를 만진 것과 함께 넘쳐흘렀다.

「하하, 엄청 조그맣네……」

안도감 때문일까, 목소리가 떨린다. 시야가 뿌예지며 제대로 아기의 볼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하며 타키가 손을 거두고, 셔츠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미안, 너무 기뻐서……. 내가 울면 안 되는데. 음, 일단 수고했어, 미츠하」

「후후, 고마워. 타키 군도, 기다려 줘서 고마워」

「무슨, 나는 그냥 기다리기만 했는데. 아 맞아, 어…… 어느 쪽이었어?」

그제야 타키는 중요한 사실을 묻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 미츠하에게 물었다. 

천에 싸여 있는 탓에 성별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미츠하는 부끄럽게 웃으며 말했다.

「에헤헤, 미안. 말 안했구나. 그…… 내 예상대로, 남자애야」

「그렇구나, 남자라……. 그럼 장남, 이구나」

「응. 그러니까……」

미츠하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그리고 그것에 맞추어 타키도 입을 열었다. 

그에 뒤따르는 말은,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미리 이야기해 맞춘 것도 아니었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동시에 입을 열어

『이 아이의 이름은--』

둘이서 앞으로 몇 번이고 부를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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