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기현 닛코는 일본의 전국시대를 평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가 있는 곳이다.
이에야스는 사후 조정으로부터 토쇼다이곤겐(東照大権現)이라는 사호를 받고 신격화되었다.
신으로서 모셔지는 이에야스의 이름에서 따와서, 이에야스의 묘역은 닛코도쇼구(日光東照宮)라 불리었다.
닛코도쇼구에는 이에야스를 주신으로 모시며 불교의 사찰, 신토의 신사가 각각 세워졌고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1998년 '닛코의 신사와 사원'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닛코에는 동방 성지순례 포인트도 다수 있어
오로지 닛코의 동방 성지순례지만을 다룬 동인 미니 가이드북도 나온 상태이다.
닛코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볼만한 여행지지만, 여기선 성지순례 포인트에 착목해보겠다.
신쿄(神橋)
닛코의 신사나 절들이 자리잡고있는 닛코산 입구에 놓여있는 다리
일본의 3대 기교(奇矯, 풍광이 멋진 다리)로 일컫어진다.
신쿄에는 전설이 하나 서려있다.
쇼도(勝道)라는 이름의 스님이 닛코에 처음 절을 세우려고 했을 때 급류에 가로막혀 차질이 생겨 부처님께 간절히 비니
심사대왕(深沙大王)이라는 부처와 함께 빨간 뱀 2마리와 파란 뱀 2마리가 나타나 얽혀 다리가 생겼다고 한다.
다리 한쪽 편에는 심사대왕이 모셔져있고, 다른 한쪽 편에는 다리의 수호신 하시히메(橋姫)가 모셔져있다.
남녀 한 쌍을 다리 양쪽 편에 모셨다는 점에서, 신쿄는 인연을 맺어주는 다리로 유명하다.
하시히메는 지령전 미즈하시 파르시의 모델이기도 하다.
하시히메를 모시는 장소 중에서는 신쿄가 메이저급이라고.
세 원숭이 (三猿)
신쿄를 건너 경내로 접어든다.
천하인 이에야스를 모신 곳만큼, 화려한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토리이를 지나 바로 만날 수 있는 부속 건물로, 신큐샤(神厩舎)라는 마구간이 있다.
이곳엔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있는 세 원숭이 조각이 있다.
귀여운 원숭이들은 각각 귀, 입, 눈을 가리고 있다.
이 조각은 '사악한 것은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보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 원숭이의 격언은 고대 이집트에서 발상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실크로드를 따라 일본까지 전해져왔다고 여겨진다.
이 격언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패러디되며 현대까지 계승되었다.
동방에서도 세 원숭이는 어김없이 패러디되었다.
동방구문구수에 실린 붕붕마루 신문 기사에 따르면
미코가 삼원에서 본따 '네 번째 원숭이' 조각상을 만들어내 판매하고 있다.
네 번쨰 원숭이는 잠자리채를 들고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그 원숭이 조각은 '놓치지 않는 원숭이'로, 인간의 몸속에 사는 삼시(三尸)라는 벌레를 무조건 잡는 상이라고 한다.
삼시는 '옥황상제에게 인간의 악행을 보고하는 벌레'로, 인간의 수명을 갉아먹는다고 알려져있다.
미코는 불로불사를 노리고 도교에 입신한 인물이니, '죽지 않기 위한' 조각상을 파는건 상당한 세일즈포인트일지도?
네무리네코(眠り猫)
다음 포인트는 도쇼구 본전에서 오쿠미야로 향하는 돌계단길 앞에 있다
네무리네코는 잠자는 고양이라는 뜻
잠자는 고양이는 이에야스의 전국시대 통일후 찾아온 평화로운 시대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 잠자는 고양이 조각은 영나암 21화에서 쥐가 들끓자 우동게가 쥐를 잡기 위해 만들었던 조각
'울트라 소닉 잠자는 고양이'의 모티브가 되었다.
귀여운 레이센과 귀여운 고양이 조각!
후타라산신사 다이코쿠덴 (二荒山神社大国殿) & 미토모 신사 (朋友神社)
도쇼구를 빠져나와 서쪽 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후타라산 신사가 나온다.
이 신사는 인연을 맺어주는 영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경내 전각중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 다이코쿠덴(大国殿)은 오오쿠니누시를 모시는 신사로
오오쿠니누시는 이나바의 흰토끼 설화로 유명한 신이다.
이나바의 흰토끼는 동방 프로젝트 세계관의 토끼들, 이나바들과 이나바 테위의 모티브가 되었다.
바로 옆에는 스쿠나비코나(少彦名命)를 모시는 미토모 신사가 있는데,
위에서 설명한 오오쿠니누시를 따라다닌 난쟁이 신으로, 바늘을 들고다니며 지혜와 의술을 펼쳤다고 한다.
이 스쿠나비코나는 잇슨보시(一寸法師) 설화의 모델이 되었는데,
소인족이었던 잇슨보시는 오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꾀를 내어 바늘로 오니를 퇴치하고
오니가 떨어트리고간 요술망치로 자신을 장신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스쿠나비코나와 잇슨보시 모두 휘침성에 등장하는 스쿠나 신묘마루의 모티브이다.
그래서 다이고쿠덴 안에는 스쿠나비코나(잇슨보시)를 기리며 새전함과 함께 망치를 두었다.
여기선 다른 신사들과 달리 새전함에 돈을 넣은 뒤 망치를 흔들어 신을 부른다!
휘침성에 나오는 신묘마루의 요술망치도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닛코산 린노사 상행당 (日光山輪王寺常行堂)
린노지는 후타라산신사 바로 옆에 있는 사찰이다.
린노지를 창건한 스님은 신쿄에서 설명한 쇼도 스님인데, 이후 천태종의 고승 엔닌(円仁)에 의해 중창된다.
엔닌(円仁)이 당 유학길에서 돌아올 때에, 공중에서 마타라신이 그를 불러세웠다고 한다.
엔닌은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 히에이산(比叡山)에 상행당을 건립해 마타라신을 모시는데,
이는 일본 최초의 마타라신 신앙이다.
안내문 번역
상행당에 대하여
카쇼 원년(嘉祥, 848년) 자각대사 엔닌이 히에이산 엔랴쿠지의 '니나이 당 荷い堂'을 본따 건립했다.
일본식 사각지붕 건물로, 곁에 있는 당나라 형식 법화당 사이에 복도를 만들어 연결시켰다.
이러한 형식은 매우 보기 드문 것으로, 현재엔 히에이산 엔랴쿠지와 이곳 린노지 상행당에서만 볼 수 있다.
상행당의 본존불은 보관오지아미타여래이다. 헤이안시대 말기의 불상으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보관을 쓰고 공작에 올라타있는 모습이다.
법・이치・인과・말씀의 네 보살을 주위에 거느리고, 그 보살들도 공작을 탄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또한 매우 드문 것으로, 일본에선 유일하다.
누구든지 안에 들어와 참배할 수 있으니, 아미타여래님께 기도를 드립시다
상행당은 불교의 수행방법의 이름이기도 한데
법당 중앙에 있는 아미타여래를 빙글빙글 돌며 90일간 기도하는 형식이라고 한다.
아미타여래와 수행자를 수호하는 뒷문의 신은 마타라신(摩多羅神)으로
실제로 아미타여래상 뒤쪽 법당 구석에 비불로서 모셔져있었다.
마타라신은 숨겨진 신, 숨겨진 부처인 비불이기 때문에
실제로 저 전각 안에 있는 마타라신의 모습을 본 자는 없다고 한다.
일본 전역에 현재 남아있는 상행당은 상술했듯 딱 두 곳뿐인데, 그 중 마타라신까지 모셔져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닛코도쇼구 박물관에는 마타라신과 함께 니시다, 테이레이다 동자가 그려진 그림 또한 상설전시중이다.
나는 아쉽게도 박물관이 공사중이라 보지 못했지만, 이후에 순례하시는 분들께선 꼭 들러보시길!
츄젠지호(中禅寺湖) & 케곤 폭포(華厳の滝)
도쇼구에서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20분가량 달린다.
아케치다이라(明智平)라는 곳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집어타 전망대로 향한다. 운임은 왕복 730엔
전망대에선 츄젠지호와 함께 닛코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츄젠지호라는 호수는 닛코 국립공원 내에 있으며
쇼도 스님이 여기에도 절을 세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외래위편의 풍신록 6면 인터뷰에서 신주 ZUN은 스와호에 대해 설명하다
'높은 폭포가 있고, 산속에 있으며 신앙과 결부되는 연못이라 하면, 츄젠지호도 떠오르지요.' 라고 발언했다.
ZUN이 생각한 신앙이 모이는 호수...
어쩌면 안개의 호수나 큰두꺼비 연못 쯤은 여기서 따왔을수도?
다시 버스를 타고 달려 츄젠지호 쪽으로 향한다.
츄젠지호 앞에는 행락가가 형성되어있고, 케곤 폭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로 꼽히는 케곤 폭포. 얼어붙은 케곤 폭포는 가까이서 보니 훨씬 웅장했다.
케곤(華厳)은 불교의 화엄경을 뜻하는데, 이 또한 쇼도 스님이 붙인 이름으로 알려져있다.
케곤 폭포는 탄막 아마노자쿠 니토리의 스펠 폭부 「케곤 건」의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땅으로 내리꽂히는 폭포수를 형상화한 스펠카드
닛코 여행은 보통 도쇼구로 끝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조금만 더 발품을 팔아 츄젠지호 쪽으로 올라오면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다 소개하긴 애매한데, 명색이 성지순례기이니 다른 서브컬쳐 작품들의 성지들만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센죠가하라 (戦場ヶ原)
츄젠지호에서 또 버스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고원, 센죠가하라.
이곳은 '닛코의 습원'라는 이름으로 국제습지 보호협약, 람사르 협약에도 등록된 일본 유수의 초원이다.
고원지대 답게 올라오자마자 눈이 퍼부어서 또 새로운 풍경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끊기기 직전의 버스에 올라타 복귀할 수 있었다.
니시오 이신의 소설 및 애니메이션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히로인
센죠가하라 히타기의 성은 이곳에서 따왔다.
츄젠지호로 향하는 고갯길은 만화 이니셜D에 등장하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로하자카(いろは坂)다.
산 밑으로 내려갈 땐 버스를 타고 이로하자카를 내려갔는데, 진짜 멀미 나더라..
마타라신을 모시는 가장 큰 사찰과 함께, 정말 다양한 성지순례 포인트를 하루만에 돌 수 있는 닛코 여행이었다.
가는 방법
JR닛코선 or 도부 닛코선 탑승 / 닛코역 하차, 도보 10분
츄젠지호 방면은 도쇼구 앞 정류장에서 버스 탑승 20분
2018.02.17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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