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여행을 다녀온 뒤 곧바로 다녀온 부산 여행.
서울 촌놈인지라 부산과는 연이 별로 없었는데, 졸업 뒤 오랜 신세를 진 사학과 선배이자 오타쿠 선배가 계셔서 두 차례 다녀왔다. 군생활 중에도 알동기 친구들 중 부산 출신이 셋이나 되어서 GOP 철수휴가때 2박3일로 다녀왔고.
전격으로 리모델링한 뒤 처음 와본 고속터미널, 고터.
맨날 동서울터미널만 타다가 여길 와보니 신세계였다. 뭐 이렇게 좋아졌대..?
서부산 사상행 버스를 잡아 탄다.
'부산은 몇 번 와봤으니까'라는 오판으로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이후 나는 아이폰을 깨먹으며 여행사진 데이터를 전부 날리게 된다 ㅠㅠ
몇 시간의 주행을 마치고 사상에 도착해 주변 국밥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김해로 향했다.
김해경전철 차창사진
'서울 촌놈'에게 경전철은 진짜 재미있는 구경거리다..ㅋㅋㅋㅋ
수로왕릉역 도착!
수로왕릉역은 외관이 진짜 멋져서 셔터를 절로 누르게 되었다.
'부산은 많이 와봤으니까' 근교로 가보고싶다는 나의 말에 가게된 김해.
일행이 전부 역사 전공이다보니 가야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김해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선배가 말하길
예전에는 수로왕릉이 제대로 정비되어있질 않아서, 여기 앞 광장에서 백일장을 봤는데 사람들이 왕릉 위에 올라가 놀고 그랬다고 한다.
MSG가 쳐져있는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믿기 힘든 사실일수도..
원래 단독으로 사적 2호였던 회현리 패총.
저 켜켜이 쌓인 단층들이 다 다른 시대에 형성된 조개무덤이라니, 조사하던 학자들은 얼마나 짜릿하고 또 고됐을까.
대성동 고분군은 한창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날 날이 추웠는데, 선배가 나한테 '너도 곧 겪을 일이다..ㅋㅋ' 했던게 생각난다.
고고학과가 아닌지라 발굴은 안해봤지만 답사로 이곳저곳 끌려다닌거 생각해보면 뭐..ㅋㅋㅋ
수로왕비릉이다.
허황옥이 가져왔다는 전설의 파사석탑은 아쉽게도 박물관 전시를 위해 반출 중이었다.
어째 수로왕릉보다 더 주변 수목들이 울창해 보였다.
수로왕릉 관리실태가 개판이었다는건 도시전설이 아니라 사실인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구지가의 배경이 된 사적, 구지봉이다.
한 나라의 건국신화를 담은 곳인만큼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때마침 노을도 이쁘게 져준다.
이렇게 김해에선 적당히 유명한 사적 포인트만 돌아주고 부산으로 돌아갔다.
주 목적이 관광보단 오랜만에 만난 선배랑 마시는 술에 있었기 때문에..ㅋㅋㅋ
부산역전에 잡은 호텔에 체크인하고, 근처 굽네치킨에서 1차를 한 뒤에 호텔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러시아인 아재가 술에 잔뜩 취해 와서는 합석했다.
러시아인인만큼(?) 영어는 거의 전혀 하지 못했는데, 마침 소련사를 전공한 선배가 러시아어를 할줄 알아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운동선수였던 아저씨는,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의료 관광으로 부산에 들어와 며칠째 체류하고 계신다 하셨다.
아무래도 한국이 러시아보단 훨씬 민간인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가 좋다보니 이런 일도 자주 있는듯하다.
아마도 멀고먼 부산까지 와 아버지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 나눌 상대도 없으니 적적해 술만 드시다 테라스에 있는 우리들을 보고 반가워 무작정 합석한게 아니었을까.
오타쿠쪽 지식으로 체득한 소련의 군가 '카츄사'를 핸드폰으로 틀자 굉장히 반가워하시며 따라 부르셨던게 생각난다.
부산의 밤은 러시아어와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채, 소란스럽게 저물어갔다.
잔뜩 취하신 아저씨는 돌아가시며 웬 러시아 담배를 선물로 주고 가셨다.
표지의 발기부전 경고 그림이 인상적이다(...) 엄청 독했다.
다음날 아침 해장용으로 먹은 부산 돼지국밥
돼지국밥이 입에 안 맞는 외지인들도 있다던데, 나는 진짜 너무 맛있어서 사족을 못 쓸 정도다. 사랑한다 ㄹㅇ..
다음날은 러시아인을 골아떨어지게 만든 나도 숙취에 고생했는지(...) 사진이 별로 없다.
백산상회, 동척 부산지점(현 근대역사관)을 다녀왔다. 전부 근현대사 부산의 한 단상이다.
그 뒤 슬렁슬렁 용두산도 가보고.. 설빙에서 이야기를 좀 나누다 다시 부산역으로 향했다.
다시 가고싶다,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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