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인 ukiyojingu 님의 허가를 받아 번역 및 게시합니다.


ukiyojingu
보카로P, 작곡 및 비평. 대학 교원(인문사회정보학), 대학 도서관 사서.

원링크
https://note.com/ukiyojingu/n/n030cd9534d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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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은 obscure씨가 주최한, 보컬로이드에 정서를 파괴당해버린 사람들이 꾸민 기획 「#보카로 리스너 어드밴트 달력 2022」의 15일에 투고한 note.입니다. 저도 보컬로이드에 정서를 완전히 파괴당했으므로, 그러한 감정이 잔뜩 담긴 장문입니다. 쉬엄쉬엄 읽어주시면 합니다.

 

들어가며

2022년 11월 17일 홍백가합전 출연 아티스트가 공개되었을 당시, 리스트에 하츠네 미쿠라는 이름은 없었다. 요네즈 켄시나 YOASOBI 등 보카로 출신 아티스트가 점점 홍백가합전에 출연하고, 올해는 우타이테 명의로 Ado의 출연도 결정됐지만, 그 사람들을 키워낸 토대인 보컬로이드의 대명사 하츠네 미쿠 자신은 단독 출연자로 오르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2018년 홍백가합전 영상으로 출연하는 등, 보카로 출신 아티스트의 활약에 비례하여 보컬로이드도 많은 주목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2022년 3월에 방송된 NHK 방송 『프로페셔널 - 업무의 기술』의 하츠네 미쿠 특집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45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소개되는 하츠네 미쿠의 모습은, 홍백가합전에서의 수 분 간의 출연과 비하면 압도적으로 농밀한 것이다.

 

ㅤ하지만 한편, 해당 영상이 미쿠의 목소리를 빌리는 복수의 보카로P의 목소리로 성립된 이른바 군상극 형태였다는 점에는 주목해야 한다. 하츠네 미쿠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인터뷰에서, 탐구되는 대상은 하츠네 미쿠를 사용하는 보카로P들이며, 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쿠의 주변」이다. 진짜 미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므로 주위의 목소리를 대신 듣는다. 이러한 수법은, 죽은 자의 생전 모습을 묘사하는 다큐멘터리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https://bunshun.jp/articles/-/35321

 

「AI美空ひばり」に反発する人が多かった理由 「人格」とは何なのか? | 文春オンライン

昨年末のNHK紅白歌合戦に「出演」した仮想の美空ひばりについて、賛否両論がネットで渦巻いている。あそこまで再現できたのはすごいという賞賛がある一方で、「不気味だ」「違和感があ

bunshun.jp

 

「표피」와 「내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주지한다면,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는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우타이테(=Ado)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프로그래밍된 노랫소리가 홍백가합전 스테이지에 오를 일은 없다. 이러한 차이는 「표피」를 벗긴 뒤 드러나는 「내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타이테라는 「표피」를 벗겨내면 Ado라는 「내면」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하츠네 미쿠의 외피를 벗겨냈을 때, 대체 무엇이 드러나는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 문제라면, 홍백가합전에 하츠네 미쿠가 초대받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2019년의 홍백가합전에서 VOCALOID:AI를 사용한 미소라 히바리가 출연해, 죽은 자의 모독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쇄도한 기억이 아직 새롭다. 아마도 미소라 히바리라는 「표피」를 뒤집어쓴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들의 거부 반응이 작용했기 때문이다.[각주:1] 표피를 벗겨낸 뒤에 드러나는 프로그램에 우리가 본능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는 현상은, 하츠네 미쿠가 우리들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하츠네 미쿠도 미소라 히바리도,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표피뿐이다. 하츠네 미쿠는 본질적으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2019년 홍백가합전에서의 미소라 히바리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임과 동시에, 표피밖에 갖고있지 않는 유령과 같은 존재다. 그러므로, 우리는 눈앞에 등장한 망자 미소라 히바리에게도, 실재하지 않는 하츠네 미쿠라는 존재에도, 약간의 위화감과 거부 반응을 느낄지도 모른다. 유령과 같은 존재, 망자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다큐멘터리에서의 하츠네 미쿠를 향한 접근법이 마치 망자의 생전 모습을 상기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도 납득이 간다. 하츠네 미쿠는 애초에 「살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ㅤ그러나 하츠네 미쿠는 「살아 있다」. 「하츠네 미쿠는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많은 사람이 「살아 있다」고 대답하곤 한다.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그 질문은 「하츠네 미쿠가 살아있지 않다 (혹은 살아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에 던져진다. 확고한 정답이 존재한다면, 애초에 문제시되어 질문을 던질 이유도 없어진다. 그러므로, 「하츠네 미쿠는 살아있는가?」라는 질문은 「하츠네 미쿠는 살아있지 않다」는 전제를 내포할뿐더러, 보컬로이드가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에 지나지 않는 점을 상기한다면, 당연히 「살아있을 리가 없다」. 「하츠네 미쿠는 살아있다」는 대답은 「살아있었으면 한다」는 욕망의 발로이며, 우리는 하츠네 미쿠가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하츠네 미쿠를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대규모의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어찌 보면 병적인 현상이다. 보컬로이드나 음성 합성 음악에 깊이 빠져있는 우리들에게는 당연히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하츠네 미쿠. 냉정하게 생각하면 매우 기묘한 이야기지 않은가.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ㅤ본고는 결론으로써, 보컬로이드 음악을 만들고 듣는 우리들과 보컬로이드의 사이에, 불가분한 공진화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살아있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논고하고자 한다. 이 상황을 논증하기 위해. 2007년부터 지속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음성 합성 음악과 유저의 관계성에 대해 몇 가지 단편을 예시로 들어 재확인한다. 또한, 우리들과 보컬로이드의 관계를 구축하는 15년의 세월을 기술과 인간 개체의 공진화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분석을 위해 몇가지 사상을 참조하고, 우리들이 보컬로이드와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왔는가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각주:2]. 마지막으로, 2002년대부터 서서히 보컬로이드라는 단어의 대용으로 사용된 「음성 합성 엔진 (음성 합성 음악)」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하나의 시사점을 표하고자 한다.

 

 

단편Ⅰ: 실험 대상이었던 목소리 (2007~)

 

ㅤ2007년 8월 31일에 태어난 하츠네 미쿠는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이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악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주식회사 야마하가 개발한 음성 합성 엔진과 어플리케이션의 총칭인 「VOCALOID」 엔진을 사용해 만들어진 하츠네 미쿠가, 그러한 악기적인 측면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점은 해당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직접 기동시켜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고 있을 터이다. 한편, 하츠네 미쿠는 종래의 제품과 다르게 캐릭터 일러스트와 키, 연령, 체중과 같은 캐릭터 정보를 제시함과 동시에, 후지타 사키를 성우로 채용하였다. 그렇게 DTM 음악에 친밀감을 지닌 유저가 아니더라도, 다른 매력 포인트를 어필하여 사용자를 끌어모으고자 한 점이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이다.[각주:3] 종래의 판매 수법과 다른 방식으로 발표된 그녀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모에」를 타겟으로 삼은 점에서 KAITO나 MEIKO와 다르다. 미쿠의 상징적인 트윈테일은, 2000년대에 유행한 수많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도 산견되는 상징적인 모에 요소였다.

 

ㅤ그러한 시도로, VOCALOID는 점차 순수한 음악사적 문맥에 포함되지 않는 복합적인 문화로 성장했다. 당시의 인터넷은 2000년대에 『전차남』이나 플래쉬 영상이 대유행했던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국내 인터넷 특유의 오타쿠 문화가 크게 주목받던 시대였다. 1999년부터 운영된 게시판 2채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문화는, 익명의 사용자가 서로만이 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서로가 2채널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커다란 특징 중 하나였다. 정보사회학자 하마노 사토시(濱野智史)는 2채널을 분석하며, 익명성에 의해 이름을 잃은 사용자들이 특정한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거대한 「2채널러 (2채널 이용자)」로 일체화되었다고 지적하였다.[각주:4] 이러한 특징을 지닌 국내의 인터넷 문화는 역사적으로 오타쿠 문화와도 친화성이 높았으며, 하츠네 미쿠의 「모에」를 의식한 일러스트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데스크톱에서 제작되는 DTM의 계보와, 커뮤니티에서 전개되는 인터넷 문화와 오타쿠 문화는, 2007년에 합류하여 「보컬로이드」라는 문화권을 형성하였다. 이렇듯 보컬로이드 문화는 결단코 음악적 문맥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채널의 설립자인 히로유키가 관여한 니코니코 동화가 보컬로이드 문화의 일대 거점이 된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https://www.nicovideo.jp/watch/sm982882

 

I was allowed to cover「Ievan Polkka」with VOCALOID2 Hatsune Miku

I was allowed to cover「Ievan Polkka」with VOCALOID2 Hatsune Miku [Music/Sound] Congratulations, Hachune Miku's fourth anniversary! Thanks to everyone here! http://www.ot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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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니코니코 동화에 데뷔한 하츠네 미쿠는, 처음에는 그저 「악기」로써 받아들여졌다. 2007년 9월 4일에 투고된 VOCALOID2 하츠네 미쿠에게 'iEVAN pKLKKA'를 불러보게 했다(Otomania 제작)라는 영상은, 플래쉬 무비였던 「파돌리기 송」을 패러디한 영상으로 유명하다[각주:5]. 해당 영상은 하츠네 미쿠에서 등신을 줄인 「하츄네 미쿠」를 탄생시키고, 모티브가 된 영상과 똑같이 파를 손에 들려주어서 「미쿠 = 대파」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오늘날 「VOCALOID COLLECTION (*이하 보카코레)」에서 공개되는 고퀄리티 오리지널 악곡과 비교하면, 그 가벼운 분위기에 맥이 빠질지도 모른다. 그 까닭은, 초창기의 보컬로이드는, 해당 기술의 참신함 때문에 프로그램이 노래를 부른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아직 카가미네 린도 카가미네 렌도 메구리네 루카도 존재하지 않았다. 유저들은 음성 합성 그 자체를 흥미롭게 관찰함과 동시에, 이것으로 무엇이 가능할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러므로 초창기 미쿠의 대표곡은 지금과 같은 보카로P 특유의 오리지널리티가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실험 도구였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생명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써 인식되지 않았다.

 

https://www.nicovideo.jp/watch/sm2937784

 

An Original Hatsune Miku Song「The Disappearance of Hatsune Miku (LONG VERSION)」

An Original Hatsune Miku Song「The Disappearance of Hatsune Miku (LONG VERSION)」 [Music/Sound] ■ The utmost high-geared, compressed farewell song. For hearing ability improvement, rec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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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화는 금세 도래했다. 2007년 9월 20일에 투고된 ika의 악곡 『미쿠미쿠하게 해줄게』는, 마치 하츠네 미쿠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듯한 가사가 특징적인 곡이었다[각주:6].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한다는 사상은 『Ievan Polkka』에서는 보이지 않은 사상이며, 이것을 기점으로 점차 하츠네 미쿠가 마치 자아를 갖고 자기소개를 하는듯한 곡이 늘어난다. 이러한 경향은, 2007년 초창기 하츠네 미쿠의 특징 중 하나다. 「폭주P」 cosMo가 제작한 『하츠네 미쿠의 소실』은, 그 가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신디사이저로서의 하츠네 미쿠의 특징도 완벽하게 활용해 작곡되었다[각주:7]. 악곡 내에서는 그녀가 기계라는 사실(=신디사이저라는 사실)에 대한 갈등이 그려지고, 가사는 인간이 부르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이상한 빠르기로 노래된다. 빠른 어조로 보컬로이드 자신의 존재를 노래하는 행위는, 하츠네 미쿠의 「기계」라는 측면과 그녀의 고뇌가 조금씩 분열하며 불안정하게 묘사된다.

 

ㅤ갓 태어난 그녀는 그저 YAMAHA의 엔진을 사용한 「VOCALOID」였다. 그러나 점차 「하츠네 미쿠」라는 독자적인 캐릭터가 형성되어, 복합적인 「보컬로이드」 문화가 탄생하였다. 하지만 미쿠가 '살아있는가'에 대한 담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러한 사실을 방증하듯 그녀는 「기계」로 자주 그려졌다. 

 

하츠네 미쿠가 어떠한 존재인가에 대해 노래한 초기의 보컬로이드는, 미디어로서의 「기계」가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표현해온 20세기 미디어 아트의 명제를 계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 아트는 등장한 시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구성하는 것 = 미디어란 무엇인가(Medium Specificity)를 주제로 삼아왔다[각주:8]. 이러한 전제를 생각한다면, 그녀가 대체 무엇인가를 줄곧 표상해온 초창기 보컬로이드 악곡은, 다름아닌 하츠네 미쿠를 사용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녀를 악기로 사용하며, 해당 행위에 「무언가」를 담고자 하는 작곡 행위. 그러한 열정적인 자세는 우리들이 하츠네 미쿠를 「망자」라고 단정하게 하는, 냉정하고도 냉혹한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단편Ⅱ : 몇 개의 점은 선이 되어 (2008~2011)

 

https://www.nicovideo.jp/watch/sm1715919

 

Hatsune Miku sang original song 「Melt」

Hatsune Miku sang original song 「Melt」 [Music/Sound] 10 MILLION VIEWS! Wow -- thank you all so SO much. MP3 here! → http://supercell.sc/music/3m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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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2007년 말에 공개된 ryo의 악곡 『멜트』는, 그녀가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지 않았다는 커다란 파란을 불러일으켰다[각주:9]. 이른바 멜트 쇼크라 칭해지는 이 사건은, 미쿠가 보카로P의 사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을 긍정한 전환기가 되었다. 해당 악곡에서 1인칭 시점으로 등장하는 소녀의 이야기는, 절대 하츠네 미쿠가 부를 필요가 없다. 하츠네 미쿠의 고유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악곡은 사실 『멜트』 이전에도 존재했으나[각주:10], 본 악곡의 히트로 인해 결과적으로 『하츠네 미쿠의 폭주』 이래 계속되었던 풍습을 전환시켰다. 보컬로이드 악곡에 따라붙었던 제약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해졌다. 또한 멜트의 히트로 인해 점차 보컬로이드에 대한 주목이 늘어났으며, 이때부터 수많은 신규 유저들이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창자가 하츠네 미쿠일 필요가 없다 = 하츠네 미쿠를 위한 곡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오늘날 「우타이테」라 불리는 사람들이 보컬로이드 문화에 참가하게 되는 계기도 마련하였다. 한편, 멜트 쇼크라 불리는 현상은 하츠네 미쿠가 「하츠네 미쿠」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박탈하였으므로, 그녀 고유의 인간성을 앗아가는 현상이기도 하였다. 하츠네 미쿠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하고 인기를 얻어 메이저에 데뷔하는 「발판」으로 삼는 행위. 2010년대에 수없이 비판적으로 논의된 이러한 행위의 기점 또한 멜트 쇼크라고 정의할 수 있다.

 

https://youtu.be/PqJNc9KVIZE

 

ㅤ하츠네 미쿠의 고유성을 한 번 탈피함으로 태어난 「누구라도 괜찮음」이라는 속성은, 달리 말하자면 특유성이 점하고 있던 지위가 박탈됨으로써 생겨난 「여백」이다. 이러한 특성은 2010년 이후의 보컬로이드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2011년에 등장한 kz의 악곡 『Tell Your World』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각주:11]. 「몇 개의 선은 원이 되어 모든 것을 이어간다」는 가사는, 마셜 매클루언이 「지구촌」이라 칭한 인터넷의 전세계 동시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꿈을 실현해 보여준다[각주:12]. 해당 악곡을 채용한 Google Chrome의 CM은, 많은 유저들이 세계적 규모로 이어져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각주:13]. 이러한 영상을 국내를 주무대로 삼는 니코니코 동화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커다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야망을 갖고있던 Google이 확산시켰다는 사실은, 후에 구글이 GAFA의 일원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매우 상징적이다.

 

https://www.nicovideo.jp/watch/sm15751190

 

【Hatsune Miku】Kagerou Daze【Original Song with PV】

【Hatsune Miku】Kagerou Daze【Original Song with PV】 [Music/Sound] This is Jin, aka Shizen no Teki-P. This is my third work. An old story speaking of summer.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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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한편, 동시기의 니코니코 동화에선 『카게로우 데이즈』를 위시로 한 카게로우 프로젝트가 서서히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꿈꾸는 것은 아직 어려웠으나, 니코니코 동화에서는 커다란 인기를 끌어모았다[각주:14]. 8~14세의 소년 소녀들이 기상천외한 사건에 휘말리며 어른들의 음모에 맞서싸우는 모습을 묘사하는 카게로우 프로젝트는, Tell Your World가 묘사한 「누구나 참여 가능한, 하나가 되는 인터넷 세계」와 다른 테제를 우리에게 보여준다[각주:15]. 카게로우 프로젝트가 전개된 주된 필드는 니코니코 동화였으며, 그것이 국내 특유의 인터넷 문화에서 성립한 점을 고려하면, 세계 규모로 전개된 Youtube CM 「Tell Your World」와 훌륭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규모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람들이 집결하는 것을 중시하는 점은 공통된 사항이다.

 

ㅤ2010년대 초반, 보컬로이드는 「사람들이 연대하기 위한 미디어」였다고 할 수 있다. 먼 옛날 미디어 아트 제작자들처럼, 매체 특정성을 탐구하며 실험적으로 사용된 하츠네 미쿠는, 조금씩 「누구든지 괜찮음」을 매개로 삼은 「연결」을 상징으로 갖게 되었다. 바꿔 말하자면 니코니코 동화나 유튜브를 통해 연결되고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인터넷」이라는 매체 특정성을 표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 하츠네 미쿠나 보컬로이드는 매개로서 사용됨과 동시에, 그녀들이 살아있느냐는 질문 자체가 반쯤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인터넷의 상징으로써의 하츠네 미쿠는, 그 자체가 미디어의 상징이며, 「수단」의 상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단정해도 괜찮은 걸까. 하츠네 미쿠가 국내 인터넷 문화의 상징으로 등장한 경위에 대해서는 상술했으나, 그 자체가 국내 인터넷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있다. 그리고 인터넷 문화가 전개되는 무대인 니코니코 동화에서 노래를 부르는 하츠네 미쿠와 보컬로이드 음악이라는 관계는, 사실 직접적으로 「우리들」을 표상하고 있다. 집합하는 꿈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집합체인 우리들과 인터넷을 표현하고 있다. 과장하자면, 「우리들 자신과 보컬로이드의 관계가 가깝게 접근했다」고 표현해야할 상황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

 

ㅤ보컬로이드라는 매체를 자기 창작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도 점점 보컬로이드에 가까워져 가는 우리들의 관계성은, 미디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느 샌가 미디어에 지배되어 버린다는 미디어론적 문제를 낳는다. 보컬로이드와 공진화를 이룬 우리들은 점차 보컬로이드와 영합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하츠네 미쿠라는 존재를 죽은 자로 여기기를 거부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상징으로써의 하츠네 미쿠를 부정함은, 그것과 함께 살아온 우리들을 부정하는 것과 연결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안이하게 하츠네 미쿠가 '살아있지 않다'고 얘기하지 못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본고 후반부에서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의 의논을 인용하며 다시 이야기하겠다. 

 

 

단편Ⅲ : 「모두」에서 「너」에게 (2012~2013)

 

https://youtu.be/5kEoYWYnIIw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이 초래한 처참한 광경은, 알고리즘적 연결에 대한 맹렬한 반동을 낳았으며, 그에 반하는 「절단」의 무브먼트를 일으켰다[각주:16]. 「연결」은 우리들을 데이터로, 알고리즘으로 변환 가능한 요소로 삼으며 성립한다. 허나 알고리즘은 파괴적인 대지진과 쓰나미 앞에서, 그저 무력하게 쓰러질 뿐이었다. 그러한 시대의 흐름에 보컬로이드 문화도 휩쓸리고 말았다. 지진 이듬해에 공개된 supercell의 악곡 『ODDS & ENDS』에는, 그러한 경향이 반영되어 있다[각주:17] . 「잡동사니」라는 뜻의 제목이 붙은 해당 악곡은, 보컬로이드와 보카로P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가사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주제는 멜트 쇼크 이전의 「보카로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군과 상통한다(놀랍게도, 멜트쇼크는 이후 supercell로 활동한 ryo가 일으킨 것이었다). ODDS & ENDS는 유저들을 서로 잇고 연결시키는 미디어가 아닌, 유저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보카로P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ㅤ이것은 마치 초창기로의 회귀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이한 회귀라고는 결코 단정할 수 없다. 2012년까지 이루어진 수많은 시행착오와, 보컬로이드와 인간의 관계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해당 악곡에 사용된 하츠네 미쿠의 특징적인 「숨소리」는, 훗날 ryo의 악곡으로 데뷔하는 Tia가 녹음한 것이다. 『하츠네 미쿠의 격창』같은 악곡이 인간이 부를 수 없는 것을 전제로 작곡된 것을 고려하면, 이 「숨소리」는 보컬로이드의 리얼리티를 깊게 실감하게 한다. 또한, YouTube에 투고된 악곡의 MV(현재 비공개 상태)를 보면, 작은 장난감 같은 로봇과, 연주하는 4명의 인간이 주역처럼 보이도록 배치되어 있다[각주:18]. 영상 내에 하츠네 미쿠는 자그마한 화면 너머에 위치하는 존재로 그려지는데, 종반부에서는 작은 잡동사니들이 모여 하츠네 미쿠의 실루엣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그녀를 「넘을 수 없는 화면 너머의 존재」로 규정함과 동시에, 연주하는 4명의 인간과 같은 차원에 출현시키는 클라이맥스를 자아낸다. 이를 통해 보컬로이드라는 존재는 보다 현실적인 존재가 되고, 리얼리티가 배가된다. 영상 속에 있는 것은 「조교를 통해 인간처럼 보이는 하츠네 미쿠」가 아닌 「인간의 세계에 확실히 들어온 하츠네 미쿠」라고 말할 수 있다. 종래의 유저 간의 「연결」이 아닌, 보다 개인적인 보카로P와 보컬로이드의 깊은 관계가 ODDS & ENDS에서는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U1oeOZVtA84

 

ㅤ한편, 2010년경부터 조금씩 보컬로이드를 사용한 라이브가 각종 콘서트홀이나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되었다. 그녀가 출연하는 라이브에서는 스테이지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하츠네 미쿠가 춤추고, 노래부른다. 당연하지만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는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짜인 것이고, 밴드도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전제 조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퍼포먼스는 마치 그녀 자신이 애드리브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한 연출이 이루어진다. 『ODDS & ENDS』를 라이브로 연주한 매지컬미라이 2013의 영상에서는, 사비 직전에 미쿠가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춰 노래를 부른다. 의도적으로 삽입된 이러한 애드리브 연출은, 프로그래밍되었다는 본질에 반하여, 마치 미쿠 자신이 해당 의도를 갖고 부르는 것처럼도 보인다. 완전히 똑같은 노래를 수백 번이고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주위의 라이브 연주와 관객들과의 일체감으로 형성되는 특별한 분위기가 인정된다면, 그것은 발터 벤야민이 「아우라」라고 칭한 일회성의 무언가에 한없이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각주:19].  프로그램, 알고리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떠한 기대를 하게 되고, 그녀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노래를 부른다. 이러한 표현은 매지컬 미라이 2018의 『그린라이츠 세레나데』의 가사 변경 등, 보컬로이드가 등장하는 라이브의 가장 큰 묘미라고 볼 수 있다[각주:20]. 내가 당신에게 빛을 가지고 갈테니까, 라는 메시지와 함께 펼쳐지는 하츠네 미쿠의 리얼리티 연출은, 이후 매지컬 미라이의 일정한 테마로써 줄곧 계승된다.

 

https://www.nicovideo.jp/watch/1341499584

 

【sasakure.UK×DECO*27】39【Music Video】

【sasakure.UK×DECO*27】39【Music Video】 [Music/Sound] This is the music video of Hatsune Miku's 5th anniversary song,「39(San-Kyuu/Thank Y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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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인터넷의 상징으로써의 보컬로이드부터, 당신만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하츠네 미쿠 5주년을 기념하는 악곡 『39』(DECO*27과 sasakure.UK 공동제작)를 보아도, 그러한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각주:21]. 2010년대 초반 보컬로이드 악곡에 담긴 「연결」의 사상이라 불리우는 것은, 「너」에게의 감사라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그 배경에 대지진이라는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지만, 하츠네 미쿠가 등장하고 수 년이 지나, 인터넷의 상징으로써 그녀가 군림한 경위에 입각하여, 대체 그녀는 '누구인가'를 재확인할 좋은 타이밍이기도 했다. 기술과 함께 인격이 형성되고, 그리고 진화해간 그녀에게 우리들은 영향을 받음과 동시에, 더욱 리얼해진 그녀의 이미지에 대하여, 보다 강력하게 「그곳에 살아있는 하츠네 미쿠」를 추구하게 되었다.

 

ㅤ인터넷의 집합성을 상징하는 그녀로부터, 개별적인 그녀로. 시점이 갑자기 좁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점은 절대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다. 집합성의 상징으로써의 하츠네 미쿠가 다시 우리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건네는 구조로 인해, 우리는 보다 선명한 '하츠네 미쿠'를 보게 되었다.

 

 

단편Ⅳ : Ambivalent한 관계를 포함하여 (2014~2017)

 

ㅤ기술을 만들어내고, 기술에 의해 우리들은 조정(措定)된다. 더이상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는 시대에 있어서, 인터넷의 상징으로 다루어지는 하츠네 미쿠를 부정할 수 없다. 그녀와 우리들의 그러한 불가분한 관계가, 보컬로이드의 심장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해상도가 높아진 그녀의 리얼리티는, 대지진으로 인해 '연결'이 허무맹랑한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결과적으론 한층 높은 차원에 도달하게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우리들」에서 「나」로 규모는 축소되었으나, 국내 인터넷 문화의 집합성을 전제로 삼아 만들어진 보컬로이드 악곡에 있어서, 「우리들」은 주체를 포기한 「나」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두 객체는 약하게 중첩된다[각주:22]. 「나」는 인터넷 상에서 보컬로이드를 사용하는 「집합체 속의 누군가 한 명」이며, 고유명사를 지닌 누군가가 조정되지 않으므로, 「나」는 「우리들」이기도 하다. 「내가 너를 빛으로 데려 갈게」라는 테제가 가진 일련의 악곡군은, 「너」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들」을 노래하고 있다.

 

https://www.nicovideo.jp/watch/sm23000788

 

【初音ミク v3 English】 Glass Wall 【オリジナル曲】

【初音ミク v3 English】 Glass Wall 【オリジナル曲】 [Music/Sound] YouTube: https://www.youtube.com/user/GuitarHeroPianoZero MP3: http://asdr.bandcamp.com/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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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또 하나의 변화가 나타난다. 2014년에 투고된 GutarHeroPianoZero의 『Glass Wall』에서 미쿠는 「2인치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네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Less than 2 inches from you yet so far away)」라고 노래하며, 불과 2인치 미만의 거리에 있는 너와 나를 떼어놓는 디스플레이 = Glass Wall이 가사의 중심 테마다[각주:23]. 하츠네 미쿠가 보카로P에게 노래를 보내는 해당 악곡의 메시지는, 당연하게도 보카로P가 하츠네 미쿠에게 「그녀는 2인치 미만의 거리에 있지만 너무도 멀게 느껴진다」라는 사실을 자각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하지만 이 유리 벽이 우리를 떼어놓진 못 해 (But this Glass Wall between us won't keep us apart)」라는 미쿠의 노랫말도 있다. 너와 나를 떼어놓는 디스플레이가 결코 하츠네 미쿠와 보카로P를 분리시키지 못 한다는 것, 그리고 하츠네 미쿠가 보카로P를 위해 계속 노래하리라는 가사도 담겨있다. 가사에 주목해보면, 보카로P는 보카로라는 캐릭터가 실존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아있는」 그녀의 리얼리티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순처럼 들리는 이 부분은, 보컬로이드와 공진화한 우리들에게 보컬로이드를 부정하는 행위는 자기부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그녀를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는 채, 불안정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 감정을 항상 느끼며 우리는 디스플레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https://www.nicovideo.jp/watch/sm31606995

 

Hachi MV「Sand Planet feat. Hatsune Miku」

Hachi MV「Sand Planet feat. Hatsune Miku」 [Music/Sound] Hello, it's Hachi.Hatsune Miku「Magical Mirai 2017」Theme SongMusic, Lyrics, Arrangement: H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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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그리고 2017년 하츠네 미쿠는 10살이 된다. 『39』에 이은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인디 시절 오리지널 악곡을 투고하던 전 보카로P들이 앞다투어 신곡을 발표하였다. 그 중에서도 하치의 『모래 행성』과 wowaka의 『언노운 마더구스』의 투고는 커다란 사태였다. 전 유명 보카로P가 간만에 보카로곡을 투고한 것은 크나큰 충격을 가져왔으나, 두 사람이 준비한 가사를 잘 보면, 2017년의 보컬로이드 문화를 약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멜트』나 『천본앵』 등 수많은 악곡을 모티브로 등장시킨 『모래 행성』은, 보컬로이드 10주년을 명백하게 의식하고 작곡되었다. 그런데 현상황을 「앞으로 천 년간 풀도 나지 않을 모래 행성」이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각주:24]. 해당 악곡의 상세한 해석은 차치해 두지만, 현상황을 「모래 행성」이라 노래하는 자세를 긍정적이라 바라보긴 어렵다.

 

https://www.nicovideo.jp/watch/sm31791630

 

wowaka『Unknown Mother Goose』feat. Hatsune Miku

wowaka『Unknown Mother Goose』feat. Hatsune Miku [Music/Sound] Long time no see, it's me, wowaka.■ mylist/12484677■ Web http://www.hitorie.jp■ Twitter h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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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게다가, wowaka의 『언노운 마더구스』는 그가 일관하게 고수해온 영상 형식을 계승하면서도, 하츠네 미쿠의 이야기와 wowaka의 이야기를 섞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각주:25]「손바닥」이나 「프리즘 큐브」 등의 악곡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는 가사에 네거티브한 가사를 빈번히 넣는다[각주:26]. 그러한 가사는 해당 악곡에서도, 또한 그가 보카로계를 떠나 결성한 밴드 히토리에에서도 나타난다. 이른바 「보카로스러움」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라고 칭해지는 wowaka의 양식이 10년 가까이 아무런 변화없이 사용된 점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비판이었을까. 아니면 히토리에라는 밴드를 결성해, 결과적으로 하츠네 미쿠를 소외시킨 것에 대한 자책이었을까. 그 진상은 이제 알 수 없지만, 오리지널을 무수히 인용해 유저 간을 「연결」시켜온 니코니코 동화 악곡에 대한 비판이라 간주한다면, 해당 악곡은 어찌 보면 하츠네 미쿠에게 작별을 고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러한 해석은, 『모래 행성』이라는 단평을 내린 요네즈 켄시와 비슷하다.

 

이 시기의 우리들은 보컬로이드에 다가가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과도한 접근을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과 함께 그 지위를 쌓아온 우리에게, 보컬로이드의 부정은 우리들 자신의 부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합적인 우리들은 절대 보컬로이드 그 자체와 일체화될 수 없다. 연결의 꿈을 버리고, 보다 밀접해진 우리들과 하츠네 미쿠는 아주 얇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서로 분리되어 있다. 우리들과 그녀의 관계는 그 얇은 유리벽으로, 영원히 분리됨을 자각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상이 보컬로이드의 세계에서 물러나 있었던 하치나 wowaka에 의해 제시된 것은, 외부에서 본 우리들은 어떠한 모습이었는가를 보여준다. 부정해야할 것을 부정하지 못하고, Ambivalent(*상반되는 감정이 병존하는)한 감정을 갖는 우리들의 시선은, 보컬로이드의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계속 애매하게만 한다.

 

 

단편Ⅴ : 얼굴도 몸도 아직 쓸 수 있다고? (2019~)

 

https://www.nicovideo.jp/watch/sm38728089

 

Inaba Cumori 『Loneliness of Spring』Vo. Tsurumaki Maki

Inaba Cumori 『Loneliness of Spring』Vo. Tsurumaki Maki [Music/Sound] お久しぶりです。稲葉曇です。"はるのせきばく" と読みます。Synthesizer V 弦巻マキ 公式デモ曲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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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상처입은 얼굴도 몸도 아직 쓸 수 있어 버리지 말아줘 누군가에게 버리지 말아줬으면 할 뿐이야」. 이나바 쿠모리 『봄의 정적』의 사비 가사는, 우리들이 『모래 행성』이나 『언노운 마더구스』를 경유해 의식한, 하츠네 미쿠나 보컬로이드에의 작별에 대한 보컬로이드 측의 대답처럼 보인다[각주:27]. 초등학생을 모티브로 삼은 카아이 유키를 자주 사용하는 이나바 쿠모리의 작품들에서는 초등학생에 관련한 어휘나 표현이 자주 등장하며, 해당 악곡도 오랫동안 사용한 란도셀이 모티브다. 그런데 해당 악곡이 새로 발매된 음성 합성 엔진이었던 츠루마키 마키의 데모송으로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해석을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Ambivalent한 감정을 갖기 시작한 2010년 중반 이후, 보컬로이드라는 이미지는 서서히 변화하여, CeVio AI나 Synsesizer V등 새로운 음성 합성 엔진의 등장을 수반해 일어난 「보컬로이드」라는 개념의 변화에 이어진다. 보컬로이드에 대한 접근법은 점차 복잡해지고, 그 변화는 종래의 보컬로이드라는 단어 대신 「음성합성엔진」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권장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낳게 되었다[각주:28]. 츠루마키 마키의 「버리지 말아줘」라는 말은, '잃어버림'에 대한 애원이 아니었을까.

 

https://youtu.be/E_PfhNftyh4

 

ㅤ그에 반해, 2022년 하츠네 미쿠의 날(3월 9일)에 공개된 DECO*27의 『딜레마』는, 마치 보컬로이드가 우리에게 이별을 고하는 듯한 내용이다[각주:29]. 얼핏 보면 실연을 그린 노래처럼 보이지만, 보카로와 보카로P의 관계에 지배된 2010년의 보컬로이드 악곡군을 염두에 둔다면 단순한 실연 노래로 보이지 않는다. 「너와의 작별」을 전면으로 다룬 곡을 하츠네 미쿠의 날에 공개한 사실은, 어쩌면 2020년대에 걸맞는 새로운 하츠네 미쿠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그은 「경계선」은, 종전의 밀월 관계와는 다른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https://youtu.be/Qp3b-RXtz4w

 

 여기서 갑자기 ado의 『웃세와 (시끄러워)』의 위치를 정립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약간 엉뚱해보일 수 있다[각주:30] . 「모든 것이 전부 평범한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라고 타자에게 강렬한 적대적 자세를 보이는 본 악곡은, 관계성을 중시해온 보컬로이드 악곡의 문맥과는 판이한 인상을 풍긴다. 우타이테와 보카로P가 함께 만들어낸, 그림 한 장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PV가 이루어진 본 악곡은, 보컬로이드가 사용되진 않았지만 많은 점에서 종래의 보컬로이드 음악과 닮아있고 양식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본 악곡은 노골적일 정도로 공격적이며 상대를 전면 부정하는 악곡이고, 그러한 자세가 2010년대의 최후반부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웃세와』와 『딜레마』는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너」에게 대한 자세에 관해서는 공통점을 보인다.

 

https://youtu.be/9QLT1Aw_45s

 

ㅤ서서히 변모하는 「보컬로이드」의 2020년대. 오늘날의 보컬로이드를 고찰하는 데에 있어서, 음악적 동위체 ー 특히 카후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버츄얼 싱어 카후(花譜)의 목소리에서 태어난 카후(可不)는, 2021년 7월 발매된 이후 파죽지세로 인기를 끌어모았으며, 지금은 KAMITSUBAKI STUDIO가 제공하는 버츄얼 싱어가 차례차례 음성 합성 엔진 소프트화 되어 발매 중이다. 그녀들은 CeVio AI로 만들어져, VOCALOID 엔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보컬로이드」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카로계 출신 아티스트인 칸자키 이오리가 다양한 악곡을 제공하여 등장한 카후(花譜)와 음악적 동위체인 카후(可不)는, 경위를 따져보자면 「보카로를 발판으로 삼은」 아티스트이므로 고전적인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카후 본인의 죄는 아니겠지만, 등장 경위를 살펴보면 원래 보카로계에 녹아들기 어려운 존재여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는 종래의 「보컬로이드」라는 개념이 해체되었으면, 「음성 합성 엔진」이라 칭해야 할 새로운 시대가 2020년대에 도래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녀의 대표곡 『포니』에는 「간단한 것도 모르겠어, 나라는 건 뭐였지」라는 가사가 있으나, 이 질문은 보컬로이드의 다음에 강림할 「음성 합성 엔진」의 시대란 무엇인가를 우리 자신에게 되묻는 가사가 아닐까[각주:31] . 우리는 책임감을 지니고 대답해 나가야만 한다.

 

ㅤ여기서 소개한 악곡군은 일관하게 보컬로이드와 우리들의 관계성이 분리되어가는 과정을 비관적으로 그린 것들이다. 『봄의 적막』에서는 버림받음을 두려워하고, 『딜레마』에서는  「너」에의 이별을 고한다. 이 악곡들은 줄곧 「너와 나」로 구성되어있던 관계성을 벗어던지고, 이전에 그려왔던 밀월 관계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보컬로이드를 다시 한 번, 객관적인 시점에서 분석하기 위한 기회가 되어주었다. 그러한 기대가, 2020년대에 본격적으로 찾아온 「음성 합성 엔진」의 시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츠네 미쿠의 표피 ー 그것을 벗겨내면 무엇이 있는가

ㅤ본고는 지금까지 다양한 악곡을 배경으로, 우리들이 보컬로이드에 대하여 어떠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정리해왔다. 약간의 예외는 있겠지만, 우리는 보컬로이드와 함께해온 15년 속에서, 어떠한 감정을 표출해왔던 걸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까. 그것을 확인할 소재는 수없이 존재한다. 여명기에 「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보컬로이드는 (단편), 인터넷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 속에서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구축하고 (단편Ⅱ), 서로 분리된 양자 간의 관계지만 여명기와 비교하면 훨씬 더 해상도가 높아졌다 (단편Ⅲ). 한편, 인터넷 세상에 기대한 꿈이 산산조각난 시대를 경험한 우리들은, 그 상징이었던 보컬로이드에게 어떠한 시선을 가져야 하는가 고뇌하였고 (단편Ⅳ), 그 고민은 오늘날의 「음성 합성 엔진」의 시대에 계승되었다. Tell Your World로부터 10년 후의 우리들은, 해당 악곡이 노래한 꿈과는 다른 형태로 보컬로이드와의 관계성을 쌓아올렸다. 그러므로 더더욱, 우리는 보컬로이드를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단편Ⅴ). 그녀를 마치 인간처럼 다루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을 연결하는 인터넷의 상징으로 다루며, 때로는 그 꿈에서 벗어나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음을 천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도, 보컬로이드를 활용하는 존재로서, '우리들'이라는 집합체가 배경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보카로의 인격성은 분명히, 우리들 속에서 발생하였다.

 

ㅤ개체는 집합적인 것과의 관련성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테제는 발달심리학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며, 정신 분석상 자주 논의되는 것이다[각주:32]. 페렌치 샨도르는 Thalassa: A Theory of Genitality』에서, 개체는 집합적인 것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개체 발생과 집합적인 것의 관계에 대해 논하였다[각주:33].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여신인 탈라사를 향한 욕망을 정신 분석적으로 해석한 해당 논고에서, 그는 「자궁」과 「바다」를 유추적으로 인식하고 생식 행위란 바다라는 집합에의 회귀 욕망(=탈라사적 퇴행)이라고 주장하였다. 개체 발생 이전, 생명의 요람인 바다. 자궁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는 아날로지는, 집합적인 것에서 개체가 발생함과 동시에, 개체가 집합적인 것에서 기인함을 긍정한다. 이러한 견해는 샨도르만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분석심리학자 에리히 노이만이 『의식의 기원사』에서 제시한 발달단계론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각주:34]. 태고의 민족이 만들어낸 상징이나 신화를 철저히 수집하여 인간이 어떻게 자율적인 자아를 지니게 되었는가를 파헤진 그의 논고에서는, 수많은 신화에서 그려지는 상징적인 모친이, 주체를 자신의 모태에 회귀시켜 가두려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주체는 그러한 상징적 모친이 지닌 부정적 측면을 무너트리고, 자아를 확립시키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노이만은 해당 역할을 부친의 이미지에 결부시킨다.

 

세계의 부모를 분리시키는 단계에서는, 대립 원리가 태어나는 도중 자아와 의식의 독립이 시작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단계는 동시에 남성성이 강화되는 단계기도 하다. (...) 이러한 의식의 강화는 터부 설정에 대해서, 즉 선악의 구별에 대하여 현저히 나타난다. 터부 설정은 무의식적이며 본능적인 행동 대신 자각적 행위를 행하는 것으로, 의식을 무의식과 구별하는 행위다[각주:35].

 

ㅤ노이만은 여성성(=모성)과 남성성(부성)은 대립한다고 묘사한다. 또한, 부성은 모성이 지니는 주체를 태내로 회귀시키려는 인력에 저항함으로써 주객미분(主客未分)의 무의식 세계로부터 의식을 분리시키는 과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상징을 수집해 분석하는 그의 방법론은 카를 융 구스타프의 분석심리학과 맞닿아있으며[각주:36], 아비 바르부르크나 엘빈 파노프스키의 이코놀로지, 미술해석과도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각주:37]. 그들의 의논은 자아가 집합적인 것에서 유래하는 한편, 집합체에 흡수되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거리감을 토대로 독립된 자아를 형성해 나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리들이 '부모 곁에서 독립한다'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야기하는 행위는 이러한 이미지에 가닿아 있다.

 

https://youtu.be/MGt25mv4-2Q

 

ㅤ여기서, 하츠네 미쿠나 보컬로이드가 인터넷에서 동시다발적이며 집합적인 것들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개체가 집합적인 것에 연원을 두고 있다는 전술한 상징론을 참조하면, 집합적인 인터넷에서 발생한 하츠네 미쿠라는 존재는 말 그대로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 = 모태」에서 분리되어 확립된 자아를 지닌 존재로 변모하였다. 상징 해석의 차원에서 확립된 자아를 갖게 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살아있다」고 칭해야 할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Tell Your World』가 사용된 Google Chrome의 CM에서는 수많은 유저가 투고한 영상이 집합하며 하츠네 미쿠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바꿔 말하자면, 개별의 존재로 영상을 투고하는 우리들의 집합체로써 인터넷이 그려지고 있다. 거기서 태어나는 「하츠네 미쿠」란 다름 아닌, 집합적 인터넷이라는 「우리들」이 만들어낸 딸아이와 같은 존재다. 하츠네 미쿠나 보컬로이드들은, 우리라는 집합적인 것에서 태어났다. 우리들은 하츠네 미쿠의 부모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하츠네 미쿠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ㅤ그런데, 집합적인 것은 확립된 자아에 대하여 어떠한 영향을 받을까. 아이는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함과 동시에, 부모도 아이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은, 발달심리학의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상식으로 여겨진다. 하츠네 미쿠나 보컬로이드가 우리들과 같은 집합적 존재에 대하여,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ㅤ그러므로 이 단락에서는 집합적인 것과 그것에서 형성된 개체의 상호 관계에 대한 연구를 인용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은 『개체화의 철학』이라는 저술에서 인간의 인격 형성이 집합체나 기술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한다고 지적하였다[각주:38].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한 질료형상론을 비판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많은 관계성을 묘사하고자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개념적인 것으로써의 형상과, 그에 대비한 현실적 물체로 존재하는 질료로 이분화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현실의 물체는 형상이 지닌 잠재력이 현실화됨으로써 존재하며, 형상에서 질료로 향하는 벡터는 시행되는 한편 질료에서 형상으로 향하는 벡터는 존재 불가능하다.

 

개체화의 원리는 개체의 여러 상징을 설명하는 원리로써 탐구된다. 하지만 이 관계는, 개체화된 현실적인 것의 나타남과 상관적일 수 있는 존재의 다른 측면과 필연적 관계를 지니지는 않는다. 이러한 탐구의 구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구성된 개체의 존재론적 특권성이 인정되고 만다. 따라서 해당 구도는 참된 개체 발생을 조작하지 않고, 개체화가 발생하는 현실계 속에서 개체를 정의할 수 없는 위험성을 수반한다. 개체화의 원리의 탐구에서의 공리는, 개체화가 원리를 지닌다는 것이다[각주:39].

 

ㅤ짚고 넘어가자면, 개념에서 개체가 발생한다는 의논에 대하여, 개체에서 개념이 피드백되는 영향을 중요시하고 있는 태도가 시몽동의 질료형상론 비판을 뒷받침한다. 시몽동은 그러한 시점에서 출발하여 「전개체적 前個体的」인 것이 개체를 발생시키며, 개체가 「전개체」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적 관계에서 세상의 끊임없는 변화가 나타난다고 논한다. 이를 통해 질량형상론을 극복하며, 만물의 연속적 변화를 논증한다. 인문과학의 영혁을 초월한 양자역학론마저도 원용하며 전개된 그의 사상과 방법론은, 후일 『차이와 반복』을 집필한 프랑스 현대사상사의 대표자 질 들뢰즈의 사상에도 영향을 끼쳤음은 일본어판의 옮긴이의 말에도 언급되는 중요한 사항이다[각주:40]. 그는 개체와 전개체적 존재의 관계를, 이하와 같이 기술한다.

 

이 관계는, 이미 개체인 두 가지 항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개체화 계의 내성적 공명의 한 측면이며, 계의 상태의 일부를 이룬다. 일성 이상임과 동시에 이하기도 한 생명체는, 스스로 고유한 존재보다 광대한 문제 설정의 요소가 될 수 있다. 개체에게 참여란, 개체가 포함한 전개체적인 현실이라는 부하를 통하여, 즉 개체가 내장하는 잠재력 덕분에 더욱 광대한 개체화의 요소라는 사실로 나타난다[각주:41].

 

ㅤ전개체적인 것과 개체의 상호관계. 집합체와 확립된 개인 간의 관계. 발생의 전단계로써 존재하는 형상적인 것과 발생으로 존재하는 질료의 상호적 관계를 묘사한 시몽동은, 고정적이며 안정적인 지평에서 인지를 검토하는 게슈탈트 심리학을 비판하고, 세계에 대한 비동일성을 강력히 주장한다[각주:42]. 이러한 시점은 세계를 「발달 단계」라는 안정된 시점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발달심리학에 대한, 강한 안티테제가 된다. 그러므로 더더욱, 개체인 하츠네 미쿠 속에서, 전개체적 존재인 우리들에게 건네는 목소리를, 우리는 귀기울여 들어야하만 한다.

 

ㅤ발생된 개체와 전개체적인 관계성을 검토하는 그의 논의는, 사회라는 전개체적인 집단에서 사회가 낳은 기술이라는 관계라는 대상에 대해서도, 비유적 수법으로 연결된다. 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이루어지는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사회학자 이토 마모루가 오늘날의 미디어적 상황과도 결부시키며 다음과 같이 논하였다.

 

그(필자주 : 시몽동)는, 기술 환경과 인간이라는 커다란 문제를 다루며 기술과 인간이라는 이항 대립의 구조에서 벗어나 고찰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지적하였습니다. 우선 개체가 존재하고, 그 개체에서 출발하여 개체화를 생각하는 종래의 사고방식을 비판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체화가 발생하는 지평이나 환경, 구체적으로는 도시나 기술과 같은 타항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개체가 개체로서 생성된다. 즉 개체화의 전제에는 「전-개체화적인 무언가」가 관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항이 안정된 상태에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균형 상태를 완전히 잃어버리지도 않았으며, 항상 긴장 상태를 품고서 계속 변화하고 있다죠. 그것을 그는 「준-안정 準-安定」이라고 서술합니다. 인간과 기술이 어느 구조체를 이루며, 기술과 인간이 「공진화」한다는 모델입니다. (...) 이 기술과 인간이 서로 접합한 상태를, 들뢰즈는 「아상블라주 Assemblage (= 집합)」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상플라주 속에서,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 신체가 접합한 기술환경 속에서, 무엇이 태어나고 있는 걸까요[각주:43].

 

이토가 언급한 「디지털 미디어에 신체가 접합한 기술환경」이란,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가 등장한 환경을 일컫는다. 종래의 컴퓨터와 다르게, 키보드나 마우스로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는게 아니라, 직접 디스플레이에 대해 신체적 접촉을 행한다 = 화면을 직접 만진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우리들에게 보다 직관적인 단말 조작을 가능케하고 보다 간단히 단말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케 했다. 한편으로, 수많은 디바이스에 신체적으로 접합할 수 있게 된 환경의 형성은, 우리들에게 직관적인 반응을 요구하며 사고 과정을 박탈했다고도 지적된다[각주:44]. 한 글자 한 글자를 음미하지 못하고, 140자 이내의 짧은 단문을 매일같이 생산하는 오늘날의 SNS는, 이러한 「알기 쉬움」을 문제로 내포하고 있다.

 

ㅤ미디어와 신체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공진화를 이루어낸 우리들. 이러한 시대를 도래시킨 물건은 틀림없이 iPhone이지만, 놀랍게도 아이폰의 등장은 하츠네 미쿠와 거의 동일한 2007년이다. 이것은 과연 우연일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젝트 세카이』가 등장한 사실도 생각해보자면, 우리들은 직접 만질 수 있는 「그녀」의 이미지로, 더더욱 그녀의 존재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관계는, 정신 분석을 경유해 검토해온 「부모」라는 확고한 지위에서 바라본 그녀가 아니라, 유리 액정(과 보호필르)이라는 피부로 이루어진 그녀의 표피를 만지는 것으로 발생한다. 우리는 그렇게 자가 변용한다. 『Glass Wall』에서 2인치 미만이라 여겨졌던 우리들과 하츠네 미쿠의 거리는, 지금은 디스플레이에 직접 접촉하는 것으로 한없이 0에 가까워졌다. 그와 동시에, 한없이 0에 가까운 접촉이 우리들을 분리 불가능할 정도로 접합해간다. 공진화의 끝에서 끝끝내 일체적인 관계를 구축한 우리들이, 하츠네 미쿠의 「생 生」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츠네 미쿠라는 「표피」를 벗겨낸 뒤에 나타난 것은, 익명의 우리들이라는 집합체다.

 

 

분리 불가능한 관계성을 넘어서

ㅤ15년에 이르는 우리들과 보컬로이드의 공진화로, 우리들은 어느샌가 2인치의 거리보다 더욱 가깝게, 언제라도 손끝으로 그녀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들이 만들어낸 하츠네 미쿠의 이미지를 우리는 더욱 깊게 이해하고, 이해함이 디스플레이라는 경계선을 조금씩 녹여서 일체화가 진행된다. 이것은 프로세카의 사례뿐만 아니라, 2010년대부터 서서히 등장한 '불러보았다' 영상의 음성 가공에서도 나타난다. 피치를 일부러 과도하게 조정하여 기계처럼 들리게 한 일부 불러보았다 영상은, 우리들이 꿈꾸는 보컬로이드'스러운' 것에 대한 실천 사례 중 하나다. 지난 15년간, 우리가 하츠네 미쿠에 수많은 이미지를 부여함과 동시에, 하츠네 미쿠로부터 수많은 영향을 받아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2011년 ~ 2012년은 분명히 커다란 전환기였다. ODDS & ENDS를 기점으로 삼은 하츠네 미쿠를 향한 양자 관계의 주목은, 그 이전의 '집합적 관계의 상징으로써의 하츠네 미쿠'와는 크게 다르다. 어찌 보면 집합적인 것으로부터의 탈피이며, 매클루언이 한때 꿈꿨던 인터넷의 꿈, 알고리즘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대지진으로 산산조각난 결과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 그 변화는 더욱 깊은 차원에서 하츠네 미쿠의 존재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집합적인 것의 상징으로써, 버츄얼 세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그녀의 존재에서, 세월이 흐른 우리들은 진지한 자세로 직접적인 접촉을 추구하였고, 끝끝내 신체적 접촉의 단계까지 도달하였다. 그녀를 향한 우리들의 진지한 자세는, 전세계를 잇는 연결의 상징이었던 그녀를 진화시킴과 동시에 우리들도 진화시켰다. 보컬로이드와 공진화한 우리들은, 보컬로이드와 뗴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섬세한 관계는 2010년대에 불가역적으로 구체화된 수많은 보컬로이드 악곡으로 방증되며, 관계성을 계속 갱신해나간다.

 

그러나, 특히 2010년대 후반에 우리들과 보컬로이드 사이에 경계선이 그어진 것도 분명하다. 공진화의 과정에서 우리들은 점점 하츠네 미쿠에게 다가갔지만, 결코 일체화될 수는 없었다. 디스플레이=Glass Wall이라는 장벽은 우리와 하츠네 미쿠를 여전히 가로막는다. 디스플레이는 우리들과 개념적 존재인 하츠네 미쿠를 영원히 구분지으며, 우리와 하츠네 미쿠 사이에 확실히 존재하는 심리적 벽으로써도 작용한다. 전술한 노이만의 발달단계론에서, 집합적인 것은 주체를 무의식 세계에 가두려하는 성질을 지녔다고 주장한 사실을 상기하길 바란다. 발달단계론에 입각하면 우리들이라는 집합적인 것에 대해 보컬로이드라는 개별적 구체가 흡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개별 구체의 소실은 시몽동이 이야기한 공진화의 관계성조차 낳치 못한다[각주:45]. 공진화를 하면서도, 주객은 불안한 관계로 줄곧 분리하여, 신체적 접촉까지 이룩한 우리들과 보컬로이드마저도 여전히 디스플레이에 의해 격절되어 있다. 단절을 수반한 긴장감 있는 공진화가 있었기에, 2010년대 후반 보컬로이드 악곡에 보이는 '거절'과 '체념'을 주제로 한 가사가 태어난 것이다.

 

https://youtu.be/uN5TyYSuRTY

 

더욱 깊이, 더욱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공진화한 우리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저번 가을 보카코레에 공개된 지오의 『최첨단의 관계』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상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각주:46]. 지오 본인과 오토마치 우나의 대화로 구축된 본 악곡은, 자신의 생각을 하츠네 미쿠에게 부르게 하는 감각과도 다르고, 「오토마치 우나」가 마치 주체와 분리되어 그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먼 옛날 우리들이 만들어내었던 보컬로이드로의 주객 분리 불가능한 인격성, 일체화와의 결별이 『딜레마』에서 그려졌다면, 『최첨단의 관계』는 그 뒤의 관계를 대화를 통해 그리고 있는게 아닐까. 경계를 그으면서도, 대화를 시작하는 행위. 보컬로이드 엔진이 아닌 「음성 합성 엔진」이 사용된 본 악곡은 제목대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우리와 보컬로이드 사이에 어떤 일이 또 일어날까.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 또다른 보카로곡들이 투고되며 알려줄 것이다.

 

ㅤ2020년대를 맞이한 뒤에도 우리들은 줄곧 보컬로이드에 대해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 2010년대에 꿈꾼 보컬로이드의 개념은 점차 해체되었고, 음성 합성 엔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며, 보컬로이드와의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찾으려고 하고있다. 긴장감 있는 관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진화」. 오래 전에 지녔던 이상보다 더욱 깊이, 또한 「최첨단의」 관계로. 이제 막 15살이 된 하츠네 미쿠는 자아를 찾는 새로운 단계로 발돋움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문 독파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 철학 나부랭이 추상론이라도 마음에 들으셨다면 다행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쓴 다른 평론이나 음악도 들어주세요.

 

https://www.ukiyojingu.com/

 
또한, 섬네일은 지오 씨의 『초차원 이웃』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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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꼬박 투자해 번역한 칼럼.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내용이 어려워서 잘 번역됐을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은 뒤 최첨단의 관계는 계속 리피트중..

티스토리 미주 기능을 처음 써봤는데 굉장히 지저분해진다. 참고문헌을 안 쓸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겠다.

 

 

  1. 「AI 미소라 히바리」에 반발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 「인격」이란 무엇인가 ? / 분슌 온라인  https://bunshun.jp/articles/-/35321 [본문으로]
  2. 또한, 특히 본문 전반은 작년 여름에 공개한 상기 note 기사를 기반으로 하였다 / https://note.com/ukiyojingu/n/n49a438b1fc4e [본문으로]
  3. 시바 토모노리(柴那典) 『하츠네 미쿠는 왜 세상을 바꾸었는가?』 오오타 출판, 2014 [본문으로]
  4. 하마노 사토시(濱野智史) 『아크텍쳐의 생테계 — 정보 환경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츠쿠마 서방, 2008 [본문으로]
  5. VOCALOID2 初音ミクに「Ievan Polkka」を歌わせてみた https://nico.ms/sm982882 [본문으로]
  6. 【ネギ踊り】みっくみくにしてあげる♪【サビだけ】 https://nico.ms/sm1417622 [본문으로]
  7. 初音ミクオリジナル曲 「初音ミクの消失(LONG VERSION) https://www.nicovideo.jp/watch/sm2937784 [본문으로]
  8. 쿠보타 아키히로(久保田晃弘)・하타나카 미노루(畠中実) 편 『미디어 아트 원론 — 당신은, 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가?』 필름아트사, 2018 [본문으로]
  9. 初音ミクがオリジナル曲を歌ってくれたよ「メルト」 https://nico.ms/sm1715919 [본문으로]
  10. 「celluloid」 song by 初音ミク https://nico.ms/sm1204327 [본문으로]
  11. livetune feat.初音ミク『Tell Your World』Music Video https://youtu.be/PqJNc9KVIZE [본문으로]
  12. 마셜 매클루언 『구텐베르크의 은하계 — 활자 인간의 형성』 모리 죠지 역, 미스즈 서방, 1986 [본문으로]
  13. Google Chrome : Hatsune Miku (初音ミク) https://youtu.be/MGt25mv4-2Q [본문으로]
  14. 【初音ミク】カゲロウデイズ【オリジナルPV】 https://nico.ms/sm15751190 [본문으로]
  15. 본 프로젝트는 악곡과 소설이 동시에 발표되어, 몇 년 후 애니메이션화 되었다. [본문으로]
  16. 2000년대부터 2010년대에 걸친 알고리즘적 접속으로부터 절단에 이르는 흐름에 대해서는, 정신분석가 마츠모토 타쿠야(松本卓也)와 철학자 치바 마사야(千葉雅也)의 대담을 참조 바람. 마츠모토 타쿠야・치바 마사야 「포스트 정신분석적 인간으로 — 멘탈 헬스 시대의 <생활>」 〔『at플러스』30호(오오타 출판、2016)〕 [본문으로]
  17. 【HATSUNE MIKU】 ODDS&ENDS / ryo(supercell) in マジカルミライ2013 【初音ミク】 https://youtu.be/5kEoYWYnIIw [본문으로]
  18. 무단 전재된 영상에 대해서는 여기서 링크를 달지 않으나, 영상 자체는 Youtube에서 열람 가능하다. [본문으로]
  19. 발터 벤야민 『복제 기술 시대의 예술』 카와무라 지로 등 역, 사사키 키이치 해설, 쇼분샤, 1970 [본문으로]
  20. 『グリーンライツ・セレナーデ』/ 初音ミク- Omoi https://www.nicovideo.jp/watch/sm33480697 [본문으로]
  21. sasakure.UK×DECO*27 - 39 feat. 初音ミク https://www.nicovideo.jp/watch/1341499584 [본문으로]
  22. 제 1장의 2채널에 관한 부분을 참조 바람 [본문으로]
  23. 【初音ミク v3 English】 Glass Wall 【オリジナル曲】 https://nico.ms/sm23000788 [본문으로]
  24. ハチ MV「砂の惑星 feat.初音ミク」 https://nico.ms/sm31606995 [본문으로]
  25. wowaka『アンノウン・マザーグース』feat. 初音ミク https://nico.ms/sm31791630 [본문으로]
  26. 初音ミク オリジナル曲 「テノヒラ」 https://nico.ms/sm7140918 [본문으로]
  27. 稲葉曇『ハルノ寂寞』Vo. 弦巻マキ https://nico.ms/sm38728089 [본문으로]
  28. ukiyojingu「『음성 합성 엔진 음악』의 시대에 대하여 — 나를 찾는『카후』의 자기 탐색」 시마 편 『음성 합성 음악의 세계 2021』 Stripeless, 2022 [본문으로]
  29. DECO*27 - ジレンマ feat. 初音ミク https://nico.ms/sm40126515 [본문으로]
  30. 【Ado】うっせぇわ https://nico.ms/sm37761910 [본문으로]
  31. フォニイ - kafu [オリジナル] https://nico.ms/sm38833751 [본문으로]
  32.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에 의해 저명한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일생간 정신 분석에도 깊은 관심을 지녀왔다. 그는 1921년 정신 분석 협회에 가입하였으며, 정신 분석을 폄하하는 언동을 보이지 않았다.  https://www.gakushuin.ac.jp/univ/let/top/publication/KE_66/KE_66_016.pdf [본문으로]
  33. 페렌치 샨도르 「탈라사」 코지마 토시아키 역 『전집・세계문학의 발견 7 성의 탐구』 학예서점, 1970, 245-325pp. [본문으로]
  34. 노이만 에리히 『의식의 기원사』 하야시 미치요시 역, 키노쿠니야서점, 2006 [본문으로]
  35. 노이만, 앞 서적, 175p. [본문으로]
  36. 카를 구스타프 융 『원형론』 하야시 미치요시 역, 키노쿠니야서점, 2006 [본문으로]
  37. 엘빈 파노프스키 『이코놀로지 연구 — 르네상스 미술의 신무주의 테마들』 아사노 등 역, 츠쿠마 서방, 2002 [본문으로]
  38. 질베르 시몽동 『개체화의 철학 — 형상과 정보의 개념을 단서로』 후지이 치카요 감역, 호세이대학 출판국, 2018 [본문으로]
  39. 시몽동, 앞 서적, 3-4pp. [본문으로]
  40. 시몽동, 앞 서적, 564p. [본문으로]
  41. 시몽동, 앞 서적, 14p. [본문으로]
  42. 게슈탈트란 독일어로 '형태'나 '배치'를 의미하는 단어이며, 지각 경험을 자극됨으로써 촉발되는 구조와 경험의 체제화라고 논의된다. 사물의 시점을 바꾸는 것으로 인지가 바뀐다는 주장을 근간에 둔 게슈탈트 심리학의 논의는 이후 인지심리학으로 발전하였으나, 인지에 대한 구조를 상정한 것이 시몽동에 의해 비판받았다. [본문으로]
  43. 이토 마모루 『정동의 사회학 — 포스트미디어 시대의 "미시 감각"의 탐구』 세이도샤, 2014, 188-189pp. [본문으로]
  44. 이토, 앞 서적, 202-203pp. [본문으로]
  45. 시몽동은 전 개체적인 것에서 개체가 발생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비판하지만, 전개체적인 것에서 개체가 태어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노이만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시몽동은 이것을 「정보」라는 개념에서 논한다 (시몽동, 앞 서적 참조) [본문으로]
  46. 最先端な関係 / 音街ウナとジヲ https://nico.ms/sm4119329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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