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1편 '이어지는 시간'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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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두 사람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마치 한 핏줄로 이어진 형제자매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겹치듯이

어째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지는 미츠하 자신도 알지 못 한다. 하지만 미츠하는 눈물에도 개의치 않고 그에게 말을 건넨다.

저는 미츠하. 미야미즈 미츠하입니다.

저는 타키. 타치바나 타키입니다.

타키. 그 단어가, 미츠하의 가슴에 사무친다. 처음으로 듣는 이름, 그렇지만 그립던 그 이름. 미츠하의 가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넘쳐흐른다.

, 아마도 당신을 계속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미츠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분명 이 사람도, 나를 찾고 있었을 거라고.

저도, 당신을 계속 찾아다니고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타키도 미츠하와 마찬가지로 눈가에 눈물을 보이면서, 웃으며 말했다.

 

울며 웃는 타키의 그 모습을 보고, ‘역시 이건 운명이구나’, 라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운명의 붉은 실이라는 건 언뜻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확실히 무언가로 이어져 있어, 그 무언가를 더듬어가 결국은 만나게 되는,

그런 꿈만 같았던 이야기에 미츠하는 포옥 빠져버린다.

.. 그래서.. ..

타키가 눈가를 닦아내며, 아까와는 달리 약간 자신 없어 보이는 말투로 말을 건넨다

무슨 말이려나, 하고 고개를 까딱이는 미츠하의 앞에서, 각오를 다진듯 주먹을 쥐고 타키는 말했다.

연락처.. 교환하실래요?

얼굴을 약간 붉히며 타키가 핸드폰을 앞으로 내민다. 그런 행동이 약간은 귀여워서, 미츠하는 무심결에 웃어버린다.

 

후후, . 물론 좋죠!

, 아무리 그래도 웃을 것 까지야..

타키의 핸드폰에 표시된 코드를 입력해 연락처를 수신한다. 다음엔 미츠하가 표시한 코드를 타키가 입력해, 서로의 연락처를 확실히 등록한다.

.. 타치바나 씨, 오늘 밤에 예정이라던가 있으세요? 혹시 괜찮다면 같이 저녁이라도 어떨까 해서..

뭔가 제대로 와닿지 않는 호칭. 이렇게 격식차려 부르는 게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생각나진 않는다. 

, 저야말로 미야미즈 씨가 괜찮으시다면 부디..!」 

타키의 말투도 정중하다. 처음 만난 사람을 대하는 예절로는 당연할 터이다

그런데도 미츠하는,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그 위화감은 너무도 강하다. 미츠하는 그 이유도 모르는 채 울적해져버린다.

그래서,

다행이네요. 장소는  신주쿠 어떠세요? 아 그리고 이름으로 불러주실 수 있으세요? 성으로 불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리고 말도 되도록 편히 해 주세요.

미야미즈라는 성에 별다른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서 무심코 거짓말을 해버렸다. 존댓말도 그렇고.

그러시다면, 미츠하. , 시간은 몇 시쯤이..?

아마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을 테니까, 6시 반쯤이 좋은데.. 오늘은, 아 미안, 전화가 와서

미츠하의 휴대폰이 울려, 대화가 끊어졌다.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건 직장 상사의 이름. 원래 출근 중이었다는 걸 미츠하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맞다, 나도 전화해야..

타키도 당황해하며 휴대폰을 꺼내들어 전화를 건다. 그런 타키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늦는 핑계를 대는 미츠하

뭔가 일이 있어서 늦는 거라면 미리 말해줬어야지, 라며 짐짓 화를 내는 상사에게 사람을 쫓아가느라 늦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다.    

망했다.. 타치바나 군도?

, 연락 정도는 해달라고 혼났어

후후.. 나도 비슷한 소리 들었어. 그러면 난 이제 슬슬 가야해서, 시간은 나중에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괜찮으면 식당은 생각해놔줄 수 있어?

, 식당 내가 정해..?!

놀란 타키의 얼굴을 보고,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엷게 미소를 띄운다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타키. 그런 타키를 바라보며 만족한 미츠하는, 약간 아쉽다고 느끼면서도 타키를 뒤로 한 채 걸어간다.

상사에게 변명할 것을 생각하면 우울해지지만, 오늘 밤에 있을 일을 생각하면 그쯤이야. 신기할 정도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츠하는 직장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새삼스럽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약간은 우스운 상황이지만, 미츠하는 타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 지금 있는 곳은 신주쿠역에서 약간 떨어진 레스토랑.

그렇게 비싼 가게는 아니지만, 너무 비싸서 서로 부담스러운 것 보다야 훨씬 낫다. 그런 식당에서 미츠하는, 긴장한 낯빛의 타키군과 마주앉아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타치바나 타키. 도쿄 출신에, 아직까지 아버지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어. 취미는 친구들하고 맛집 돌아다니는 거랑, 풍경화 그리는 거.

카페에서 보기로 약속하고 만난 건데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니, 뭔가 조금 이상한 모습에 미츠하는 무심코 웃을뻔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확실히 처음 만나는 거니까 우선은 자기소개부터 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 나도 한 번 더. 나는 미야미즈 미츠하. 출신은 기후 현이지만, 지금은 도쿄에서 혼자 자취 중. 취미는 카페 다니는 거 좋아하고, 그리고 음.. 재봉이려나?

취미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의류업 관련의 일을 하고 있어서 재봉은 좋아한다. 끈 만들기도 아직 하고 있어서, 직장 동료들이 부탁하면 만들어 주기도 한다  

카페 도는 거라.. 뭔가 취미는 좀 닮았네

그러게, 나중에 괜찮은 곳 있으면 알려줘

물론! 그래도 남자들끼리 가는 데니까, 미츠하 씨의 취향이랑 맞을지 좀 걱정이지만..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짓는 타키를 보며, 친구들이랑 카페에 가는 타키를 상상해본다. 분명히 3명 정도가 모여 갈듯하다. , 확실히 그럴거 같다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부럽네- 도쿄에서 자란건,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진짜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살았어서..

오히려 나는 시골 생활이 부러운데, 시골 정경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향수에 젖지 않아?

에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살아봤으면 그런 생각 절대 못 해- 내가 살았던 데는 카페도 없었어

 

지금은 사라져버린 마을의 풍경을 떠올려본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던 마을이었다

테시가와라가 통나무로 만들어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자판기가 점원이었던 카페는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떠올려보려 하면, 언제나 위화감을 느낀다.

언제부터인가, 옛날 일들을 생각해내려 할 때에 마치 안개가 낀 듯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미츠하에게는 있다

예를 들자면 테시가와라가 혼자서 그 카페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만들었는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이 정도 길이까지만 기르게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잘 모르겠다. 애초에 그리 길었던 머리카락을 왜 잘랐는지, 전혀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째서인지 이 정도의 길이가 딱 좋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 여태 이 길이를 유지해왔다. 보여줄 사람이 별달리 있는 것도 아닌데.

- 확실히 카페 정도는 좀 있는 게 좋겠네. , 왜 그래?

타키의 목소리에 미츠하는 신주쿠로 돌아온다. 그 순간, 떠올리고 있던 무언가도 전부 한 줌 바람이 되어 날아가 버렸다.  

 

아 아니야, 그냥 옛날 생각 잠깐 했어. 그런데 타치바나 군 같은 도시 사람이 시골 생활 할 수 있으려나.. 

- 의외로 꽤 괜찮게 해낼 거라고 생각하는데..

타키는 약간 머뭇거리는 말투로, 고개를 까딱이며 대답했다. 옛일을 그리워 하는건 잠시 미뤄두고, 타키가 이토모리에 있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리 해보니 확실히, 타키라면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 확실히 그럴지도, 그래도 뭔가 문제 같은거 일으킬 거 같다고나 할까...

폐쇄적인 환경 때문일까, 어떻게 해도 시골은 마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학생 때 미츠하가 이런저런 안 좋은 말들을 들어온 것도 아마.. 

뭐 지금은 어느 정도 내 행동거지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니 그래도 난 그렇게 문제는.. 

뭔가 마음 짚이는 것이 있었는지, 말문이 

 

(디시에디터 문제로 여기서 잘려있어 추후 재번역 예정)

 

 

 

「아, 타키군 안녕!」

레스토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양복 차림의 타키에게, 미츠하는 살짝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미츠하를 알아챈 타키도 손을 흔들어 보인다.  

「후우, 기다렸어?」

「아니 뭐, 나도 방금 전에 도착했어」

「후후, 다행이네」

미츠하는 엷게 웃으며 대답하고 타키와 마주선다. 그 만남으로부터 벌써 1개월 가량 지났고, 

그 사이에 미츠하와 타키는 몇 번이고 이렇게 만나왔다. 오늘도 둘 다 별 예정이 없는듯하니, 식사라도 같이 어떻냐고 타키가 권해 만나게 된거다.   

「미안해, 살짝 늦어버려서. 퇴근 시간 다 됐는데 상사가 이래저래 말을 걸어와서.」

「아- 그런 거 있지. 하필이면 그런 타이밍에 말 거는 사람.」

「응. 누가 나쁘다고 할 건 아닌데, 그 타이밍이 참 그렇지」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해가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는다. 

타키는 예전에 온 적이 있는 모양이지만, 미츠하는 처음으로 와보는 가게. 

자리에 앉으니 메뉴판을 나눠주어, 미츠하는 점원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메뉴판을 집어든다.  

 

「음- 뭘로 할까... 아, 그러고 보니 이 가게 케이크 꽤 괜찮더라고.」

「으음. 그래? 맛있어?」

「응, 특히 치즈케이크가. 저번에 먹어봤는데, 제법 맛있었어.」

「그렇구나.. 그러면 어떻게 할까나-」

그리 말하며 다시 메뉴판으로 눈을 돌린다. 

한동안 고민하던 미츠하는, 메인으로 파스타를, 그리고 디저트로는 타키가 추천해준 치즈케이크를 주문하기로 했다. 

「후후. 치즈케이크 기대되네-」

「으, 응. 그러면」

타키가 주문을 하기 위해 점원에게 눈빛을 보냈다. 

점원의 대응도, 그리고 점원에 대한 타키의 대응도 공손해, 이런 사소한 것으로도 타키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씩 조금씩 높아져가는 것을 미츠하는 느낀다.  

「음- 그나저나 타치바나 군, 정말로 식당들 많이 알고 있었네」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들이랑, 뭐 건물 구조나 장식들도 볼 겸 많이 돌아다녔으니까.. 여기도 걔들이랑 같이 왔던 곳이고.」

「고등학생 때부터라..」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에, 본 적도 없을 터인 모습이 미츠하의 머리 속에 아른거린다. 

간 적 없는 가게에, 본 적 없는 친구들. 그 모습을 더욱 선명히 보고싶어 손을 내뻗은 순간, 그것은 안개처럼 사라져버린다. 

「에, 그러면 이 식당은 어떤 건축물인데?」

미츠하는 아른거리던 광경을 지워내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감각의 정체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을 죄여오는듯한 슬픔만은, 몇 번을 경험해도 달갑지 않다. 

「아아, 이 식당은 르네상스 양식을 따랐는데, 피렌체 대성당을 본따 만든 것 같아. 좌우대칭인 점이나 내부를 그림들로 장식한 점이라던가, 그런 면에서.」

「헤에..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일지도.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이 어떠한 일이던지간에, 한 분야를 파고든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적어도 미츠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전문가라니, 나는 아직..」

당황해서 부정하는 모습도, 조금 귀엽다. 역시 미츠하는 이 타키라고 하는 사람에게 끌리고 있다. 

단지 왜 이렇게까지 끌리고 있는지는 미츠하 자신도 아직 모르고 있긴 하지만.

「후후, 뭐 그렇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 반응이라니.. 아, 그런데 미츠하 씨도 재봉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했지 않았나..?」

「에? 그런거 아니야- 그냥 어쩌다보니 집에서 하게 되어서..」

역으로 노리기라도 한듯 그런 말을 하는 타키에게, 이번에는 미츠하가 부정하는 쪽이 되어버렸다.

재봉이나 끈 만들기는 지금도 가끔씩 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 싫어하는 건 아니다. 

직장도 그쪽 관계의 일이지만, 일가견이 있다고 할만한 것은 아직 미츠하에게 없었다.  

「집에서? 고향 집이 옷 가게였던건가?」

「아니, 우리 집은 신사였어. 우리 신사에서는 전통적으로 직접 짠 끈이 제사 때 쓰여서, 신에게 바치는 춤 같은 것들이랑 함께 올렸었지..」

「헤- 신사라, 에, 그러면 설마 예전에는 무녀였던 거야?」

무녀라는게 그리 신기했는지, 타키는 미츠하 쪽으로 몸을 내밀어가며 물었다.  

「글쎄, 무녀라도 해도 뭐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니까.. 뭐 어쨌든 그래서 끈 만들기는 아직도 하고 있어.」

「그렇구나, 신사에서 끈을... 잘은 모르겠지만, 그리 흔한 건 아니지?」

「에? 음... 그렇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신사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미야미즈 신사에서는 그게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타키가 그게 신기한 일이라는듯이 말하는 건 약간 의외의 일이었다.

「신사라...」

무언가가 마음에 걸린듯한 표정의 타키. 또, 라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타키는 정기적으로 저런 표정으로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해 생각에 잠기곤 하는 것이었다. 

분명 아까의 미츠하와 같은 감각이겠지. 지금쯤 타키도, 머리 속에 아른거리는 모습에 손을 뻗고 있을 것이다.

「아, 미안. 신사라고 하니 어쩐지 생각날듯한 게 있어서..」

「아니, 괜찮아. 뭐가 생각날듯 했던거야?う」

그런 미츠하의 물음에, 타키는 곰곰히 생각해내며 잠시 앓는 소리를 내더니, 

「으음..... 모르겠다. 기억이 안나. 뭐였을까 아까 그 느낌은.」

「음, 나도 가끔씩 그러니까 그 기분 알겠어. 생각해내려고 하는데 전혀 뭔지 떠오르질 않지? 나도 아까 식당 얘기를 하다....」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봤었는지, 정말로 방금 전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떠오르질 않는다. 

「에헤헤, 나도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 아, 나왔다 나왔다」

미츠하는 일단 그 일을 잊기로 하고, 종업원이 가져다준 요리를 보며 눈을 반짝거린다. 

중요한 일이라면 분명 언젠가 다시 생각날 테니, 그러니 지금은 눈 앞의 요리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지. 

「그럼 먹어볼까!」

타키도 일단은 신경쓰지 않기로 한 모양으로, 둘 다 식사를 시작한다.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서로의 옛이야기, 그리고 요리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더니,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식사도 끝나서, 치즈케이크도 정말 맛있었다고 미츠하가 만족할 즈음,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타키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미츠하 씨는 이토모리 출신이었지?」

그런 약간은 느닷없는 질문에, 미츠하는 지금은 없는 고향을 떠올려본다. 자기가 살았던 집이나, 다녔던 학교. 그리고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시간들을.    

「음. 그러고 보니 말한 적 없었었나? 그 날까지 이토모리에 살고 있었어.」

그 날, 별이 떨어진 날. 그건 당연히 미츠하에게 있어서도 충격적인 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날에 있었던 일들을, 어째서인지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그 날 대체 무엇이 있었길래 피난했었는지 등등은, 전부 애매한 기억뿐인 것이다. 

「에, 그럼 그 운석이 떨어졌을 때에도...?」

「응. 그런데 어째선지.. 그 때 있었던 일들은 그다지 기억이 안 나.」

「그렇구나.. 사실은 나도 이토모리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뭘 했었는지 별로 기억이 안 나서.」

「에? 그런 아무것도 없는 데에? 뭐 하러?」

이토모리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굳이 꼽아봐도 수백년 전에 운석이 떨어져서 생겼던 호수 정도 뿐이었다. 

게다가 그냥 호수가 보고싶은거라면, 근처의 스와호¹에 가는 편이 훨씬 낫다. 

「아니 뭐 5년 전 일이니까 운석이 떨어진 뒤인데, 왜 갔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서.. 산 정상의, 뭐랄까, 칼데라 같은 곳에서 잠을 깬 기억은 있는데...」

「그거 설마..」

그 장소가 어디인지, 미츠하는 마음에 짚이는 게 있었다. 

애초에 거기에 있던 것은 미츠하가 줄곧 모시며, 지키며, 그리고 멀리해왔던 것이었으니까.

눈 앞에 타키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미츠하는 점점 생각에 잠겨간다. 

그 사당이 있는 산은 제대로 된 등산로조차 없었다. 오히려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서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타키가 우연히 그 곳에 와서, 그리고 그 곳에서 미츠하와 마찬가지로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우연이,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마치 정말로 뒷머리를 누군가가 잡아당기고 있는듯한, 알 수 없는 미련이 남아 떨쳐내기가 힘들다². 

머리끈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무언가 잊으면 안될 것이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설마 거기, 산 정상이 움푹 파여서 가운데에 호수같은게 있진 않았어? 」

「에, 글쎄.. 있었던거 같은데.」

「정말로? 나무도 있었고?」

계속되는 질문에, 타키는 기세에 눌렸는지 고개만을 끄덕인다. 

그렇다면, 분명 그곳은 미츠하가 생각하고 있는 곳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건 분명, 어떤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을 것 같았다.

「....있잖아 타키군」

「왜?」

「주말에 시간, 비어있어?」

「에? 음, 응」

타키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가슴 속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각. 이 감각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찾지 못하고 남겨둔 그 무언가를 찾아낼 때가 왔다는 느낌과 함께. 

「그.. 1박2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는데.... 같이 가보고싶은 곳이 있어서.」

「에에..???」

타키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간다. 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미츠하는 자기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아, 그런게 아니야!! 그냥 거기에 가보고 싶은것 뿐이니까!!」

당황해서 타키가 생각하고 있을 것을 부정한다. 

아마도 새빨개져있을 얼굴을, 다른 쪽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숨겨보려고 한다.  

「그, 그렇구나. 뭐, 미츠하 씨가 가고싶다면 나도 좋아.」

「에, 진짜로?」

「가끔씩은 등산같은 것도 좋지 않으려나-해서」

의외로 시원스레 수긍하는 타키를 보고 약간은 놀란다. 

그런 산속에 가고싶다니, 보통 남녀의 데이트라고 말하긴 힘들겠지. 그건 제안했던 미츠하도 알고는 있었다. 

「그보다, 미츠하는 체력 괜찮은거야?」

「에? 무시하는 거야? 시골 출신을 얕보면 안될걸?」

'전' 시골 사람으로서, 등산으로 도쿄 사람에게 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쯤까지는, 그 산은 뒷마당같은 것이였으니.  

「아, 그러면 됐네.」

「응. 아, 그래도 자동차가 없으면 근처까지 못 갈텐데, 혹시 차는 갖고 있지 않지?」

「일단 면허는 땄는데 차까지는 아무래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라, 거기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차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면목 없어 보이는 타키에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미츠하는 머리 속으로 이토모리 근처까지 차를 타고 갔던 때를 떠올린다. 

「그러면 렌터카 빌릴까. 운전은 나도 할 수 있으니까, 아침 일찍 출발하면 아마 12시 좀 지나서 도착할거야.」

「알았어, 그러면 어디서 만나는게 좋을까?」

「음.. 어디서 렌트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 같은데..」

그렇게 주말에 만날 곳이나 시간, 가져올 것 등을 정해간다. 뭐 그렇다고 해도 차 타고 가는 거고, 산도 그렇게 험한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츠하는 처음으로 여행 계획을 짜보면서, 즐겁다고 느낄 뿐이다. 

 

「안녕! 미츠하 씨」

도심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미츠하 집. 그 근처의 렌터카 대리점 앞에서 타키와 만나기로 약속한 미츠하는, 타키의 목소리에 뒤돌아본다. 

기다리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온 타키는, 바람이 통하지 않을듯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커다란 등산용 배낭을 맨 본격적인 등산용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응 타키군. 준비는.. 괜찮아 보이네」

「응. 미츠하 씨도, 역시 잘 챙겨 왔구나」

「물론이지! 이 배낭도 일부러 샀다니까?」

타키에게 등을 돌려, 새로 산 배낭을 보여준다. 이토모리에 있을 때에 쓰고 있던건 집과 함께 사라져버렸고, 그 날 이후 등산용 배낭을 쓸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샀구나. 에, 그 머리끈..」

「이거? 설마 안 어울려?」

오늘은 빨간색과 주황색을 베이스로 하고, 중간 부분을 하늘색 실로 짠 끈을 머리에 묶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차고 다녔던 이 끈은 꽤나 맘에 들어서, 지금도 가끔씩 쓰곤 한다.  

확실히 타키와 만났던 때에도 이걸 차고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토모리에 돌아가는 거였지 하고, 왠지 모르게 차고 싶어져 매고 왔던 것이다.  

「아니, 어울린다고 생각해.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 그런가? 그럼 다행이네. 에.. 그럼 출발할까!」

「응! 에, 운전 잘 부탁 드립니다..!」

미안한듯이 말하는 타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웃으며 미츠하는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 앉은 타키는 짐들을 발밑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 출발한다!」

운전 중에는 계속 볼 수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미츠하는 타키를 잠시 쳐다본 뒤 엔진을 켰다. 

목적지는 히다산맥의 고산지, 그리운 뒷산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오랜만의 귀향에 들떠있던 미츠하였지만... 

 

「하아.... 이렇게 힘들었었던가....」

그로부터 수 시간 후, 미츠하는 가쁘게 숨을 내쉬며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여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웠던 산길은, 도쿄의 포장도로에 익숙해져버린 발에게는 상상 이상으로 가파랐던 것이다. 

예전에는 잘만 다녔던 산길인데, 움직이지 않는 발이 원망스럽다. 몇 년 도쿄에 살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되어버리다니, 놀라울 정도다.

「아,  짐 좀 들어줄까? 나는 뭐 괜찮으니」

앞서가던 타키가 멈춰서 뒤돌아본다. 운동같은건 타키도 하지 않았을텐데, 그런데도 멀쩡한 얼굴로 있을 수 있는 건 역시 체력의 차이 때문인가. 

「미안, 이제 좀 살것같다.. 역시 타키군도 남자구나-」

가장 무거웠던 물을 배낭에서 꺼내 타키에게 건넨다. 

차를 등산로 초입 근처에 두고 나선지 2시간쯤 지났으려나, 웃자란 잡초들과 울퉁불퉁한 자갈로 가득한 산길은 역시 힘들었다. 

「뭐 이정도야. 조금만 더 힘내자!」

계속 쉬고 있어봤자 오히려 더 힘들어지니까, 라는 타키의 말에 끄덕이고 미츠하는 다시 한발짝 한발짝 내딛는다.

「그래도 반갑긴 하다- 전부, 예전 모습 그대로야.」

그냥 산길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주변 경치는 그리 변하지 않았다. 

바뀐 것은 호수가 하나 늘어난 것 정도로, 멀리 보이는 능선도 나무들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경치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뭐 가벼워 진건 짐이 줄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비슷한 페이스로 걷게 된 두 사람은 순조롭게 산길을 걸어갔다.

 

「아, 도착했다. 여기지? 미츠하 씨가 말했던 곳」

타키가 먼저 정상에 올라서고, 미츠하도 그 뒤를 따라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응, 맞아. 역시 여기도.. 옛날 모습 그대로네...」

할머니와 몇번이고 봤던 모습에, 향수를 느낀다. 

하지만 미츠하의 고향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 곳에도 분명 몇 년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미야미즈 가문밖에 들어올 수 없던 장소였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인 걸까.

조용히 사당을 바라보고 있는 미츠하를, 타키는 기다려주었다.  

눈가에 배어오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낸 미츠하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밝게 말하며 걸어나간다.  

「자, 가자!」

「응, 괜히 미끄러져서 구르지나 말라고-」

「쓸데없는 걱정을!」

타키도 그리 말하며 뒤따라 걸어온다. 

비탈길을 따라 내려오니, 사당으로 되어있는 커다란 바위와 우뚝 솟은 나무를 감싸고 있는듯한 연못이 있다. 

튀어나와있는 돌들을 징검다리로 삼아 건너 반대편 물가에 닿는다.

「여기부터는 저승...인가」

아무 생각없이 중얼거린 미츠하. 그런 미츠하의 말을 듣고, 타키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거...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건데, 여기부터는 저승이니까, 돌아올 때에는 소중한 무언가를 두고 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

하지만, 이 말을 들은게 언젯적 일이었던가, 어릴 적이었나? 아니면 고등학생 때였나?

 어째서인지 떠올려내질 못 한다. 애초에 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는지, 그것조차 모르겠다. 

「미츠하 씨의 할머님이 하신 얘기라니, 알고 있을 리가 없는데, 뭐 비슷한 말을 영화 같은데서 본거려나?」

「에-, 글쎄. 있으려나, 이런 이야기?」

「글쎄..」

이런 말들을 하며, 둘은 커다란 바위의 아래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선다. 계속 방치되어져 있었을 터인데, 안은 미츠하가 기억하는 대로였다.

그런데

 

「어라? 왜 뚜껑이 열려 있지?」

예상 외의 일에, 미츠하는 허둥대며 사당 안을 돌아다닌다. 

봉납되어있던 쿠치카미자케. 요츠하와 함께 바쳤던 술병이, 어째서인지 한 쪽만 뚜껑이 열려 비어있는 것이다.  

「에.. 어느 쪽이 내꺼였더라..」

애매한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8년도 지난 일인지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달까, 미츠하에게는 이걸 두러 온 기억 자체가 없다. 그러고보니 이걸 언제 봉납했던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래?」

「아니, 예전에 여기 술을 2개 바쳤었는데, 누가 한쪽을 마셔버린듯해서... 아니.. 대체 왜??」

봉납한 그 술이 쿠치카미자케라는걸 모르는 타키는, 미츠하가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 타키를 내버려두고, 잠깐 고민하고 있던 미츠하였지만 

「뭐, 누가 마셨는지 모르니까 오히려 괜찮으려나..」

떨떠름하게 생각해내는 것을 포기한다. 애초에 마셨을 그 누군가는 여기에는 없을테니. 

거기에 동물이 넘어트리며 뚜껑도 열리고 술도 넘쳐흘렀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거다.  

자신을 납득시킨 미츠하가 술병을 똑바로 세우고,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안 그래도 고요한 장소에, 들리는 것은 두 사람의 숨소리뿐.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곳에서, 미츠하와 타키는 정적에 귀를 기울인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갑자기 타키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는 걸까. 안개가 끼어버린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와보았지만, 사당은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다. 

「역시 그럴 리가 없나-」

「이제 어떻게 할래? 슬슬 돌아갈까?」

「음- 뭐 그래야지. 가자.」

약간 미련은 남지만, 여기에 계속 있다고 해도 별 일 없을거라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하늘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와, 벌써 이런 시간이라니」

「어두워지면 위험하니까 서둘러야겠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미츠하는 칼데라의 가장자리에 서서 고개를 둘려 두 개의 호수로 변해버린 이토모리를 먼발치에서 바라봤다. 

저녁놀이 하늘을 물들이는, 황혼의 시간³ . 미츠하의 가슴 속이 들썩거리며, 무언가 떠오를듯한 기분이 된다. 

「있잖아, 타키군」

「아, 응... 왜?」

「왜.. 그렇게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타키의 표정은 미츠하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아주 소중한 것을 찾고 있었고, 그게 눈앞에 있는데도 손이 닿지 않는듯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미츠하도 마찬가지잖아, 뭔가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어. 그런데 어째설까.. 여기서 보이는 경치를 보고 있으니 엄청」

외로워, 타키는 그렇게 조용히 말했다. 그 때

「아」

미츠하의 머리끈이, 사르르 땅으로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껴, 손으로 급히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미츠하는 허리를 굽혀 끈을 주으려고 하며 

「어라, 잘못 묶었던건가, 으아-」

「어이쿠」

바람에 날려가던 끈을, 타키가 낚아챘다. 위험해 위험해라고 말하며 웃음짓고, 타키는 끈을 한쪽 끝을 잡은 채 다른 쪽을 던져준다.  

그걸 미츠하가 에잇, 이라 말하며 손을 뻗어 공중에서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띵'하고 무언가가 튕기는듯한 소리가 났다. 

 

『에?』

타키와 목소리가 겹친다. 그리고 미츠하는 그것을 깨달을 새도 없이, 끈을 통해 무언가가 몸 속으로 들어왔다는 감각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 앞에 여러 모습들이, 사람들이 흘러간다. 

본적 없는 학교와 친구들, 가본 적도 없는 레스토랑의 주방이나 점원들. 그리고, 알고 있었을, 하지만 모르고 있던 이토모리에서의 나날들이. 

그렇게 흘러가는 모습들에, 그저 농락당한다. 모르고 있었음에도 그리운 풍경이나 장면들이, 다시 이 황혼의 시간, 다시 이 장소로 돌아오고 있다. 

「타키...군?」

「미츠하..?」

미츠하는 자연스레,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 끈으로 이어져 있는 그의 이름. 황혼의 시간, 이 장소에, 서 있는 것은 확실히 그 때의 타키이다. 

「타키군이다.. 타키군이 있어..」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의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미츠하의 짧은 머리카락이, 그리고 교복 치마가 살짝 흔들린다. 

어느새 고등학생 때의 모습으로 되어 있었는데, 미츠하에게 그것을 신경쓸 겨를따위 없었다.   

기쁜데, 정말 기쁜데, 속절없는 눈물은 멈출줄을 모른다. 조금이라도 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은데, 눈물이 눈앞을 가려 뿌예져만 가는 것이 너무도 슬프다.  

「타키군... 진짜로 타키군인거지...?」

「응, 나야 미츠하. 미츠하.. 무사해서 다행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껴안는다. 별이 떨어지지 않는 이 장소에서, 미츠하는 타키와 9년만에 재회했다. 

등을 감싸는 타키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약간 아프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아픔까지도 기쁠 뿐이다.

「타키군, 고마워. 만나러 와줘서...」

「응,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왔던거.. 미안」

「뭐 그런 말을.. 타키군이 와줘서, 정말 기뻤어.」

괴로워 보이는 표정으로 사과하는 타키에게, 미츠하는 울던 것도 잊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 때에 얼마나 기뻤었는지는, 말로 다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런데 어쨰서...? 기억도, 몸이나 옷도..」 

「사당의 힘...이려나. 황혼의 시간에, 이 자리니까.」

「황혼의 시간... 그렇네」

생각났다는 듯이 타키가 저무는 해를 잠시 바라보고, 조금 슬퍼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그걸 보고 하늘을 바라보니, 이미 해는 거의 산등성이 너머로 숨어들고 있었다.  

「조금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렇네...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

이번에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몸을 떨쳐놓는다. 마치 그 때를 재현하는듯이. 미츠하는 조용히 타키와 마주했다. 

그 때 모습 그대로인 두 사람. 하지만, 오늘의 별들은 떨어지지 않고, 그저 멀리서 빛나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러나 그게 너무나도 많아서, 목이 매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미츠하를 대신해서, 진지한 표정의 타키가 입을 열었다.

「미츠하. 나, 그 때 말하지 못한게 있어서. 지금 말해도 소용없을지 모르지만..」

「응, 뭔데? 듣고싶어」

말을 재촉하며 대답한다. 타키는 잠시 망설였지만, 각오를 다진 듯 주먹을 쥐고 말했다.  

「네가 세상 어디에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만나러 갈거라고. 그 때 말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타키가 그 때 말하려고 했던, 하지만 말하지 못했던 한 마디 말. 

그 말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있을지는, 미츠하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미츠하는 그 말을 되뇌이며, 이번에는 얼굴을 들어올렸다.

「응...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사실은 나도 타키군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응, 뭐야?」

이번에는 미츠하 차례. 그 때 손에 적어준 말의 대답을, 미츠하는 지금 해주고 싶었다. 그 날의 고백을, 그 때 모습인 채로 전하고 싶었다.

「나도, 좋아해!」

 

두 사람의 사이를 바람이 갈라놓으며, 어둠이 다가온다. 

짧았던 황혼의 시간의 끝. 일순간 어두워져서, 미츠하는 눈을 꿈뻑거리며 앞을 바라본다. 

눈앞에 있는 것은 약간 키가 자란, 어른이 된 타키라고 생각했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우리」

「이건..」

놀란 타키와 눈이 마주치고, 미츠하는 확신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잊지 않을거야!!』

미츠하는 마치 어린애처럼 외쳤다. 타키도 한목소리로 같은 말을 외치며, 이번에는 더욱 뜨겁게 끌어안았다.

「타키군, 타키군, 타키군!!」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잊지 않음을 확인하려는 듯 서로의 이름을 계속 불러댄다. 잊지 않은, 점점 되살아나는 기억. 

어째서 잊어버렸을까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기억이라는 확신을 가져간다.

몸이 바뀌던 때에도 눈치채지 못한, 사소하고 작은 기억까지도 미츠하에게 넘쳐흐르고 있다.

「기억하고 있어... 전부. 혜성으로부터 타키군이 지켜준 것도, 전부 다.」

「응, 나도 기억하고 있어. 미츠하를 찾으러 여기에 온 것도, 텟시나 사야찡도.. 전부 다..」

확인해보듯 추억들을 이야기해 본다. 그렇게 얘기한다면 더 이상 잊지 않을거라는, 그런 소원을 담아서.

「츠카사군이나 타카키군도, 3명이서 갔던 카페도, 아르바이트도, 그리고... 그 날의 일도 기억하고 있어.」

잊지 않았다. 무엇 하나 잊지 않았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황혼의 시간, 이 자리에서, 

서로를 잇고 있던 끈으로 다시 이어진 것이다. 분명 그런 것일거라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이유같은건 어떻든 좋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타키군의 감촉이 그저 너무도 사랑스럽고 기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일... 정말 기적같아...」

「응.. 진짜로.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몸이 뒤바뀐 것부터가 기적같은 일이었지」

「그렇네, 우리들, 기적같은 일들만 계속 일어나네.」

미츠하가 한숨을 지으며 위를 바라보고, 이제야 타키군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 타키군.. 나...」

끌어안은 채로 눈을 마주친다. 엷게 얼굴을 붉히는 타키는 진지한 눈빛이여서, 미츠하는 그런 타키의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  

「미츠하......」

타키가 미츠하의 이름을 부르고, 미츠하는 지긋이 눈을 감는다. 어둠 속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린듯한 순간. 

입술의 따뜻한 감촉이 와닿는다. 

그것은 정말 짧은, 그야말로 수초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지만, 이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거라고, 미츠하는 생각했다.

「아....」

살짝 타키군과 떨어져, 아쉽다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이 이상 껴안고 있다가는 정말 어떻게 되어버릴듯해, 미츠하는 몇 걸음 더 뒷걸음질쳤다. 

「에... 그....」

손가락을 펼쳤다가 쥐었다가, 그러고 싶은게 아닌데도,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마치 마음 속의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것 처럼.

「손... 잡지 않을래?」

타키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내뻗는 손에, 미츠하는 얼굴을 들었다. 손을 뻗으면서도 눈길을 피하는 타키의 옆얼굴은,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그래서 떨리는 그 손을, 미츠하는 살며시 맞잡았다. 

미츠하와 비교하면 역시 커다란, 그리고 조금 거친 손. 다시 안심한듯한 타키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에.. 미츠하. 이제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할거냐니..?」

그걸 듣고, 미츠하는 그러고보니 그랬지, 라고 떠올린다. 

애초에 하룻밤은 자고 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때에는 아직 기억이 없었고, 타키군과의 관계도, 아직 친구사이 정도였다. 

그래서, 새로운 관계를 다진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미츠하는 약간 머뭇거렸다.  

「에, 지금부터... 일단 오늘 말이지?」

「으, 응. 에.. 꽤나 늦은 시간이고, 지금부터 돌아가기엔 힘들지 않을까 해서..」

「그, 그렇다는건..」

얼굴이, 손이 다시 달아오른다.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니, 미츠하의 사고가 가볍게 정지해버린다. 

그런 미츠하의 반응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타키는 당황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에 에 에 그...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고, 따, 딱히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이, 이상한 의미... 아니구나..」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나오는걸 느끼고, 그런 내 자신에 또다시 얼굴이 뜨거워진다.

 이 열이 손을 통해서 전해지진 않을까 하고 걱정할 정도로, 

미츠하는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살짝 한숨을 내쉬고,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았다.   

「에, 그래서 어디 갈만할 곳이라도 있는거야?」

「응. 저번에 왔을 때 묵었던 여관이 있어서.. 빈 방이 있으면..」

「그, 그렇구나... 에, 나는 내일 딱히 예정 없으니까. 그리고 운전하느라 좀 피곤해진 것도 같고..」

「그, 그래? 그렇구나.. 피곤한데 또 차 타고 돌아가긴, 좀 그렇지? 응. 그래..」

이런 어색한 대화를 해가면서, 어떻게든 묵고 가는 명목은 세웠다. 맞잡은 손으로 느껴지는 타키군의 감정은, 분명 나와 같을거니까. 

「그럼, 가볼까?」

적어도 지금만큼은 연상답게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타키를 뒤로 하고 미츠하가 먼저 걸어나간다. 

말끝이 약간 흔들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까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각주]

 

¹ 諏訪湖 : 스와호. 나가노 현에 있는 호수로, 이토모리 호수의 모델이 되기도 한 곳

 

² 後ろ髪を引かれているような感覚に陥る : 

직역하면 '뒷머리를 잡아당기고 있는듯한 감각에 빠져버린다.'이지만, 

'미련이 있어 떨치기 힘듦'이라는 숙어로도 쓰임. 

 

³ カタワレ時 (카타와레토키) : 황혼의 시간; 기적의 시간.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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