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픽시브 'ダニエル'님께서 투고하신「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의 4편 '새로운 집의 첫 방문자'입니다.
「너의 이름은. 애프터 시리즈」는 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작자 분과의 협의 하에 번역 뒤 게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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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으.. 음?」
멍해있던 의식이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간다.
아직 덜 깬 잠결과 현실의 위화감 속에서 자기의 몸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지금 몇 시지, 하고 생각하던 때에 미츠하는 눈꺼풀 밖을 두드리는 햇살의 눈부심에 눈을 뜬다.
「어라... 타키군?」
「어, 잘 잤어 미츠하?」
타키의 얼굴이 눈앞에 있어서 미츠하는 잠에 취한 채 고개를 움직인다. 얼마간 멍하니 생각하고 나서야 미츠하는 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떠올렸다.
타키와 함께 사는 두 사람의 집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
둘이서 아침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 아니지만 여기는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집'.
만난 뒤 반년 조금 지나서 동거를 시작하는 건 일반적으로는 약간 빠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키와 미츠하의 경우는 사정이 다소 특수하다고나 할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상하다고 미츠하는 내심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가슴 언저리에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떠돈다. 이 위화감은 뭘까, 하고 미츠하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왜 아침부터 남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거야!!!」
「크흡!!」
타키의 가슴팍에 전력으로 박치기를 먹여주었다. 그 기세 때문에 타키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에 머리를 찧고 만다.
「뭐, 뭐, 뭐 하는거야 이 변태!! 자고 있는 사람 가슴을..」
「그, 그런게 아니야 미츠하」
겨우 데미지로부터 회복한 타키가 당황하며 일어난다. 가슴을 만지는 데에 대체 어떤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걸까.
자기 가슴을 지키듯이 껴안고 있던 미츠하는 침대 위에서 타키를 노려본다.
「뭔가 변명이라도 있어?」
「그.. 나도 처음에는 그럴 생각 없었는데, 근데 어째선지 미츠하 가슴을 만지면 옛날 생각도 나고 기분도 좋아서..」
「역시 변태잖아!!! 그래서 전날밤에도 그렇게...??」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미츠하가 소리친다. 가슴을 만져져서 일어나다니,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아니 잠깐만.. 오늘은 그냥 어쩌다보니 손이 닿아버려서..」
「어쩌다보니가 아니야!!! 아니 잠깐, 내 가슴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니, 바뀌던 때에도?!」
「예!? 아, 에... 아니 그...」
「한번만 만졌다고 했었잖아...?」
매서운 눈빛을 하고 타키를 질책한다. 눈 둘 곳을 찾지 못하는 타키의 시선은 계속 동요하고 있다. 결국 체념했는지 타키가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에... 그... 죄송합니다. 몇 번이고 만졌습니다.」
「하아... 역시...」
뭐 그럴 줄은 알고 있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타키가 뭔가 한심해 보여 더 괴롭혀지고 싶어졌다.
「아니... 그, 미안. 어쩌다보니 우발적으로...」
「또 또 그 말이지..? 그 때도 똑같은 말 했었거든?」
「아니 그게, 그... 미츠하가 귀여워서..」
결국 정말 ‘어쩌다가’ 가슴을 만져져버린 처지가 되어버린 거다.
하지만 귀엽다는 한 마디에 용서해주자는 생각이 들어, 미츠하는 자기도 참 물렀다고 생각해버린다.
「하아.. 이제 만지지 마?」
미츠하가 눈을 치켜들고 다짐을 받아내겠다는 듯이 말하니 타키가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일단은 타키를 믿도록 하고 한숨을 내쉰 미츠하는 침대에서 일어선다.
「좋아, 그러면 아침 먹을까? 요츠하가 올 때까지 방 정리도 해두고 싶고」
언제까지고 화내고 있어봤자 좋을 게 없고 계속 화내면 타키가 조금 불쌍하기도 하다.
거기에 겨우 만들어낸 둘만의 아침인데. 라고 생각하며 미츠하는 타키와 같이 침실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아, 요츠하- 여기 여기」
「언니 늦었잖아-」
「미안미안, 좀 늦었네」
미츠하와 타키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요츠야 역 앞. 거기에서 미츠하는 오랜만에 보는 요츠하에게 손을 흔들었다.
둘이 함께 살기 시작한 두 번째 날, 그런 날에 왜 요츠하가 왔는가 하면
「언니는 항상 덜렁대니까, 내가 제대로 봐둬야지!」
그런 정의감에 넘치는 동생은 언니가 사귀기 시작한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하며 동거 첫날에 찾아온 것이다.
일단 바쁜 할머니와 아빠 대신 집들이 겸 왔다는 명목은 있었지만, 미츠하의 예상대로라면 그냥 궁금해서 왔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요츠하니까, 타키가 정말로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미츠하는 그래도 타키라면 분명 괜찮을 거라고 중얼거리며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럼 가볼까」
「응. 아, 언니」
「왜?」
「그 사람 이야기 다시 해줄 수 있어?」
기분 탓인지 즐거워 보이는 요츠하의 목소리에 미츠하는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도 대충 말한다.
「저번에 있던 일인데..」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줘. 언니 평소 성격을 보면 날 속이는 거일 수도 있잖아」
대체 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 동생은. 그런 요츠하에게 약간은 실망하면서도 미츠하는 타키를 떠올린다.
「진짜,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에.. 3년 연하라고는 말했지? 타키군은 평소엔 멋진데 가끔은 귀엽다고나 할까..」
어째설까, 타키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말이 줄줄 나온다. 요츠하가 응 응 하고 맞장구를 쳐주며 잘 듣고있는듯해 미츠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역시 같이 있으면 안심되기도 하고, 리드할 때는 확실히 해줘서 또 멋지고, 그래도 가끔 연하다운 면도 보여주기도 해서, 그럴 땐 진짜 귀여워」
「아- 응. 내가 미안해. 하아.. 염장질이라니..」
「에, 나 그렇게 얘기했었나!?」
미츠하는 그냥 생각한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요츠하는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눈이 마주치니 더욱 강하게
「언니.. 그거 말하면서 실실 웃은거 알아?」
질렸다는 표정으로 요츠하는 그리 말했다.
「에? 지, 진짜로?」
「응, 계-속. 아- 이건 생각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르겠네..」
「말도 안돼...」
미츠하는 당황해서 뺨에 손을 대 보지만 자기 표정이 그랬는지 자각은 할 수가 없다.
확실히 볼은 조금 달아올라 온기가 있었지만 분명 꽤나 걸어다녀서 그럴 거라고 미츠하는 자기최면을 걸고 있다.
「하아... 언니, 진짜 위험하네. 내가 제대로 봐야겠어...」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눈빛을 날카롭게 바꾸는 요츠하.
그런 요츠하를 보고 미츠하는 타키군 미안! 이라고 마음속으로 사과해뒀다. 아마 약간 귀찮은 일이 될듯했다.
「자, 여기가 우리 아파트야」
저기 저 가게가 싸다던가 맛있다던가, 그런 이야기를 해가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위치가 좋아서 돈은 꽤나 깨졌지만 현관 자물쇠도 전자동으로 잘 되어있고 방도 생각보다 넓어 보이는, 그런 집을 쳐다보며 요츠하가 중얼거렸다.
「흐음, 뭐 예쁘구만」
「너, 무슨 평가 하러 온거처럼 말하는데..」
동생의 뻔뻔한 태도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미츠하는 1층 현관 오토락을 풀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요츠하는 계속 그런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여기가 우리 집이야」
「아, 모서리 집¹이구나」
「응.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거지만」
미츠하는 그리 말하고 현관문 손잡이를 당겨 연다. 일단은 손님이니까 요츠하를 먼저 들여보내고, 자매가 함께 집으로 들어섰다.
「타키군 다녀왔어-」
「시, 실례합니다」
함께 사는 집에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게 기뻐서 미츠하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져버린다. 옆에 있는 미츠하를 곁눈질해보니 약간 긴장한 눈치이다.
「잘 갔다왔어? 미츠하. 그리고 어서와, 요츠하쨩」
부엌에서 타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뒤따라 얼굴이 튀어나온다.
거기에 먼저 반응한 건 요츠하. 예의바르게 정중한 표정과 목소리로 미츠하는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야미즈 요츠하입니다」
「아, 에.. 처음 뵙겠습니다 타치바나 타키입니다」
어째선이지 익숙하지 않은 타키의 그런 얼굴이 이상해서 웃음이 나와 버린다.
웃고 있는 미츠하를 불만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타키였지만, 미츠하는 일부러 모르는 척 하며 요츠하를 쿡 쿡 찔러 밀었다.
「뭐, 들어가 들어가」
「아, 알았으니까 그만 찔러!」
미츠하에게 밀려 우물쭈물하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요츠하. 그런 미츠하와 요츠하를 보며 타키는 웃음을 지어 보인다.
「점심 아직 안 먹었지? 조금만 있으면 다 되니까 기다려봐」
「고마워 타키군」
「아, 네. 감사합니다」
타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연기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긴장해 있는 건지,
요츠하는 생각보다 더 어른스럽고 평소와는 다르게 얌전히 자리에 앉는다.
미츠하도 요츠하 맞은편에 앉아 타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타키군은 말야, 옛날에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알바 했어서 꽤나 요리도 잘 한다?」
「헤- 이탈리아 요리라, 언니보다 요리 더 잘할지도 모르겠네」
「그, 그렇진 않은데.. 나는 일식 담당이고 타키군은 양식 담당으로 분담하고 있으니까」
「진짜-? 언니 요리 실력은 좀 괜찮아졌어?」
미묘하게 실력을 의심하는 듯한 동생이다.
미츠하의 요리 실력은 요츠하도 알고 있었지만, 타키가 이탈리아 요리를 잘 한다고 하니 언니 요리 실력이 살짝 저평가되고 있는 걸까.
「미츠하- 그릇 좀 같이 옮겨줘」
「네-엡!」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요츠하랑 하고 있다 보니 프라이팬을 든 타키가 말을 건다.
미츠하는 타키가 불러서 일어나 요츠하와 함께 그릇을 나른다.
새로운 식탁에 새로운 그릇. 어제는 외식을 했으니 제대로 식탁에 앉아 먹는 건 처음이다.
요츠하가 있는 걸 감안해서 만들긴 했지만 다 놓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호화스러운 밥상이 되었다.
「돕지는 못하고 먹기만 해서 미안」
「내가 좋아서 만드는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 거기에 요츠하쨩이 빠에야 좋아했으니까..」
「에?」
방금 전까지 조용히 있던 요츠하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타키의 말투에 미츠하도 당황해 대충 무마하려고 한다.
「아, 내가 얘기 해줬었어. 옛날에 먹었을 때 맛있다고 했다고」
미츠하의 변명에 요츠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수상하다는 듯이 눈빛을 날카롭게 바꾼다.
그런 요츠하를 보고 미츠하는 왜 그랬던 거야? 라는 표정으로 타키를 바라본다.
하지만 타키도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보니 아까 그건 진짜 생각 없이 말했던 것 같다.
「으흠, 어쨌든 식기 전에 먹을까」
결국 이 분위기를 바꾸려면 화제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미츠하는 손뼉을 치며 둘에게 미소를 지어 보낸다.
「아, 그래야지」
「... 뭐 알겠어」
도와줘서 고맙다는 표정의 타키와, 떨떠름해 보이지만 끄덕거리는 요츠하.
먹고 보니 결국 요츠하도 맛있다는 듯 타키의 요리를 먹고 있어서, 역시 먹을게 최고구나, 하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에, 타키 씨」
「응? 아아, 왜?」
요츠하에게 그런 식으로 불리는 건 아마 위화감이 있겠지. 살짝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 타키에게 요츠하는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언니랑 사귀게 된 계기를 듣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언니한테 물어봤자 그냥 얼버무려서」
「자, 잠깐 요츠하」
「아니, 뭐 괜찮지 않나?」
그런 얘기는 우리 쪽에서 먼저 꺼낼 작정이었는데, 여전히 요츠하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
거기에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타키는 아무래도 마음을 굳힌 듯 했다.
「나랑 미츠하가 만난 건, 뭐 우리 둘 입장을 다 생각하면 9년 전의 가을이라고 해야하나..」
「에? 그래도 분명히 반년 전이라고..」
「그건 정확히는 재회했던 거야. 그 때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잘은 몰랐지만」
「?」
의미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요츠하.
만약 미츠하도 요츠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반응이었겠지, 그러니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미츠하는 확실히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사실 나랑 타키군은 잠시 서로 몸이 바뀐 적이 있었어」
「하? 몸이 바뀌었다고?」
이번엔 진짜 요츠하의 눈빛이 이상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바뀌어간다.
둘 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미츠하와 타키 사이에서 시선이 왔다갔다 거린다.
「9년 전 10월쯤, 미츠하가 갑자기 이상해졌던 때 기억 못하려나..?」
「에...?」
「그니까, 그 재해가 있기 조금 전 말이야」
「아... 아아!! 생각났다, 뭔가 언니가 며칠에 한 번씩 이상해졌던 때!」
왜 까먹고 있었을까 하고 중얼거리는 요츠하. 역시 요츠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때의 기억은 애매해져버린 것 같다.
「그 때, 미츠하의 안에 내가 들어가있었어. 그러니까 요츠하도 처음 만나는 건 아니야 사실은」
「에...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만화같은건.. 언니 안에.. 라니」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있는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요츠하. 기억을 더듬듯이 중얼거린 후,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럼, 언니 방이라던가... 기억하고 있어?」
「물론이지. 아, 어제 짐 정리하다 찾은건데, 옛날에 그린 미츠하 방 그림도 있어」
「에? 뭐야 그거」
그런건 미츠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타키는 방에서 빛바랜 스케치북을 꺼내왔다.
「옛날에, 이토모리를 찾으려고 그렸던 그림들이야」
「이건...」
「진짜로 이토모리네」
스케치북에 끼워져 있던 그림들을 미츠하가 받아 식탁 위에 늘어놓았다.
거기에 그려져있던 것은, 부감법으로 그린 이토모리의 다리나 버스정류장 등의 풍경. 그리고
「아, 내 방이다」
마지막으로, 미츠하의 방도 들어 있었다. 꽤나 오래 살아왔던 방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고 미츠하도 반가워한다.
자기 방 사진 같은 건 찍어두지 않으니까, 보는 건 정말로 그 날 이후 처음이다.
「진짜 언니 방이네... 그러면 진짜로...??」
그림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놀란 표정으로 타키를 보는 요츠하.
분명히 거기에 그려져 있던 그림들은 거기에 살고 있던 당사자인 미츠하가 봐도, 그런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믿을 정도로 세밀히 그려져 있었다.
「응, 그래서 요츠하가 옛날에 비해 엄청나게 자라서, 솔직히 좀 놀랐어」
「하아.. 진짜 신기한 일이 다 있네... 에, 그러고 보니 언니. 이 사람 꽤나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에, 왜?」
「뭐 타키 씨, 바뀔 때마다 언니 가슴 만졌는걸」
‘바뀔 때마다’. 그 말을 들은 미츠하는 천천히 타키 쪽으로 고쳐 앉는다.
타키는 망했다 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요츠하가 말한 게 사실이라는 걸 자기도 모르게 증명하고 있었다.
「바뀔 때마다....??」
「잠깐, 그건 아침에 끝난 이야기잖..」
「응, 언니가 이상한 짓 했던 날은 거의 맨날 자기 가슴 만졌었지」
요츠하의 말을 듣고 미츠하는 웃으면서 타키를 바라본다. 눈 둘 곳을 못 찾는 타키는 아무래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타 키 군 ? 나중에 제대로 설명 들을테니까?」
「네...」
체념했는지 타키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냐고 볼을 빵빵히 부풀리면서도 나중에 확실히 캐물을 거라고 다짐하는 미츠하.
그 옆에서 요츠하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어라, 그럼 그 날도?」
「그 날이라니, 재해가 일어났던 날?」
「응. 그 날 언니는 평소보다 훨씬 더 이상했어」
어떻게 이상했는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그 날은 별난 날이었지.
이런저런 일들은 다 제쳐두고 막 해댔다고 듣기도 했고, 실제로 체면을 생각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그렇구나. 조금 복잡한 이야기지만, 타키군이랑 나는 시간이 어긋나 있던 채로 몸이 뒤바뀌어서.. 덕분에 타키군은 재해가 일어날 거라는걸 알고 있던거야」
「시간이 어긋나...? 음.. 잘 모르겠다. 어쨌든간에 내가 살아있는 것도 타키군 덕분이라는거네」
「뭐 그렇 되는거지만, 마지막에 아버님을 설득했던건 미츠하고. 내 덕분만인건 아니야」
타키 입에서 ‘아버님’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와서 살짝 동요해버린다.
하지만 타키는 아무런 생각 없이 했을 말이였고, 곁눈질로 바라봐도 뭔가 의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미츠하의 속을 꿰뚫어 보기라도 했는지 요츠하는 히죽 웃으면서 타키에게 묻는다.
「그래도 역시, 그것도 결국 다 언니를 위해서 했던거죠?」
「뭐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미츠하만을 위해서 그랬던건..」
목에 손을 갖다 대고 말끝을 흐리는 타키. 타키의 그 버릇은 말을 얼버무릴 때에 나오는 것이라는걸 미츠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 전의 동요도 덮어버릴 겸 미츠하도 고개를 살짝 아래로 떨어트리고 말한다.
「그, 그랬구나.... 나를 위한게 아니였구나...」
「에? 아니... 미츠하, 너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거지?」
「에헤헤, 타키군한테는 안 통하는구나」
「... 언니, 그렇게 기쁜거야?」
요츠하의 차가운 시선이 조금은 마음에 걸리지만 기뻐서 조금 흥분해버린 것도 사실이여서 일부러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타키가 미츠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기쁜 건 사실이고, 그렇게 느껴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 뭐 잘은 모르겠지만, 둘이 바뀌었다는 건 알겠네. 이런 거 보여주면 믿을 수밖에 없으니까」
요츠하가 다시 타키의 그림을 쳐다본다. 이토모리 그림. 사진은 아니니까 완벽히 정확한건 아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이토모리를 볼 때 가슴을 죄여오는듯한 이상한 감각은 신기하게도 이 그림을 볼 때에는 생겨나지 않는다.
분명 요츠하도 그 그리움을 음미하고 있겠지.
그림을 바라보던 요츠하의 눈빛은 어쩐지 허전하고 외로워 보였지만, 기쁨도 분명히 섞여 있었다.
「고마워, 요츠하. 뭐 그런 일들이 있어서 우리는 그... 사귀게 됐던 거야...
「확실히 동거는 좀 성급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오래 기다려준 미츠하를 이 이상 내버려 둘 순 없었어서..」
마치 부모님에게 허가를 받는 것 같은 이상한 말투이다. 하지만 요츠하는 그런 타키와 미츠하를 보고 기쁜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응, 알았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둘 다!」
「진짜로? 다행이다..」
타키도 미츠하도 살짝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역시 요츠하는 그렇게 말하고선
「그러니까, 아빠한테 소개할 때 나한테 도움 받고 싶으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 줘야겠지?」
라고 말을 게속했다.
아버지한테 타키를 소개할 때에 요츠하의 협력이 있는 것과 없는 건 큰 차이가 있을 거라는 게 명백하다.
즉, 요츠하의 질문공세에서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다.
「뭐 일단은... 서로 어떤 점이 맘에 들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요츠하의 질문에 타키는 한숨을 내쉬고 미츠하는 굳어버린다.
하지만 그걸 보고 포기할 요츠하가 아니다. 요츠하의 질문은 결국 그 날 저녁을 미츠하가 만들기 시작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각주]
¹ 모서리 집; 角部屋(카도베야) : 건물의 양쪽 모서리에 있는 집이나 방. 예를 들어 한 층에 8호가 들어서는 아파트라면 1호(101, 201...)와 8호(108,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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