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Project/자작 팬픽
성탄전야
일이 끝나질 않는다. 동지도 지나고 절기는 새해로 접어드는데, 삼도천을 건너는 혼령들의 행렬은 해의 끝도 모르나보다. 나도 이제 뱃사공 연수교육을 받고 삼도천에 배치된 지 어언 10개월, 짬이 찰 만큼 찼는데 이렇게 귀객이 많은 것은 처음 보았다. “아니, 지상에서 줄초상이라도 났어? 전염병이라도 돌았나? 무슨 일로 이렇게 한꺼번에 건너는 거야?” 뱃전에서 거룻배 노를 힘차게 저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농을 던졌다. 푸르스름하고 가냘픈, 자그마하고 힘없는 혼령들은 가타부타 대답도 없이 뱃마루 위를 굼실거린다. 멀미를 하는 혼령, 넘실대는 강물을 보며 신나하는 혼령, 갑자기 흐느끼는 혼령…… 이것들은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손님들이다. 오늘만 이런 배가 벌써 여섯 척 째, 농땡이 피울 새도 없이 초..
2020. 12. 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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