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고통이나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즐거운 곳이 낙원의 사전적 정의라면 그곳에 巫女는 왜 필요한가.
가을걷이가 막 끝난 들판은 그 일렁거리던 황금물결이 무색히도 시월상달이라 신명님께 젯밥을 차린다며 햇볏단을 사람 대가리 하나 당 열 뭇이나 거두어가 짚검불만 남았다.
짚단에는 어린 모녀가 엎드려 붙어 남은 이삭을 훑고 사내들은 제사 준비에 끌려가 힘쓰는 일을 도왔다.
대청에는 어린 무녀가 꼿꼿이 앉아 제사를 감독하며 모두 복을 받으리라고 공염불을 외었다.
누군가 홧김에 요사채에 불을 지르니 사위어가는 불길 속에서 뛰쳐나온 무녀는 사람을 저주했다.
그 사람은 무녀나 신에게 잡히지 않고 사람에게 잡혀 왔다.
사람이 사람을 감시하고 사람이 사람을 하대해 잇속을 챙기니 자연히 의심의 사회가 피어나고 신과 무녀는 더더욱 군림했다.
무녀는 다시 모두에게 복이 있으리라 말했다.
복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세상을 미혹하고 백성을 속이는 자가 무녀인 탓에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단어에 巫자가 들어간 것인지
애초에 巫女가 誣女인 것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환상향에서 무녀는 낙원의 무녀였고 사람은 나락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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巫 무당 무
1. 여자 무당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2. 무녀
...
6. 망령되다, 터무니없다
誣 거짓 무
1. 속이다
2. 꾸미다
3. 더럽히다
4. 강제로 하다
...
2019.01.0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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