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모티브, 쇼토쿠 태자(聖德太子)의 족적이 남아있는 곳을 으레 이카루가(斑鳩)라고 일컫는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이카루가’라는 지명은 세계 최고의 목조건축물이 남아있으며 쇼토쿠 태자가 창건했다고 일컫어지는 나라현 호류지(法隆寺) 일대이다.
나라현의 이카루가 외에도 이카루가라는 지명은 다수 있는데, 대다수가 쇼토쿠 태자와 관련한 지명이다.
예컨대 효고의 이카루가에는 이카루가사라는 절이 있는데
미코의 신령묘 4번스펠 비보「이카루가사의 천구의」는 이 절에서 소유하고 있는 유물로 쇼토쿠 태자가 만든 지구본이라고 한다.
지구본에는 아시아, 아메리카, 남극, 오세아니아, 미지의 대륙 등이 새겨져 있어 오파츠로 여겨졌으나, 과학적 분석 결과 에도시대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카루가라는 단어에 대해 일본문학의 아버지이자 추리소설의 대가 마츠모토 세이쵸(松本 清張)씨가 「야마토의 조상 大和の祖先」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논고했다.
기기(記紀)에 의하면 코겐(孝元) 천황은 ‘카루(輕)의 사카이하라궁(境原宮)’에 있었다고 한다.
‘카루’라는 곳은 타케치군(高市郡)으로 지금은 카시하라(橿原)시에 속한 곳이다.
이 카루라는 지명으로부터 카루노미코(軽皇子)와 카루노타이시(軽太子), 카루노오오이라츠메미코(軽大郎皇女)라는 이름이 나온다.
카루는 ‘카라(韓)’이다. 이 부근의 야요이 유적으로 유명한 ‘카라코(唐古)’ 유적도 ‘唐’이 아니고 ‘韓(가야)’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생각된다.
호류지 일대를 이카루가(斑鳩)라고 부르는데, ‘카루(カル)’에 접두어 ‘이(イ)’가 붙은 것일까?
코겐 천황(카루노미코)는 쇼토쿠 태자의 부계 친척이다.
쇼토쿠 태자는 부계도 모계도 모두 소가(蘇我)계의 순수 혈통을 가진 왕족으로, 소가씨는 백제계 도래인이라 여겨진다.
일전에 올린 글인 타타라 코가사의 '타타라'에 관하여에서 살펴보았듯,
도래인들은 자신들의 본고장명을 정착지의 이름에 붙이는 일이 잦았다.
그렇다면 소가계 인물인 쇼토쿠 태자가 ‘이카루가’라는 지명을 사용한 것 또한 일리가 있는 주장이 아닐까.
일본 발음이 ‘카라(韓, 加羅)’였던 가야가 ‘카루(軽)’로 변한 것이라는 주장이 흥미로운데,
가야지방에 있던 원삼국시대의 국가 변한(弁韓)을 가라한(駕羅韓)이라고도 쓰는 것을 보면 당시 가야와 변한 지방을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카라’라 부른 것은 유추할 수 있고, 가야는 백제·신라와 활발히 교류했으므로 한반도계 도래인들이 ‘카라’를 본인들이 정착한 곳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한 일본인은 R과 L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며, 외국에서 온 R 발음을 D나 T로 바꾸어 발음하는 일이 잦았다.
カラ(Kara, 가야)를 カダ(Kada)나 カタ(Kata)나 カチ(Kachi)나 カツ(Katsu)나 カト(Kato)로 바꾸어 부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カツラ(Katsura, 카츠라) 또한 가야에서 온 단어가 아니냐는 주장을 독일문학 연구자이자 고대사 연구가 스즈키 타케모토(鈴木武樹)씨가 「삭제된 귀화인들 消された『帰化人』たち」이라는 책에서 펼쳤다.
카츠라는 옛 야마토 지방에 자주 보이는 지명으로, 교토의 카츠라가와(桂川)나 나라의 카츠라기(葛城)등이 유명하다.
카츠라기씨의 시조 카츠라기노 소츠히코(葛城襲津彦)는 앞서 설명한 코겐 천황의 아들이라고 고사기에 적혀있으므로 카츠라기 또한 소가계 씨족이고, 도래인의 피가 흐르는 씨족이라 볼 수 있다.
나라에는 이카루가다케(哮ヶ峯)라는, 모노노베(物部)씨의 성지도 존재하는데, 혹시 모노노베도 본디 가야에서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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