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성지순례 포인트 지도
확대도

 

아시나가 신사 부근, 해가 지고있다.

아시나가신사로 향하는 길. 이날은 겨울날 산골마을 해지는 시간을 계산하지 못한게 아쉬웠다.

아직 4시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해는 거의 산너머로 넘어가 밤이 찾아왔던 것이다.

 

대략 위 그림과 같은 루트로 스와 지방을 한 바퀴 도는 일정을 짰는데,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그때문에 아시나가 신사 부근부터는 해가 거의 넘어가 제대로 사진이 남아있는 것이 없다.

 

특히 마지막 일정에 해당하는 테나가 신사와 코다마이시 신사는 멀쩡한 사진이 전무하다 ㅠㅠ

나같은 미련한 짓은 말고 현명하게 루트를 짜길..!

 

아시나가 신사 초입

아시나가 신사는 어떻게 밝기를 최대로 높여서 멀쩡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가만 보면 저런 언덕길을 잘도 민박집 고물 자전거로 올라간 것 같다.. 저 때의 열정은 ㄷㄷ

 

호젓한 산복도로 길곁에 나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아시나가 신사 경내로 진입할 수 있다. 

 

아시나가 신사 경내

아시나가 신사는 쿠와하라성(桑原城)이 있던 스와의 산골마을에 있는데

이 지방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아시나즈치・테나즈치(足名椎・手名椎)를 신봉해왔다.

 

아시나즈치와 테나즈치는 야마타노오로치 퇴치 신화에 등장하는 부부이자 남매신으로

슬하에 여덟 명의 딸들이 있었으나, 매년 야마타노오로치가 찾아와 한 명씩 잡아먹고, 막내딸 쿠시나다히메(櫛名田比売)만 남았다고 한다.

스사노오가 찾아와 오로치를 퇴치하는 대가로 쿠시나다히메를 아내로 맞아들이니, 가히 오로치 퇴치 신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쿠시나다히메의 이명은 이나다히메(稲田媛)다. 

이나다히메는 풍년을 불러오는 신・논밭과 농작물을 수호하는으로 널리 신앙받았으며, 남편 스사노오와 함께 모셔지는 일도 잦았다.

 

풍양을 담당하는 신인 아키 미노리코의 테마곡, '이나다히메님께 야단맞으니까'가 이렇게 스와신앙과 연결되니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다.

 

테나가・아시나가 신사는 적어도 800년 무렵부터 이 자리에 진좌했다고 여겨지며, 스와묘진의 일족이라 한다.

그렇다면 대체 왜 중앙의 신들이 이 머나먼 스와에 입향하게 된걸까?

 

테나가 신사, 아시나가 신사로부터 3km가량 떨어져있다. 해가 진 뒤에 도착했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당초엔 중앙의 신 테나즈치와 아시나즈치를 모신게 아니라, 다른 존재를 모셨다는 설이 있다.

다름아닌 테나가아시나가(手長足長)라는 이름의 거인(혹은 요괴)을 모셨다는 것이다.

 

당장 스와의 신사 이름도 테나가 신사와 아시나가 신사.

중앙신화의 '테나즈치 아시나즈치'가 아닌 민간신앙의 '테나가 아시나가'를 신사명으로 택했다.

 

浅草奥山生人形 - 테나가아시나가

테나가아시나가는 주로 도호쿠 지방에서 전래되는 거인이다.

팔다리가 모두 긴 한 명의 거인, 또는 다리가 긴 거인과 팔이 긴 거인 한 쌍이라 여겨지며, 전승은 각지마다 다르다.

 

手長足長図 - 테나가아시나가

아키타 쵸카이산(鳥海山)의 전승을 따르면, 먼 옛날 도호쿠 지방에 살고 있었다는 이 거인들은, 기형적인 체형을 극복하기 위해 아시나가가 테나가를 목마 태운 채 행동했다. 난폭한 성격 탓에 종종 산에서 내려와서 항해하는 배를 덮치거나,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는 나쁜 짓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그 땅의 수호신 오모노이미노카미는 세 다리가 달린 까마귀(야타가라스)로 하여금 거인이 나올때는 "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없다"하고 울게 하여 경고를 대신했다. 하지만 테나가아시나가의 악행은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은 결국 산에서 불을 내뿜게 해서 산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거인을 쫓아냈다고 한다.

 

테나가신사 본전. 현판에 테나가미야(手長宮)라 적혀있다.

하지만 난폭한 거인으로서의 존재와는 달리, 신・신선으로서 모셔진 테나가아시나가 전승도 일부 지역에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스와의 테나가아시나가인데, 타케미나가타가 야마토(중앙)에서 스와에 침입하기 이전부터 스와를 지배하던 토착신 중 하나로, 모리야신과 함께 타케미나카타에 맞서싸웠다는 전승이 있다. (스와대묘진화사)

 

일본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있는 '테나가'의 뜻

 

스와의 테나가아시나가에 대해 민속학자 쿠니기다 유키오는

궁중이나 귀인의 집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자를 일컫는 중세 일본어 단어인 '테나가'라는 단어가 선행되어 존재했고

온갖 일을 담당하는 '팔이 긴' 거인과 같은 존재로 신격화된건 나중의 일이 아니냐고 추론하였다.

 

테나가(手長)  잔심부름을 하는 자 → 만능 일꾼 → 팔이 긴 거인과 같은 신

도식화하자면 이런 느낌..?

 

즉, 도호쿠 지방의 전래와 달리 스와의 테나가아시나가는 본래 선한 신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풍속화보 명소도회(風俗画報名所図会) 중 테나가신사 부분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자 전승이고, 공식적인 기록은 여전히 중앙(야마토or이즈모)에서 온 테나즈치・아시나즈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과연 스와의 테나가아시나가는 어떤 존재일까? 타케미나카타의 침략으로 선한 토착신 테나가아시나가가 중앙신화의 비슷한 신격으로 둔갑한건 아닐까?

 

토착신 「테나가아시나가님」

동방 프로젝트에서 테나가아시나가는 스와코의 스펠, 토착신 「테나가아시나가님」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ZUN은 테나가아시나가를 중앙신화의 테나즈치 아시나즈치가 아닌,

모리야신(스와코)의 편에서 카나코와 맞서싸운 선한 토착신으로 여겼나보다.

 

풍익스를 할때마다 은근히 사고가 잦아서 인상깊은 스펠카드였는데, 이렇게 성지순례를 하며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보니 재미있었다.

 

 

 

 

아시나가 신사

 

주소

長野県諏訪市四賀普門寺

나가노현 스와시 시가후몬지

 

가는 방법

JR 츄오본선 카미스와역 하차 도보 45분 or 치노역 하차 도보 50분

양 역으로부터 거리가 거의 비슷하다. 잘 안배하자.

 

 

 

테나가 신사

 

주소

長野県諏訪市上諏訪9556

나가노현 스와시 카미스와 9556

 

가는 방법

JR 츄오본선 카미스와역 하차, 도보 10분

카미스와역에서 가장 가까운 성지 중 하나이다.

 

 

 

----

 

스와 성지순례기 끝!

'동방 성지순례 > 나가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츠모토성 (松本城)  (0) 2021.04.25
2020년 8월 스와 풍신록 순례기  (0) 2020.09.11
쿠즈이 신사 (葛井神社)  (0) 2020.06.14
하쿠바 ② (白馬)  (5) 2020.04.19
하쿠바 ① (白馬)  (0) 2020.04.19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