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스와 풍신록 순례기

츄오사이선 마츠모토행 원맨전차 (나카츠가와 오리카에시 직전)

2020년 8월 26일~29일. 청춘18티켓을 이용해서 또 스와에 다녀왔다.

언제 가도 물리지 않는 스와..

 

스와에 호텔을 잡고 주변 관광지를 돌아본지라 성지순례를 한 날은 하루밖에 없었지만, 그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냈다.

 

아침 5시에 출발해 보통열차만 타고 무려 오후 8시가 되어야 도착한 카미스와역

잘도 이 먼 길을 보통열차만 타고 온 것 같다

 

건재했던 카미스와역의 노천 족욕탕

이날은 워낙 피곤해서 역앞 라멘집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한 뒤 바로 체크인하고 잤다.

 

다음날 이른아침, 카미스와역 서쪽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스와대사 카미샤행 첫 버스를 집어탔다.

승객은 나 혼자. 카미샤에 가냐고 기사님께 여쭤보니 그렇다고, 잘 갔다오라고 덕담을 건네주셨다.

 

8시경 카미샤 혼미야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스와시 지자체 오피셜 캐릭터, 스와히메

 

다케다 신겐의 첩, 스와고료닌을 모티브로 삼은 스와히메 캐릭터도 건재했다.

솔직히 스와코님만 아니었으면 이쪽에도 흥미를 가졌을텐데 ㅋㅋㅋ

 

군대를 전역하고 근 2년만에 다시 앞에 서게 된 스와대사 카미샤 혼미야 (上社本宮) 토리이

 

https://chohot-touhou.tistory.com/402?category=832034

스와대사 카미샤 혼미야 (諏訪大社上社本宮)

스와의 동방과 관련된 사항들은 작성한 글들을 링크로 연결해둘테니 참조 바란다.

이번 글은 간단히 사진 위주로..

 

경내 모습

생각해보니 군대 무사히 전역해달라고 스와님께 빌었던 기억이 있다. 무사히 전역하고 돌아왔습니다..

 

8월 제전

사실 이 날은 8월 27일, 미사야마 마츠리(御射山社祭)가 열리는 날이었다.

의식이 있는 축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새벽 4시 반부터 10시까지 거행된다는 말에 패스.. 미사야마 신사는 노숙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4시 반까지 도착할 수 없는 곳에 있다.

 

8월의 8시, 혼미야 경내는 아주 엄숙한 공기만 감돌고 있었다.

 

참배소

배전, 신성한 공간.

참배소 새전함에 올려져 있는 스와의 배례 예법

두 번 허리를 굽혀 절하고, 두 차례 박수를 친 뒤, 문안인사와 기도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허리를 한 번 굽혀 절한다.

 

이 예법은 풍신록 익스에서 스와코와의 탄막놀이, 스와코 왈 탄막축제를 시작하는 첫 스펠카드

개연「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치고 한 번 절」의 모티브가 되었다.

 

좌측에서 바라본 배전

칙원전

저번에 왔을 때 지나쳤던 4번째 온바시라(욘노온바시라)

칙원전 바로 옆에 요배소가 있다.

요배소란 멀찍이 떨어져있어 인간이 쉬이 다가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한 신체를 바라보며 기도를 드리는 곳을 뜻한다.

 

어릴적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산과 절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참 편해진다.

정말 좋은 공간..

 

배전에서 토리이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오다보면 이렇게 쭉 뻗은 도로와 함께 스와시 일대가 조망 가능하다.

 

혼미야 첫번째 온바시라(이치노온바시라)

 

이전 순례기에서 다뤘듯, 바로 뒤에 오쿠츠이시와 아마노사카호코가 숨어있다.

빛바랜 금줄과 이끼 낀 바위가 오래된 신앙을 전해주는 듯해 정취를 더한다.

 

마찬가지로 경내 하스이케(蓮池) 연못에 있는 카와즈이시.

이유는 모르겠으나 물은 다 빼둔 상태였다. 물이 빠지고 나니 더 개구리 모습 같기도 하고..?

 

스와대사 혼미야 경내 안내도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스와대사에는 본전이 따로 없고 배전, 말 그대로 예배를 드리는 전각까지만 있다.

스와에서는 신이 자연에 있다고 생각해 주변의 산을 본전으로 삼았기 때문.

 

그 산이 어느 산인가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많다. 모리야산이라는 말도 있고, 미야야마라는 설도 있고..

 

정말 아쉽게도, 누노하시(布橋, 현인신이 다니던 대회랑)는 중요문화재 수리 공사 차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곧게 뻗은 회랑과 양 옆의 부속 건물들이 장관이었는데..

 

가림막이 쳐진 경내를 걸어가는 노부부.

저 분들께선 지역 주민이실까, 멀리서 걸음하신 순례객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공사 중인 경내

문화재를 소중히 여깁시다!

1기 공사 중이라는 걸 보니 2기 공사도 따로 있을텐데, 2기면 배전 구역 공사가 되려나.. 나중에 따로 찾아봤지만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어쩄든 1기 공사가 끝나는 2년 뒤엔 다시 스와대사를 찾아야겠다.

 

상사 츠츠가유전 터

통칭 천수님, 텐류스이샤

사기바시와 아래로 흐르는 개울물

카나코와 스와코의 스펠 모티브가 된 다양한 공간들을 음미하며 경내를 산책한다.

이렇게 뚝딱뚝딱 공사를 하는데도 1월 1일이 되면 반드시 개구리가 나오겠지..?

 

텐류스이샤

카구라전

코마가타야

내부에는 신마 조각상이 안치되어있다.

동쪽 참도와 사기바시, 그리고 토리이

누노하시를 못 본 건 아쉬웠지만, 스와대사를 뒤로 하고 스와시 박물관으로 향한다.

 

스와시 박물관.

스와의 역사를 한 눈에 알기에는 정말 좋은 공간이다. 입장료 300엔

 

촬영금지구역이 많아 입구에 있던 이 온바시라 공예품밖에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말 알찬 곳이었다.

스와씨의 상세한 계보도, 전국시대의 소동에 휘말린 스와의 변천, 근대 스와의 모습 등..

 

학예사가 일을 대충 했는지 임나일본부설을 긍정한건지 야요이시대 일본 지도에 한반도 남부-제주도를 일본과 같은 색으로 칠한건 의도가 다분해보였지만(...) 홋카이도 일대도 같은 색이었으니 그냥 대충 했다고 생각해야..

 

저택 앞에 서있던 토리이, 놀이터와 일체화되어있는게 재미있다.

그렇게 1시간 가량 관람을 끝내고 현인신 옛 저택으로 향했다.

 

이 지방에서 참 보기 힘든 한글 안내판

정식 명칭은 안내판대로 '구 스와카미샤 오호리 저택 터'라 해야하나..?

저택 대문

현인신 저택은 집을 빙 둘러 나있는 탐방로를 따라 돌아보는 것만 허용되어있다.

우리네 몇몇 등록문화재 관람 방식과 비슷하다.

 

현인신(大祝, 오호리) 스와 가문이 단절된 것은 불과 20여년 전.

20년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지라 건물은 현대식으로 개축되었고 방범회사 딱지까지 붙어있었다.

 

건물은 일신했지만 신앙까지는 일신되지 못했는지, 불과 20년 사이에 폐가가 되어버린 저택..

신의 거처가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신앙도 참 헛되고 덧없다.

 

관목과 잡초가 무성히 돋아나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저택 후면

 

사나에는 왜 환상들이를 감행했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구경했다.

적어도 카나코는 더이상 현인신을 믿지않는 과학세기에 한숨을 내짓지 않았을까.

 

저택 한 쪽에 있었던, 짚과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조악한 사당

 

먼 옛날 스와대전에서 승리해 신이 된 스와씨 가문의 폐가를 떠나

스와대전에 패배해 신을 모시는 가문이 된 모리야씨의 사료관으로 향했다.

 

신장관 모리야

언제 봐도 인상적인 문패의 '신장관 모리야'

 

모리야 신장관 사료관

모리야는 현인신 스와씨 가문과 달리 단절되지 않고 지금도 계승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번듯한 사료관이 지어졌다.

뭐, 스와씨도 스와신앙과 스와대사 자체가 그들을 증언하는 박물관이니 한스럽진 않겠지만..

 

내부에는 여전히 어두제(온토사이)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사료관을 지키시던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는 손님이 적은지라 심심하셨는지, 흥이 나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신다.

 

'우리 모리야 사료관은..'으로 시작하는 말을 듣다보니, 설마 모리야 가문이신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쭤보진 못했다.

 

신장관 가문과 스와대사의 관계, 모리야산에 대한 이야기 등을 10분간 들려주시다 보여주신 에도시대의 어두제 제물 스케치

입장료 단 돈 100원으로 이렇게나 현장감 넘치는 역사-민속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참 만족스러웠다.

 

오늘은 미사야마 마츠리 날, 중요한 축일이라고, 스와 신앙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아낌없이 보여주시던 할아버지.

이런 분들이 계신 이상 전통은 이어지고 문화는 보존된다.

 

사료관 뒤쪽 언덕배기에 있는 미사야마 총사

 

공간이 협소해 제대로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전국의 미샤구지 신앙을 총괄하는 사당이다.

모리야 가문과 미샤구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좋은 예, 파워스폿이다.

 

이전엔 몰랐는데, 사료관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오호리 스와 가문 묘소도 있었다.

스와씨의 장례도 신장관 가문에서 집전한걸까?

 

지브리 영화에 나올듯한 독특한 망루

 

그렇게 설렁설렁 마에미야로 걸어간다. 날씨는 덥고 바람도 불지 않았지만 발은 가벼웠다.

 

혼미야와 마에미야 간 거리는 표지판이 보여주듯 약 3km, 도보 6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신장관 사료관에서 마에미야로 걸어가는 뒷참배길은 산길이다.

 

나무 그늘에 감사하며 걸어가다보니 나타난 거목

 

미네노타타에

저번에 스와에 왔을땐 엄청난 적설로 보지 못했던, 미네노타타에(峯湛/峰湛)

스와의 칠목칠석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나무, 섬개벚나무다.

 

미샤구지가 살아 강림했다는 신성한 나무..

 

대체 수령이 얼마나 될까? 가늠도 되지 않는다.

광각으로 사진을 찍어도 전체 모습을 다 담을 수 없다.

 

지금도 미네노타타에 밑동에는 작은 사당이 세워져있어 사람들이 무언가 바친 흔적도 보였다.

믿는 자가 남아있는 한, 신앙은 이어진다.

 

산길을 빠져나와 오랜만에 포장도로가 보였는데, 바로 옆에 스이가(水眼) 개울물이 흘러갔다.

개울물을 팔에 끼얹으며 더위를 식혔는데 과연 신수라 그런지 엄청나게 시원했다..ㅋㅋㅋ

 

스이가와 마에미야 온바시라

명수 '스이가'의 청류

풍익스 카나코 1스펠에도 등장하는 스이가.

이 청류는 마에미야의 신역을 흐르기 때문에 더러움을 씻어주는 개울물로 여겨졌으며, 신수라 신앙받았다.

 

우리나라엔 최초에 누가 어떻게 번역을 한 건지 고유명사인 '스이가'를 '물거품'으로 오인해

카나코 1스펠도 '물거품과 같이 아름다운 원천'이라 오역되어 있었다. 이후에 내가 뒤늦게 동방 커뮤니티에 알려 바뀌었지만..

한 번 잘못 알려진 이름이 쉽게 바뀔 수 있을까. 결코 '물거품'이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스이가가 오명을 빨리 벗어던졌으면 한다.

 

이 날도 스이가 물에 세수를 하고 가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거창한 신수라기보단 더위를 식혀주는 반가운 계곡물이 된 스이가. 사랑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신장관 사료관에서 열심히 걷다보니 도착한 스와대사 카미샤 마에미야(上社前宮)

사실 미네노타타에 어귀부터는 이미 마에미야 경내다.

메이지시대를 거쳐 경내 땅이 민간에 불하되고, 조금씩 쪼그라들다보니 좁아진 신역..

 

스와대사 본전

네 곳의 스와대사 중 유일하게 본전이 있는 마에미야.

본전 건물은 이세 신궁의 목재를 사용해 쇼와시대에 세워졌다. 

 

모리야 신장관 사료관 지킴이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마에미야에 본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기껏해야' 쇼와 때 세워진 것으로, 본전에선 원래 나무 두 그루를 신체로 모셨다니 가게 되면 꼭 찾아뵙고 인사를 올리라고 하셨다.

 

신문 '카지노키'

사실 사전조사를 통해 스와대사엔 본전이 없고 마에미야만이 예외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나무에 참배를 드리라는 말은 또 신선했다.

경내 구석구석을 찾아보니 과연 진짜로 있었던 신목, 카지노키(穀の木)

 

穀이 대체 왜 나무를 뜻하는 한자일까.. 하고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스와 신앙에서만 저렇게 쓰는 것이고, 원래 글자는 梶. 닥나무를 뜻한단다.

닥나무는 예로부터 신에게 바치는 신목으로 존중받던 나무. 마에미야에선 아예 닥나무를 신앙했나보다.

 

잘 알려져있듯이(?) 풍신록 앨범 자켓의 모델이 된 마에미야 온바시라

마에미야 토리이와 코마이누, 뒤로 수리중인 건물들과 가림막이 보인다.

아쉽게도 마에미야도 혼미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재 수리 기간이었다.

수리가 끝나고 오면 다시 진득하게 참배해야...

 

마에미야 스이가 광장

2년 전에 왔을 때는 제대로 못 봤는데, 마에미야 토리이 바로 앞에는 이런 예쁜 광장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바로 옆에 관광안내소도 있으니 처음 방문한 순례객이라면 거점으로 삼을 만도..

 

멀리 구름이 걸려있는 야츠가타케

이날 스와의 하늘은 아주 청명해 기분도 청량했다.

마에미야 참배를 마치고, 시모스와 방향으로 가는 전차를 타기 위해 40분가량 역까지 걸어간다.

 

そば処 白樺

치노역에 도착은 했지만 배차간격이 긴 보통열차는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역내 서서 먹는 소바집에 들렀다. 

 

자동발권기, 저렴한 소바 가격

신슈 하면 소바, 소바 하면 신슈.

나가노까지 와서 소바를 안 먹고 지나갈 수는 없다.

 

카케소바

 

단돈 360엔에 맛볼 수 있는 신슈소바 한 그릇

진짜 맛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쫀득거리는 면발에, 시큼한 야채, 그리고 튀김 부스러기와 파가 잡아주는 식감..

어디 여행가면 밥 먹는 시간도 많이 아까워하는 내게는 정말 최고의 맛집..ㅋㅋㅋㅋ

 

참 조촐한 식당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아마 언제 다시 스와를 찾더라도 여긴 무조건 들르지 않을까.

 

밥을 다 먹고 츄오토선 하행 보통열차를 집어타 오카야역에서 하차.

동방 덕후들에게 진짜 성지(?)로 받아들여지는 모리야 신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모리야 신사 토리이

원래 당연히 스와코님께 먼저 인사를 드려야한다는 생각에 새벽부터 모리야 신사에 올 생각이었지만

아침 버스를 타고 카미샤부터 다녀오는게 낫겠다는 판단에 점심을 먹고 나서야 들르게 된 모리야 신사.

 

여기도 높게 솟은 삼나무가 신사의 오래된 연혁을 짐작케한다.

 

모리야 신사 본전

정말 2년만에 다시 스와의 모리야신, 모리야 스와코님께 인사를 드린다.

과몰입같지만 모리야신사 본전 앞에 서면 정말 스와코를 만나러 온 기분이라 들뜨고 기쁘다. 

나를 동방에 빠지게 한 캐릭터기도 하니.. 스와코는..

 

모리야 신사 에마

당연하게도 건재한 스와코 이타에마들.

이날은 여유가 좀 있어 여분의 에마가 있으면 간단히 그림을 그려 나도 봉납할 작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에마가 남아있지 않았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용케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스와코님을 뵙고 갔다. 이 형언하기 힘든 오타쿠들의 신앙심과 동질감..

다음엔 나도 꼭 에마를 바치고 가야..

 

시모스와역 구내 메도데코

오카야역에서 다시 전차를 타고 시모스와역으로.

계속 전차를 탔지만 한두정거장 차이라 교통비가 크게 부담되진 않았다.

 

아키미야 토리이 앞에서 찍은 사진. 하늘이 참 예쁘게 찍혔다.

시각은 슬슬 2시를 넘어갔는데, 이 날 제례일이었던지라 혹시라도 신사 관계자분들께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봐 긴팔옷에 긴바지를 입고 있었다.

 

덕분에 날이 더워 고생.. 그래도 신사는 엄밀히 '관광지'가 아닌 '종교시설'이기 때문에, 너무 흐트러진 복장을 하고 찾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와대사 시모샤 아키미야(下社秋宮) 토리이

 

시모샤의 신은 봄과 가을을 경계로 신사를 옮기는데, 내가 방문한 날은 입추가 지나 가을에 해당해 이쪽에 신이 와 계셨다.

 

카구라전. 풍신록 카나코 스펠카드 배경으로 쓰인 바로 그 건물이다.

 

뒤로는 따로 배전이 있어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보물전도 들러보려고 했는데 코로나 관련 폐관중이라 패스..

그래도 신사를 찾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지역 주민들일까, 여행객일까?

 

두 곳의 시모샤를 잇는 길엔 옛 나카센도 29번째 슈쿠바(宿場, 역참)이자 고슈가도의 종점

시모스와슈쿠(下諏訪宿) 옛 마을이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와 곳곳에서 솟아나오는 온천수..

스와의 온천마을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어느 신사 앞에서 용출되고 있던 온천수.

음용수는 아닐텐데, 마을 사람들은 저 물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스와대사 시모샤 하루미야(下社春宮) 토리이

 

정말 확실하게, 이미 천좌제를 치러 아키미야 쪽으로 신이 옮겨갔기 떄문일지, 아키미야보다 적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카구라전

인연의 삼나무

츠츠가유전

풍신록 스펠카드들의 모티브가 된 건물들을 하나하나 프레임에 담으며 천천히 신사를 돌아보았다.

 

시모스와역전 온바시라

다시 시모스와역으로. 이날도 지금 생각해보니 퍽 많이 걸어다녔다.

시모스와역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저 온바시라는 스와의 자긍심이자 표상이지 않을까.

 

JR 츄오토선 상행 보통열차

 

앞자리쪽에 앉아 찍어본 전면사진.

철덕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철도는 좋아한다. 레트로적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좋다. 버스 vs 기차 하면 기차를 택한다. 

 

카미스와역으로 돌아와 타테이시 공원행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죽인다.

가만 보니 진짜 코스 기가 막히게 잘 짠 것 같다. 카미스와역을 기점으로 삼았을 때, 완전 모범적인 스와 순례 코스

 

연인 한두 커플과 혼자 여행온 듯한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리며 스와호를 바라보던 타테이시 공원

나처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던 사람이 있어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치바에서 친척집에 왔다가 혼자서 스와호를 보려고 들렀다던 대학생.

오사카에서 여행온 유학생이라고 하니 신기해했다. 스와호가 한국에서도 유명해요? 라고.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 '너의 이름은' 속 이토모리 호수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스와호.

동방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나..?

 

어쨌든 그렇게 시시각각 변해가는 스와호를 내려다보며 시간을 죽였다.

풍신록 6면 배경이자, 스와 신앙의 원천이자, 스와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이름난 명승지.

 

여유롭게 야경을 즐기다보니 절로 술 생각이 났다.

술을 마셔야겠다는 일념으로 하산..ㅋㅋㅋ

 

그 뒤론 대충 역 근처 이자카야에 들어가 마시고 호텔로 돌아가 뻗어 잤다.

 

그리고 그 다다음날, 아베 총리의 사임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보며 여러 의미로 충격을 받고(...)

 

스와호로 향했다.

 

평화로운 스와호 수변공원. 저 멀리 토리이가 있는 하츠시마도 보인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물새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긴 했지만...

 

오리는 알겠는데 저 새는 가마우지던가..?

 

스와호 간헐천 센터

이날 난생 처음으로 간헐천을 봤다.

쇼와시대까지는 60m까지 솟구쳤다는데, 안전을 문제로 지금은 수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동방의 간헐천 지하 센터는 괜히 나온게 아니다..!

 

 

언제 또 다시 스와에 갈지 모르겠지만, 내가 동방을 좋아하는 한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동방 성지순례의 원점이자 정점, 신주님이 사랑하신 신앙. 스와는 언제나 즐거운 순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