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미네 신사를 나와 바로 오른쪽에 있는 오르막길을 한참 오른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풍광도 좋은데 물 사오는걸 깜빡해서 고생함.. 길도 미끄럽고

 

왼쪽으로 나있는 길이 샛길이다.

 

중간에 성지로 향하는 샛길이 눈에 완전히 파묻혀있어서 한참 밖으로 우회해야했다.

겨울 나가노 여행은 정말 아이젠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괜히 눈의 도시가 아니다.

 


아메후리노미야 미네카타 스와신사 (雨降宮嶺方諏訪神社)

하쿠바촌 미네카타

 

드문드문 집들이 보이고, 토리이가 나타난다.

 

그렇게 1시간정도 산길을 오르면 성지에 도착한다.


버스편도 없고 택시를 타거나 차를 렌트하지 않는 이상 걸어올 수밖에 없음

택시타면 역에서 한 10만원 나올듯

 

아메후리노미야 토리이와 석표

 

 

토리이 옆 돌기둥에 '아메후리노미야'라는 신사의 이름이 제대로 쓰여있다.

 

아메후리노미야 미네카타 스와신사라는 기나긴 이름이지만

아메후리노미야가 진짜 이름이고, 미네카타(嶺方)는 마을 이름, 스와 신사는 스와묘진을 모시는 신사임을 뜻한다.

 

http://theylivewesleep.blog.fc2.com/blog-entry-41.html

 

준은 이치진샤에서 발행한 잡지 キャラ☆メル과의 풍신록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나가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옛날부터 스와 신화에 대해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제가 살았던 집 바로 앞에 스와신사가 있었는데, 저희 가족들은 그 스와신사 - 정말 작은 무인 신사인데 -
그 신사에서 축제를 하면 꼭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한다고 했어요.
그렇게 저는 스와의 신은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었죠.

 

 

https://teamhourai.tistory.com/154

2007년 히토츠바시대학 축제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풍신록의 무대에 대한 대담 중

 

 

하지만, 스와 신사는 일본 안에서도 유달리 분사가 많아요. 가장 많은건 이나리님 (이나리 신사)지만, 스와 신사도 전국에 엄청나게 많죠.

찾아보면 여기저기 있기 때문에, 시험삼아 가 보는 것도 좋아요. 뭐, 모시면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같은 날은 가지 않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지만요 (웃음)

 

 

라고 비가 내리는 스와 신사에 대해 발언한 바 있다.

 

경내 모습. 엄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하쿠바에는 스와신사가 총 세 곳 있는데, 각각 「안개 霧」「비 雨」「서리 霜」+「내리는 곳 降宮」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안개, 비, 서리는 물의 세 형태인 기체 액체 고체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매우 과학적이고 흥미로운 네이밍이다.

 

본전 모습

 

 

아메후리노미야에 전해지는 문서에 따르면, 요로(養老, 717년 ~ 727년) 연간에 가뭄이 들어 여기서 기우제를 지냈고

실제로 비가 오자 신사를 세우고 비가 내리는 곳이라는 뜻인 '아메후리노미야'라 불렀다고 한다.

 

하쿠바의 '비 내리는 스와신사' 근처에 살았다는 ZUN은 아메후리노미야 근처에 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쿠레이 신사 MMD 모델 mk2

 

 

완전 똑같이 생겼다

 

 

그러한 이유로 하쿠레이 신사 MMD 모델은 해당 신사의 모습을 참고했다고 한다.

신주 ZUN이 유년기부터 오갔을 신사, 환상향을 만들어낸 원풍경이지 않을까?

 

이런걸 보고 느끼는 맛으로 성지순례를 다닌다.

 

 

다시 눈길을 헤치며 하쿠바 도심지로 향한다. 중간에 히메카와를 몇 번 건넌다.

 

 

 

하쿠바는 20여년 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방문 당시 평창 올림픽 기간이라 외국인 관광객도 아주 많았다.

평창도 잘 관리해서 나중엔 세계적인 스키장이 되면 좋겠는데 잘 될런지

 

평창 올림픽 일본 선수단을 응원하는 현수막

 

 

하쿠바 버스터미널

 

선수촌 건물과 민박촌 등 관광지 구역을 지나야 성지가 나온다. 구경거리가 많아 눈이 즐겁다.

여유만 있었으면 스키도 탔을텐데... 나중에 스키여행 + 성지순례를 즐기러 다시 오고싶다.

 


시모후리노미야 호소노 스와신사 (霜降宮細野諏訪神社)

하쿠바촌 호소노

 

스키복과 토리이

 

하쿠바에서 가장 큰 스키장인 핫포 스키장 바로 앞에 서 있는 스와신사다.

정말 관광구역 한가운데에 서있어서 스키어들도 많이 오간다.

 

토리이 옆의 돌기둥엔 신사의 이름이 없고 '현사 스와신사'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

 

 

참배길

 

시모후리노미야는 서리가 내리는 신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토리이를 지나고 100m 가량 참배길을 걸어가야 본전이 나오는데

늙은 가지를 늘어뜨린 거목과 눈길이 어우러져 자못 신비한 분위기였다.

 

토리이 글씨
현판. 스와신사라고만 쓰여있다. '모리야 미사치 씀 守矢真幸 書'라는 종서가 눈에 띈다.

 

신사 본전의 현판이나 토리이의 글씨는 77대 스와대사 신장관인 모리야 미사치 씨가 직접 쓴 것으로, 격식을 느끼게 한다.
이는 하쿠바의 다른 신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차별점을 가진다.

 

 

본전으로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은 완전히 꽁꽁 얼어서 출입금지였다.

자세한 설명은 마지막 성지에서 함께 묶어서 하겠음

 


키리후리노미야 키리쿠보 스와신사 (霧降宮切久保諏訪神社)

하쿠바촌 키리쿠보

 

 

관광구역을 빠져나와 한참 북쪽으로 향한 곳에 있다. 걸어서 약 40분 정도

여기는 외국인보단 차를 끌고 온 일본인들이 묵는 롯지가 많아 보였다.

 

키리후리노미야 토리이와 석표

 

 

이곳에도 안개가 내린다는 뜻인 '키리후리노미야'라는 돌기둥이 세워져있는데,
유독 시모후리노미야에서만 '시모후리노미야'라는 표기를 찾아볼 수 없다.

 

경내 모습

 

아메후리노미야와 키리후리노미야의 석표에는 제대로 이름이 적혀있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인데,
그렇다면 시모후리노미야는 하쿠바촌 내에서도 가장 격이 높은 스와신사이기 때문에 이름을 표기하지 않고 '스와신사'라고만 명기했을 수도 있고
애초에 돌기둥이 세워지고 현판이 쓰인 100여년 전에 시모후리노미야는 '시모후리노미야'라 불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하쿠바의 스와 신사 세 곳이 각각 안개(霧, 키리), 비(雨, 아메), 서리(霜, 시모)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근세의 일이고
본래 하쿠바엔 비와 관련된 스와 신사가 키리와 아메 두 곳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스와신사가 한 곳 있었다고 추정 가능하다.

 

 

그림판으로 정리해본 하쿠바의 스와신사

 

실제로 하쿠바촌에서 펴낸 촌지(白馬の歩み, 하쿠바의 걸음)에 따르면

시모후리노미야의 명칭은 혼란이 있으며, 주로 마을 이름에서 따와 '호소노 스와신사'라고 불리었다는 기록이 많다.

 

 

그러므로 서리를 제외하고

안개(霧, 키리), 비(雨, 아메)를 다루는 스와 신사가 대대로 기우제를 담당하던 스와 신사라 가정해보자.


霧와 雨를 이어붙이면 霧雨, 키리사메라 읽는다.

 

 

마리사의 성은 ZUN의 고향신사 이름에서 따왔다?

 

신사 이름에 자연현상인 안개나 비 따위의 한자가 들어가는 일도 드문 일인데

하쿠바의 스와신사 머릿글자를 따면 '키리사메'가 된다는건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기가 막히다.

 

정확한 사실은 알기 힘들겠지만, 마리사의 성은 여기서 빌려온게 아닐까?

신주님이 어릴적에 뛰놀던 신사가 비내리는 스와신사, 아메후리노미야라고 하니..

 

 

키리후리노미야가 2박3일 성지순례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성지였는데

누가 새전함 위에 삿포로 맥주 한 캔을 봉납해 놓은게 정말 지극히 신주님 고향다워서 사진 찍으면서 한참 웃었다 ㅋㅋㅋㅋㅋ

결국 환상향은 술 한잔 마시면서 다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

 

 

여튼 그렇게 나가노 일대를 3일간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버스타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다.

 

신주 ZUN의 고향이자, 하쿠레이와 키리사메를 간직하고, 스와신앙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공간.

나가노는 동방 성지순례의 원점이자 정점, 환상향의 무대이자 원풍경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는 방법

JR 오오이토선 카미시로역, 이이모리역, 하쿠바역, 시나노모리우에역 등 하차

도보 or 커뮤니티 버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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