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로 가는 길, 멀리 토모가시마가 보인다

아와시마 신사는 와카야마의 서쪽 끝, 카다(加太)라는 작은 어촌에 위치해있다.

와카야마까지 왔으니 바다를 보자고 생각해 향한 곳이었는데, 해안도로가 잘 정비되어있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아와시마 신사 위치
확대도

 

카다는 기이수로로 튀어나온 곶으로, 오사카만으로의 진입을 막는 요충지와 해상교통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카다와 아와지시마 사이에 떠있는 무인도 토모가시마(友ヶ島)에도 그 지정학적 위치상 다양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일본에서 활약한 임진왜란 포로 2세 유학자, 이매계(李梅渓)의 족적이 남아있는 곳으로도 익히 알려져있다. 

이후 태평양전쟁기에는 오사카 방어를 위한 요새가 세워져 일반인이 전부 퇴거당하는 등, 질곡의 역사를 안은 섬이다.

 

카다 어항 모습

토모가시마와 아와시마 신사는 고대로부터 사서에 기록된다.

 

일본사기에 따르면, 삼한정벌을 마치고 돌아오던 진구 황후가 세토내해에서 폭풍을 만나 표류해 하늘에 기도를 올리자, 하늘에서 오오쿠니누시와 스쿠나히코나가 "곡물 한 가마니를 바다에 던지고 그를 따라 운항하라"라는 계시를 내리고, 계시를 따라갔더니 토모가시마에 무사히 닿아 보물들을 섬에서 봉헌했다는 신화가 남아있다.

 

이후 진구 황후의 손자 닌토쿠 천황이 토모가시마에 사냥을 왔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섬은 협소해 신의 은덕을 찬양하기 어려우므로, 사당을 섬 반대편 곶 카다로 옮기고 신사를 세운 것이 아와시마 신사의 건립 내력이라고 한다.

 

신사 초입 상점거리, 주말이라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이후 아와시마 신사는 전술한대로 스쿠나히코나를 모시는 신사로 번성했다.

스쿠나히코나는 신묘마루의 모티브가 된 신이다.

 

토리이

이 스쿠나히코나는 메이지유신 신불분리령에 따라 아와시마신(淡島神)이라는 민간신이 이름을 바꾼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일단은 신사 홈페이지의 해설을 따른다.

 

경내 모습

스쿠나히코나는 의학과 항해의 신으로, 불임과 부인병을 낫게 하는 효험이 있다고 해, 아와시마 신앙도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아와시마 신사는 일본 전역에 총 1000여 곳이 있으며, 카다의 아와시마 신사는 당연히 그 신사들의 총본산이다.

 

부인병을 낫게 해준다는 오랜 전승 때문일까, 다른 신사들보다 유독 여성 참배객의 비율이 높아보였다.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자녀 계획과 관련된 기도를 드리러 온게 아니었을까.

 

봉납된 수많은 히나인형들

자녀, 여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까?

아와시마 신사는 일본 최대의 '히나나가시 雛流し'가 열리는 신사로도 유명하다.

 

히나마츠리

히나나가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히나마츠리 雛祭り'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일본의 전통 행사 중 하나인 히나마츠리는 부모가 딸의 건강과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는 축제일이다.

3월 3일이 되면 어린 딸이 있는 가정에서는 계단과 같은 제단에 붉은 천을 깔고 히나 인형(雛人形)이라는 사람 모형과 복숭아꽃대를 집안에 장식한다. 

삼짇날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인형들은 전부 치워버리는데, 늦게 치우면 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히나 인형은 신령들이 깃드는 인형(形代)으로, 딸에게 닥쳐올 재난이나 병과 같은 재액들을 히나 인형에 옮기는 것이 히나마츠리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딸의 재액이 담긴 인형은 이후 배에 태워 신의 나라로 돌아가라며 강이나 바다에 띄워보내는데, 이를 히나나가시라 한다.

 

이 히나나가시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신사가 바로 아와시마 신사다.

히나마츠리가 끝나면 전국에서 아와시마 신사에 히나 인형을 봉납하고, 신사는 인형을 경내에 1년간 장식해둔다.

 

2020년 히나나가시, 토모가시마가 보인다

그 뒤 내년 히나마츠리날이 찾아오면, 신사에선 히나나가시를 행해 히나 인형과 재액을 바다로 떠나보낸다.

 

아와시마 신사는 히나마츠리가 3월 3일이 된 유래를

토모가시마에서 카다로 천궁을 한 날짜가 닌토쿠 5년 3월 3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히나 ヒナ'의 어원은 제신 '스쿠나히코나 スクナヒコナ'가 간략화된 것이라고도 해석한다.

 

이러니저러니 히나마츠리, 히나나가시와 떼어놓을 수 없는 신사다.

 

그렇게, 아와시마 신사는 천 년이 넘는 세월을 히나 인형과 함께 보내왔다.

 

신사에서 경내에 장식하고 있는 인형들만 해도 2만 개가 넘으며, 따로 소장하다 흘러보내는 인형까지 합치면 수십만은 된다는 말이 있다.

재액을 담은 인형들은 그렇게 묵묵히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며, 내년 3월 3일을 묵묵히 기다린다.

 

카기야마 히나

흘러간 히나 인형을 수집하는 가련한 액신, 카기야마 히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히나의 발상지이자 최대 성지, 히나 신앙이 만들어지고 또 바다로 떠내려가는 신사.

 

액신이라는 신분 때문에 타인의 접근을 꺼리지만 누구보다도 따스한 소망을 담은, 히나의 속성을 엿보기에 좋은 곳이다.

 

 

최근 들어서는 히나 인형이 아닌 다른 인형들에 간소하게 재액을 옮기는 일도 많아져

각양각색의 인형들이 공양되어 모여드는 신사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와카야마의 이색적인 신사, 아와시마 신사에서 히나를 되짚어보는건 어떨까?

 

 

 

주소

和歌山県和歌山市加太118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카다118

 

가는 방법

난카이 전기철도 카다역 하차, 도보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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