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토리 사구

방학을 맞이했지만 코로나때문에 귀성도 못하고 집근처에서 술이나 마셔대던 나.

이대로 여름을 보낼순 없다는 생각에 청춘18티켓을 지르고 아무데나 되는대로 떠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 두번째 여행지로 얻어걸린게 돗토리.

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총리가 마지막으로 주고간 선물.. 고 투 트래블 캠페인 덕분에 호텔값이 너무 저렴했었다.

조식 포함 1박에 2700엔 ㄷㄷ 교통비가 공짜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7시간동안 완행열차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사구로 향했다. 돗토리 하면 사구, 사구 하면 돗토리.

대만족이었다. 사구만 봐도 이렇게 감동적인데 진짜 사막은 어떨까..

 

하지만 이 글은 여행기가 아니라 순례기니 바로 동방 성지순례기로 넘어가보겠다.

그래도 돗토리 사구 꼭 가보세요 후회 안함 ㄹㅇ..

 

오전 7시의 돗토리역. 현청 소재지의 역 치고는 아담하고 그렇게 분주하지도 않다. 애초에 노선도 단 2개뿐.

역시 일본 최소인구 도도부현답다. 그 점이 맘에 든다.

 

순례지로 향하는 기차를 집어탔는데 2량짜리 기차에 정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

사람이 없긴 없나보다.

 

스에츠네역과 전동차

그렇게 아무도 없는 기차를 뒤로하고 스에츠네역(末恒駅)에서 내린다. 개찰구조차 없는 작은 무인역이다.

 

순례지로 향하는 길.. 정말 민가 몇 채만 드문드문 보이는 한적한 곳이다.

 

신화의 땅 하쿠토 해안까지 1km!

 

돗토리현 하쿠토 마을에 도착했다. 아예 토끼를 세일즈포인트로 잡은 모양이다.

하쿠토는 한자로 백토(白兎), 흰토끼라는 뜻이다.

 

신사 입구부터 반겨주는 이나바의 흰토끼와 오오쿠니누시(大国主)

이나바는 돗토리 지방의 옛 지명이다.

 

입구 안내판에 친절히 한국어 안내도 있다.

 

 

이곳은 이나바의 흰토끼 전설의 무대이자, 테위를 신으로 모시는 돗토리 하쿠토 신사(白兎神社)다.

 

설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 옛날에 오키섬(隠岐)에 사는 토끼 한 마리가 이나바(因幡. 현재의 돗토리)에 가고자 했다.

바다를 건너고자 한 토끼는 꾀를 부려

물 속의 상어들에게 "상어랑 토끼 중 누가 더 많은지 비교해보자"고 하여 상어들을 뭍까지 일렬로 서 있게 한 뒤 상어를 발판삼아 뛰어 건너갔다.

 

토끼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거의 다 건너갔을 즈음 "너희들은 속았다"고 말하고, 맨 끝에 있던 상어는 크게 화를 내며 토끼의 털을 전부 다 뽑아버렸다.

너무 아파 모래사장에서 울고 있던 토끼를, 마침 아름다운 공주를 찾으러 청혼하러 가던 오오쿠니누시와 형제 신들이 보게 된다.

 

형제 신들은 이야기를 듣고 토끼에게 "바닷물로 상처를 닦고 높은 곳에서 바람을 맞으면 된다"고 하여 그리 하자, 더더욱 아플 뿐이었다.

오오쿠니누시는 형들이 떠넘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느라 토끼를 늦게 보았는데, 사정을 듣고 꽃가루를 건네주며
"연못으로 가 몸을 씻고 꽃가루 위에서 뒹굴면 나을 것이다"고 하여

 

그리 하자 정말로 몸이 씻은듯이 나아 토끼는

"형제들은 그 공주님과 결혼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결혼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축복의 말을 하였다.

이후 토끼는 행운을 가져다주며 인연을 맺어주는 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나바의 흰토끼, 우리의 테위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 답게 경내 곳곳에 토끼 조각상이 서있었다.

 

테미즈야에도 입을 굳게 다문 살찐 토끼의 조각상이..

 

경내에는 진짜 부들이 자라고 있었다.

오오쿠니누시가 토끼에게 알려주었던 피부약.

 

차부「오오나무치님의 약」

테위의 문화첩 스펠카드 중 차부「오오나무치님의 약」이 있는데,

이는 가죽이 벗겨져 괴로워하던 테위에게 오오쿠니누시가 건네준 꽃가루를 뜻한다.

 

미타라시이케

마찬가지로 토끼가 몸을 씻었던 연못.

 

신사 일대 숲은 고대의 해안가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신사지만, 이나바의 흰토끼는 인연을 맺어주는데 효험이 있다고 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본전 모습, 아직 문이 굳게 닫혀있다.

 

아침일찍 도착해서 아무도 없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신직(주지)이 나와 본전 문을 열었다.

내부에도 앙증맞은 토끼 문양들이 보인다.

 

아쉽게도 테위가 그려져있는 이타에마는 없었다

걸려있는 에마들을 보니 대부분 지역주민들이던데, 코로나때문에 성지순례객이 줄어서 그런거같다.

 

작년 순례기만 봐도 테위 그림들이 잔뜩 있던데..

 

신사 계단에서 내려다본 하쿠토 해안

 

테위가 살고있었다는 하쿠토 해안

댓바람부터 나와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오키노시마라고 하는데, 토끼가 처음 표착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토리이도 세워져있다.



 

근처 휴게소(道の駅)에 토끼를 명예 소장이라고 기르고있던데 좀 불쌍해보였다.

 

테위 붐은 오는가..?

 

 

 

 

주소

鳥取県鳥取市白兎603

돗토리현 돗토리시 하쿠토 603

 

가는 방법

산인본선 스에츠네역 하차, 도보 30분

돗토리역에서 출발하는 버스(日ノ丸自動車 鹿野線)가 있다. 소요시간 40분, 시간표를 확인하고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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