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면서 눈치 챈 모티브들이고, 아직 일본 웹에도 제대로된 고찰글 올라온게 없어서 전적으로 개인해석입니다.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토 스즈메 岩戸 鈴芽

 

1. 일본 신화의 아마노이와토 天岩戸 전설

 

신의 나라를 다스리는 아마테라스天照大神가 동생 스사노오의 횡포에 화가 나 아마노이와토라는 동굴에 들어가 나오지 않자 세상이 암흑천지로 변하고 갖은 재앙이 닥쳤다.

신들은 회의 끝에 스사노오를 잡아 가두고, 아메노우즈메天鈿女命에게 아마테라스를 동굴에서 끌어내는 역할을 맡겼다.

아메노우즈메는 동굴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옷섶을 풀어헤치고 음부를 드러내며 춤을 췄는데, 그 광경을 보고 신들이 크게 웃었다.

웃음소리를 기이하게 여긴 아마테라스는 동굴을 막은 바위를 살짝 열어 밖을 내다봤는데, 그 때 아마테라스를 끌어내자 빛이 돌아와 다시금 밝은 세상이 찾아왔다.

 

'신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존재인 아메노우즈메는 일본 신토 속 '무녀의 원형'으로 해석된다.

아마노이와토 전설의 무대(타카치호 高千穂)는 주인공의 자택이 위치한 미야자키에 있다. 관련한 전승과 신응이 지금도 이어져 지역 주민들에게 숭상받는다.

또한 타카치호는 천손강림의 무대로도 꼽힌다.

 

 

2. 스즈메 = 시즈메 

 

'시즈메'란, 진정시키다, 가라앉히다, 잠재우다 등의 새김을 지닌 낱말이다.

주인공 스즈메의 이름은 '시즈메'의 변형으로 채택되었다고 신카이 감독은 팜플렛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진제 地'에 대한 선행지식이 필요하다.

 

지진제란, 커다란 토목공사나 건축공사를 하기 전에 바치는 신토 의식이다.

땅의 신에게 토지 이용의 허가를 받고, 공사의 안전을 기원하며, 주민의 번영을 비는 등의 목적을 띠고 있다.

한국에서 규모가 큰 공사의 시공식을 시작하기 전에 돼지머리 고사를 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요컨대 지진제는, 땅의 신을 '시즈메' 하기 위해 바치는 것이다.

땅을 무단으로 사용해 신이 노하지 않도록 진정시키고, 잠재우고자 한 신앙의 형태 중 하나인 셈이다.


무나타카 소타 宗像草太

 

1. 무나카타 삼여신 宗像三女神

 

큐슈 후쿠오카현 무나카타를 총본산으로 삼는 무나카타 신사에서 모시는 신이다.

아마테라스로부터 태어난 무나카타 삼여신은 온갖 ''을 관장하는 신으로, 항해 안전이나 교통 안전과 관련된 신으로 숭앙받고 있다.

길안내, 도로의 기공식 등과 관련된 신으로 널리 숭상받는 큐슈 지역의 신앙이므로 성씨로 채택한 것일까.
 
2. 다리가 3개뿐인 의자
 
태양신의 사자로 알려진 삼족오, 야타가라스八咫烏의 은유?
길안내의 신으로도 널리 숭상받으므로, 무나카타 신앙과 통하는 구석이 있다. 태양신 아마테라스=스즈메의 모티브와의 연관성도 존재.
 
 
다이진 ダイジン
커다란 권위를 지닌 대신大神. 팜플렛에서 신카이 감독이 직접 밝혔다.
 
사다이진 サダイジン
신사의 문을 수호하는 카도모리노카미門守神 중 하나인 사다이진左大神
 
 
 

카나메이시, 요석 要石

 

 

고대 일본인들은 일본 열도의 지하에 오오나마즈大鯰라는 거대한 메기가 있어

지진은 그 메기가 날뛸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여겼다.

 

오오나마즈가 날뛰어 생기는 지진을 막기위해 타케미카즈치建御雷神라는 신이

메기의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에 거대한 돌을 놓아 잠재웠다는 전승이 있는데

그 돌을 요석, 카나메이시라고 한다.

 

이 설화에서, 메기와 지진을 잠재우는 행위를 일컫는 낱말 또한 스즈메의 이름 모티브인 '시즈메'다.

스즈메가 카나메이시를 다루는 운명을 타고 났음을 암시하고 싶었던 걸까.

메기 오오나마즈는 본 영화에서 약간 변형되어 지렁이(미미즈ミミズ)라 표현되었다.

 
 
 
토코요 常世
 
영원히 바뀌지 않는 세계로, 작중 언급에 따르면 온갖 시간이 함께 존재하는 세계.
일본 신화에서는 사후 세계로 묘사되며, 망자가 향하는 저승=요미黄泉 또한 그곳에 있다고 여겨진다.
 
영화 중반부에서 카나메이시가 되어 토코요에 진입한 소타를 구하기 위한 스즈메의 여정은
일본 신화의 창조 남매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일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설화 속에서, 이자나미는 불의 신을 낳다 화상을 입고 죽어 저승의 세계인 황천으로 떠난다.
이자나기는 이자나미를 그리워해 저승으로 향해 이자나미와 재회하지만, 이자나미는 이미 저승의 음식물을 먹어 현세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였다.
이자나미는 저승의 신과 상담해 돌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하며, 그동안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보면 안 된다며 이자나기에게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기다리던 이자나기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이자나미를 살짝 쳐다봤는데, 시체의 흉측한 몰골을 한 이자나미를 보고 놀라 도망친다.
이자나미는 도망치는 이자나기를 쫓았지만, 이자나기가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커다란 바위로 막아 더 쫓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 뒤, 저승에서 생환한 이자나기가 물가에서 몸을 정화하기 위한 의식을 행하고 있을 때 태어난 것이 바로 아마테라스, 츠쿠요미, 스사노오 삼신이었다.
 
영화 최후반부의 토코요에서 머리를 풀어헤쳐 마치 신화 속 무녀, 또는 여신을 연상케 하던 스즈메의 복장과
장발로 지진을 잠재우는 의식에 임하는 소타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를 곧장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저승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한 스즈메의 여정과 그 결과는 해당 설화의 행복한 결말 버전이 아니었을까.
 
 
우시로도 後戸
 
직역하자면 뒷문, 한국어 한자음으로 읽으면 후호.
예전에 우시로도의 신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어, 그대로 발췌해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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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로도 後戸(후호)」란, 불당의 뒤편에 위치한 출입구로, 본존불의 뒤편에 위치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로 여긴다.
따라서 후호에는 본존불의 호법신이나, 더욱 근본적인 신불이 안치된다.
 
법회 의례 속에서 후호의 신을 모시는 주술은 예능화되었고, 이로 인해 중세 예능 후호의 사루가쿠가 탄생했다.
또한 정월에 사찰에서 행하는 의식인 수정회(修正会)에서는 후호에서 오니가 출연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나카자와 신이치中沢新一의 『정령의 왕 精霊の王』에서 이르길, 숙신이나 후호의 신은 현대 철학에서 다루는 「구성적 권력 構成的権力」과 흡사하다고 하였다.
통상적인 제도나 체계가 꽉 잡혀있는 권력은 제 스스로 활동력을 지니지 않는다. 따라서 질서가 잡힌 세계는 정체해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성적 권력」은 하층, 즉 뒤편으로부터 질서의 세계를 뒤흔들어 변화와 창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후호의 신도 질서・체계의 신의 뒤편에 숨죽이고 있다.
그러다 세계가 정체하여 발전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후호의 신은 제 스스로 격렬히 활동하여 세계를 역동적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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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①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②질서나 체계와 상반된 무질서・무체계의 공간이자 ③세계를 역동적으로 바꾸는 변화와 창조의 힘을 지닌 곳
 
그것을 재난과 폐허, 소멸하는 지역과 그곳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에 결부시킨 것이
작중에 등장하는 문, 그리고 세상을 지키기 위한 문단속이다.

 

 

 

 

 
 

미야자키 宮崎

2016년 지진의 피해를 입은 옆동네 구마모토를 의식했다?

천손강림, 아마노이와토 전설의 무대가 되는 등 일본 신화와 밀접한 지역

 

에히메 愛媛

1905년 / 2001년에 일어난 게이요 지진芸予地震의 피재지?

 

고베 神戸

1995년 5만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낳은 한신 아와지 대지진阪神淡路大震災, 통칭 고베 대지진

 

루미 아주머니가 일하던 술집이 위치한 상점가는 산노미야나 모토마치 인근.

폐유원지의 모델이 된 유원지 '고베 전래동화 나라 神戸おとぎの国'는 지금도 성업중이지만,

아와지시마와 고베를 잇는 간선도로에선 절대 보이지 않는 롯코산 뒤쪽에 있다.

 

 

도쿄 東京

 

 

 

190만명에 이르는 사상자, 1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1923년 관동 대지진関東大震災

동일본 대지진을 제외하면 작중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지진이다. 100년 전 도쿄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요석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지하에 있던 문이 위치한 곳은 우츠노미야의 채석장 오오야 사료관(大谷資料館)이 모델? 오챠노미즈 인근의 지하 배수장? 잘 모르겠다..

 

미야기 宮城

 

 

2만 5천명에 이르는 사상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유발하여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2011년 동일본 대지진(東日本大震災)

 

 

작중 최후반에 등장하는 불타는 도시의 모습은 지진 당시 쓰나미로 항구의 연료탱크가 폭발해 발생한 게센누마気仙沼 대화재를 연상케 한다.

말 그대로 시 전체가 쓰나미에 휩쓸린 뒤, 다시 화마가 온 도시를 덮쳐 잿더미만 남은 게센누마엔 아픔을 교훈삼은 거대 방조제가 서있다.

이 또한 작중에 그대로 묘사되니.. 아마 스즈메의 고향 동네는 게센누마 인근으로 보이기도 한다.

 

 

스즈메가 중간에 내려 이 풍경이 아름답냐고 되묻는 장면의 배경에 그려진 검은색 봉투들은

 

원전 사고로 발생한 후쿠시마의 방사선폐기물이나 오염토를 담은 봉투이다.

 

 

 

 

한편, 피해를 입은 마을을 보여주며 지나가는 '쓰나미로 배가 건물 지붕에 올라간' 사진은 이와테현 오츠치정大槌町에서 찍힌 것이 모티브이다.

그러니 이번 이야기는 게센누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온 도호쿠 지역 사람들의 애환을 담았다고 보는게 타당할 듯하다.

 

불타는 도시와 거대 방조제 - 미야기 게센누마

쓰나미 피해 상황 - 이와테 오츠치

12년이 지나도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뿐인 마을 - 후쿠시마 원전 인근

 

크게 피해를 입은 세 현을 모두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었으니..

 

 

소타가 읊는 축문 (노리토 祝詞)

 

 

 

팜플렛에 실려있다.

 

 

かけまくもかしこき日不見の神よ

카케마쿠모 카시코키 히미즈노 카미요

(숭고하여 감히 입에 담기도 어려운) 히미즈(=두더지, 火水?)의 신이시여

 

遠つ御祖の産土よ

토오츠 미오야노 우부스나요

머나먼 조상들의 땅과 토지신이여

 

久しく拝領つかまつったこの山河

히사시쿠 하이료- 츠카마츳타 코노 야마가와

태곳적부터 물려받은 산하

 

かしこみかしこみ

카시코미 카시코미

송구스럽고 죄스럽나오나

 

謹んでお返し申す

츠츠신데 오카에시모-스

삼가 되돌려드림을 아뢰옵니다

 

 

https://gall.dcinside.com/m/shinkai2022/2708

 

스포) 스즈메의 문단속 키워드 및 모티브 간단정리 - 스즈메의 문단속 마이너 갤러리

2회차까지 달리고 영화에 압도되어서 정신 못 차리고 카페에서 죽치며 친구랑 이야기 나누다 이제 집 들어와서 써봄영화 보면서 눈치 챈 모티브들이고, 아직 일본 웹에도 제대로된 고찰글 올라

gall.dcinside.com

2022.11.13

일본 개봉 직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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