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컹거리는 세상이 나를 집어삼킨다.


  입술에 맞닿은 감촉이 아직 선명하다. 제멋대로 흘러나온 눈물이 밤하늘의 달과 별을 이지러트리고. 나는 고조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숨이 차다.

  씁쓸한 커피 맛. 오래되어 누레진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반가움. 기쁨. 뜻밖에도 나는 머릿속에서 영어로 사랑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익숙한 언어로 내 감정을 또렷하게 전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생각을 한쪽으로 집중시켜 폭주하지 않으려는 심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리의 눈빛과 앙다문 입을 보고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비언어적 표현.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길과 본능에 몸을 맡겼다.











  첫키스는 씁쓸한 커피 맛이 났다! 신체 곳곳을 쓰다듬는 타인의 손길. 처음이라 낯설지만 그나마 렌코라서 다행인걸까? 물음표 무늬로 가득한 피부는, 함께 자주 드나들던 카페 키오스크처럼 민감하게, 렌코의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느낌표로 조금씩 바뀌어갔다. 렌코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연인일까? 친구일까! 친구일까? 연인일까! ? ! ? ! ? ! ? ! ? ! ?…… 느낌표와 물음표의 연쇄가 파도처럼 30분. 어쩌면 1시간쯤. 나는 그 긴 시간동안 연인 연기를 한걸까, 연인이 된 걸까. 터치가 끝난 키오스크 스크린은 초기화되었다. 입력된 자극에 솔직한 기계처럼? 정말로 이대로 괜찮을까? 기나긴 물음표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리고 마침표.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길과 본능에 몸을 맡겼다. 비언어적 표현. 
하지만 메리의 눈빛과 앙다문 입을 보고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어쩌면 생각을 한쪽으로 집중시켜 폭주하지 않으려는 심산이었을 지도 모른다. 
익숙한 언어로 내 감정을 또렷하게 전해주고 싶었다. 
뜻밖에도 나는 머릿속에서 영어로 사랑이 무엇인지를 떠올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기쁨. 반가움. 오래되어 누레진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씁쓸한 커피 맛. 
숨이 차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나는 고조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제멋대로 흘러나온 눈물이 밤하늘의 달과 별을 이지러트리고.
입술에 맞닿은 감촉이 아직 선명한데
물컹거리는 세상이 나를 집어삼킨다!

 

 


엽편소설 대회 출품작

'동방 Project > 자작 팬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후의 상주  (0) 2023.05.06
희곡의 탄생  (0) 2021.03.01
성탄전야  (0) 2020.12.24
자가당착적 수필  (0) 2020.10.25
달과 잔  (1) 2020.09.19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