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신성함을 나타내는 하얀 새이므로 고대로부터 동양에선 공물로 바쳐지거나 신성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신라는 닭을 국조로 여겨 김알지 설화에 흰 닭이 등장하고, 국호를 계림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일본의 유명 민속학자 야나기다 쿠니오(柳田国男)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흰 새를 신성시하는 지방이 있어

그러한 닭에 대한 신앙이 후쿠시마현 주변 지역에서 자주 보이는 '니와타리 신사 ニワタリ神社'를 만들었다고 한다.

닭은 일본어로 니와토리라고 부르며, 니와타리는 니와토리가 변한 것으로 여겨진다.

 

니와타리는 닭을 뜻하며, 어째서 토리가 타리가 되었느냐에 대해서 야나기다는 일본 각지에 있는 '케이소쿠지 鶏足寺'에서 유래한게 아니냐는 설을 내놓았다.

足은 타리라고 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음이 변하여 니와타리가 되었다는 것.

 

야나기다는 일본 각지의 케이소쿠지에 돌에 닭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이 말발굽을 남겼다는 전승과 신앙으로 유명한 마제석(馬蹄石)과 마찬가지로,

신의 동물은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발자국 등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 잦다.

 닭신에 대한 믿음이 일본의 민간 신앙과 습합하여 니와타리 신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귀부「귀도의 시련」 

후쿠시마를 위시로 한 도호쿠 지방에 산재한 니와타리 신사의 특별히 정해진 한자 표기법은 없으며,

庭渡 二渡 荷渡 二羽渡 仁和多利 新渡 海渡 三輪足 鬼渡 見渡 등 다양한 표기 방식이 있다.

 

니와타리 신사는 앞에 일본어에서 존경을 나타내는 접두사인 오(オ)가 붙어 오니와타리 신사라 부르는 일이 잦다.

오니 와타리는 직역하면 오니 나루터로, 지옥에 사는 오니들의 서식지로 가는 출입구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니와타리 신사의 표기법 중에는 鬼渡神社라 하여 오니와타리로 읽을 수 있는 신사도 있다.

 

쿠타카의 스펠카드 중 귀부「귀도의 시련」鬼符「鬼渡の試練」가 있는 것은 오니와타리를 염두에 둔 것 같다.

 

 

 

† 니와타리 신사의 오래된 닭 에마

 

 

쿠타카는 목에 생긴 병을 고치는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에 관한 전승은 야마가타현의 니와타리 신사에 남아있다.

 


야마가타현 시라타카정 니와타리 신사(庭渡神社)의 전승

 

시라타카에서는 자식이 백일해에 걸렸을 때 닭 그림을 신사에 봉납하면 낫는다는 신앙이 있었다.

아이가 병에 걸렸을 때, 닭 그림을 구할 수 없던 아버지가 한밤중에 몰래 신사에 가 닭이 그려져있는 에마(소원을 써서 신사에 봉납하는 그림 액자)를 가져와

아들의 기침이 낫길 빌며 에마에 물을 붓자 병이 씻은듯이 나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 답례로, 새로 만든 에마와 몰래 가져온 에마를 다시 니와타리 신사에 봉납했다고 한다.

 

 

야마가타현 카호쿠정 니와타리 신사(荷渡神社)의 전승

 

카호쿠의 니와타리 신사는 니와타리 관음보살이라고도 불리며, 토리샤비키(백일해를 뜻한다. 원래는 햐쿠니치세키라 읽는다)의 관음보살이라고도 불린다.

이 곳의 사람들은 자식이 백일해에 걸리면 경을 외우며 닭을 그린 그림을 두 개 그려, 하나는 관음보살님께, 하나는 부엌에 거꾸로 붙여 물을 뿌린다.

닭 그림을 전부 적시면 백일해가 전부 낫는다고 한다.


토리샤비키는 백일해의 방언으로, 토리는 새와 어린아이에 관한 신앙에서 온 말이 아닐까 한다.

토리는 일본어로 새를 의미하며, 닭만 칭할 때도 많다.

 

요시나리 나오키의 『미신적 신앙의 코스몰러지 俗信のコスモロジー』에 따르면 어린아이의 죽음을 '새가 날아갔다', '날개가 되었다'고 표현하는 지방이 많다고 한다.

사람의 영혼이 죽은 뒤에 새가 된다는 신앙이 있지만 태어나기 전에도 새였다는 신앙 또한 있어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어린아이는 언제든지 태어나기 전 모습인 새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토리샤비키란, 그렇게 새로 돌아갈 위험성을 지닌 어린아이의 상태를 일컫는 말로 여겨진다.

 

수부「물 뿌리기의 시련」

일본에선 하얀 새를 수신(水神)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었으므로,

닭이 그려진 에마나 그림에 물을 뿌리는 것으로 니와타리신에게 기원해 백일해를 퇴치하는 관습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닭에 물을 뿌린다는 신앙은 쿠타카의 스펠카드 수부「물 뿌리기의 시련」水符「水配りの試練」으로 표현된 것 같다.

 

광부「전망의 극급 시련」

전술했듯 니와타리신을 모시는 신사는 다양한 한자 표기가 존재하는데, 그 중 「見渡(미와타리 / 미와타시)」가 있다.

주로 후쿠시마현이나 미야기현에 점재하는 미와타리 신사는 말 그대로 주변 전망이 좋은 고지대에 세워진 경우가 많다.

 

미야기현 미사토정에 위치한 미와타리 신사는

나라시대의 유명한 무장인 사카노우에노 타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가 에조 토벌을 나섰을 때

이 신사가 위치한 산 위에서 주변을 정찰한 것에서 유래한 유서깊은 신사라고 한다.

 

귀형수 오마케파일에서 쿠타카는 평소엔 요괴의 산 폭포 상류 근처에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살고 있다고 나와있다.

 

이러한 사항은 스펠카드 광부「전망의 시련」 光符「見渡しの試練」 으로 표현된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쿠타카는 지옥으로 향하는 관문을 지키고 있었는가?

니와타리 신을 모시는 니와타리 신사를 오니와타리 신사로 읽는 일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닭을 모티브로 한 쿠타카가 지옥 관문을 지키고 있던 이유는

일본 민간신앙에 닭이 인간을 처벌하는 지옥인 '닭 지옥 鶏地獄'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보, 12세기에 그려진 지옥초지 中 닭 지옥

닭 지옥이 그려진 대표적인 지옥도 작품으로 '지옥초지 地獄草紙'가 있다.

 

헤이안시대 말기 사회가 불안해짐에 따라서 육도(六道) 사상도 크게 유행하였다.

지옥은 생전의 죄업에 따라 이르게 되는 육도 세계의 하나로서 지옥도는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죄인들의 모습을 그린 두루마리 그림이다.

귀족들은 공포의 상징인 지옥을 그려 세상에 만연한 공포나 불안감을 장악하려 한 것이다.

 

지옥초지에는 다양한 지옥이 나타나있으며, 제각기 자신이 지은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그 지옥들 중에 닭 지옥은 생전에 동물을 괴롭힌 자가 가는 곳으로, 거대한 닭이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죄인들을 벌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이 괴롭히는 동물의 대명사로 닭이 꼽혔는가?

그 이유는, 닭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면서도 인간이 달걀을 가져가거나 닭고기를 구워먹는 등

일상적으로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깊은 한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진다.

 

닭 지옥, 복원 뒤 모습

 

따라서 닭신인 쿠타카는 지옥을 지키고 있으며, 귀형수 오마케 파일에서 쿠타카가

'인간의 식량이되어버린 닭의 지위향상을 위해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면 닭 지옥도 어느정도 염두에 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름인 쿠타카는 닭을 뜻하는 일본어 옛말인 '쿠타카케 くたかけ'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이름 고찰


https://chohot-touhou.tistory.com/492?category=797343

 

니와타리 쿠타카의 '쿠타카'에 관하여

이전에 쓴 글에서, 니와타리 쿠타카의 이름 '쿠타카'는 일본어 옛말로 닭을 의미하는 단어인 '쿠타카케 くたかけ'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고 간략히 설명했다. 논문을 읽다가 쿠타카케에 대한

chohot-touhou.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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