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시골집에는 처마밑에 제비가 둥지를 치고 살았다.

제비는 철새인지라 겨울이 다가오면 남쪽 지방으로 이동하고,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돌아왔다.

 

 

제비가 3년 동안 주인집을 잊지 않고 찾아와 둥지를 지으면 둥지 속에 작은 돌멩이를 하나 남기고 간다고 한다.

그 돌멩이를 '반혼석 返魂石'이라 하는데, 그 돌멩이를 난산하는 산모 손에 쥐어주면 순산을 하고

죽은 사람 손에 쥐어주면 떠나갔던 혼이 돌아온다 하여 얻은 이름이다.

 

 

 

반혼이란, 상술했듯이 죽은 사람의 혼을 되살리는 것을 뜻한다.

사이교우지 유유코의 모티브, 사이교우 법사는 죽은 자의 혼을 불러내는 향초인 '반혼향 反魂香'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선집초(撰集抄)라는 설화집에 따르면, 사이교우가 길동무 하나가 필요하다 느껴 사람의 시체를 모아 반혼술을 부려 인조인간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따와,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죽음을 다루는 정도의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사료된다.

아마 반혼접이라는 스펠명도 반혼향에서 따온 듯하다.

 

 

 

 

 

 

다시 제비 이야기로, 제비는 이렇게 주인집의 공을 잊지않고 보답하므로 보은을 할 줄 아는 동물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흥부전을 생각하면 제비의 그런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일본의 옛이야기인 타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에도 제비와 관련된 일화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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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마디 속에서 태어난 '카구야 공주 かぐや姫'가 너무도 아름다워 수많은 남자들이 청혼했지만, 공주는 퇴짜를 놓는다.

결국 다섯 명의 귀족들만이 남자 공주는 그들에게 "내가 말하는 것을 가져오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라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

 

그 요구는 다음과 같다.

 

이시즈쿠리 황자에게는 부처의 밥그릇

쿠라모치 황자에게는 봉래산의 옥가지

아베노 미우시에게는 불쥐의 옷

오오토모노 미유키에게는 용머리의 구슬,

이소노카미노 마로에게는 제비의 자패를 가져오라고 한다.

 

네명이 연달아 모두 실패하고,

이소노카미는 직접 나무에 올라 제비집을 뒤져 무언가를 잡았는데 그대로 떨어져서 반신불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자패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고 손을 펴보았더니 제비 똥만 손바닥에 잔뜩 발라져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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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패가 무엇이길래 제비집 속에 있는 것일까?

자패는 다른 말로 '자안패 子安貝'라고도 한다.

아이를 子 편안히 安 낳을 수 있게 해주는 조개 貝. 즉, 반혼석과 같은 물건이다.

 

옛사람들은 조개가 여자의 중요 신체 부위와 닮았기 때문에 순산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왜 제비가 대체 왜 조개를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옛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옛사람들은 참새나 제비와 같은 새들이 변하여 조개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를 '연작소화 燕雀所化'라고 하는데, 옛말로

 

한로에는 참새가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조개(蛤)가 된다고 하였고 (雀入大水爲蛤)

입동에는 제비가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조개(蜃)가 된다고 하였다. (入大水爲蜃)

 

조개(蜃)가 된 제비가 봄여름 바닷속에서 기운을 토해내면 그 기운이 흡사 '커다란 누각'처럼 보인다고 해서 '신기루蜃氣樓'라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상현상인 신기루를 제비와 조개가 만들어낸 산물로 이해했던 것이다.

 

 

 

 

동방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제비의 자안패와 관련된 이야기는 호라이산 카구야의 스펠카드 난제 "제비의 자안패 -영명선-"으로 등장한다.

하드 난이도 부터는 라이프 스프링이라는 명칭으로 나타나는데, 말 그대로 생명의 샘물인 자안패를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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