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류가와의 어느 다리에서 찍은 강변 모습

후지사마사를 뒤로하고 텐류가와 강가를 따라 스와호로 향한다.

 

스와호는 일본에서 23번째로 큰 호수로,

해발 759m 고지에 위치해 특이한 분지 지형을 만들어냈다.

 

타테이시 공원에서 바라본 스와호의 모습

 

영화 '너의 이름은' 속 이토모리 호수의 모습

원래 스와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호수였지만,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작중에 등장하는 마을과 호수가 스와호에서 따온 것이라는 기정 사실의 입소문이 돌며

2016년 개봉 직후 여행지로 각광을 받으며 '성지순례'라는 단어가 당년 유행어 대상을 받기까지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나가노현 출신, 역시 스와호에서 따온게 맞지 않을까? 

 

STAGE 6 아아, 바람의 신이시여 신성한 호수의 땅에
6면 카나코전 돌입 직전 등장하는 호수

이렇듯 스와호는 스와지방의 랜드마크이자, 스와 신화의 주된 신앙처이기도 하다.

풍신록에서도 카나코전인 6면의 제목이나 배경에 나타나는 호수로 이를 엿볼 수 있다.

 

스와호 수변공원 산책로

그 스와호도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지속되면 꽁꽁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호수의 모습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신선한 광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빙판이 깨지면 당장 빠질테니 걱정이 되어 올라가보길 주저하고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은 이미 호수에 올라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그걸 보고 안심해 올라가보았는데, 빙판에서도 눈이 덮여있는 곳은 미끄럽지도 않아 태연히 걸어다닐 수 있었다.

 

호숫가에 얼음이 깨져 물이 드러나있는 구역이 하나 있었는데,

온갖 겨울 물새가 거기에 모여 물을 마시며 쉬고 있었다.

 

저 많은 새들이 내는 울음소리...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따로없었다. 영상을 찍지 않은게 너무 아쉽다.

 

정박해있는 나룻배들
어느 배 한척은 호수 가운데에 오도가도 못하고 묶여있었다

그렇게 얼어붙은 스와호가 자아내는 여러가지 표정을 감상하며 천천히 수변공원을 걸어갔다.

아직 이른 아침, 느긋했다.

 

그렇게 걸어가다 드디어 목격하게 된 사진사 무리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 스와호를 찾아온 진짜 목적, 오미와타리를 필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오미와타리

스와호가 얼어붙은 뒤에도 계속 한파가 들이닥치면, 팽창효과로 인해 얼음이 갈라져 호수에 균열이 생긴다.

이 현상을 御神渡り라 쓰고 오미와타리라 읽는데, 직역하면 '신이 건너가다'라는 뜻이다.

 

스와호가 위치한 스와에는 스와 대사라는 아주 유명한 신사가 있는데


이 스와 대사는 호수 북편에 시모사(下社) 하루미야(春宮)와 아키미야(秋宮)가,
호수 남편에 카미사(上社) 혼미야(本宮)와 마에미야(前宮)으로 나뉘어 4곳의 신사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이 오미와타리를 일본에선
스와호 남단에 위치한 카미사에 모셔져있는 타케미나카타(建御名方)가 얼어붙은 스와호 위를 걸어가 
북단 시모사에 모셔져 있는 부인 아샤카토메(八坂刀売)신을 만나러 간 발자국, 흔적이라고 여긴다.


타케미나카타와 야사카토메는 스와묘진(諏訪明神)으로 동일시되기도 하는 신으로

둘 다 풍신록 6면보스 야사카 카나코의 모티브이다.

(야사카 카나코의 '야사카'는 야사카토메에서, 주된 스토리는 타케미나카타에서 따왔다고 사료된다)

 

배관식 모습

오미와타리가 관측되면 야츠루기 신사(八剱神社)의 신관에 의해 오미와타리 의식(拝観式)이 열리는데,

의식에서는 감사의 제를 올린 뒤 호수의 균열이 생긴 모양 등을 보고 기록하여 농작물의 풍작 등을 점친다.

 

그 뒤 신사에서는 관측한 기록을 기상청과 궁내청(일본 황실)에 보고하는데
1397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오미와타리의 기록이 빠짐없이 남아있어, 기상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미와타리는 절대로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헤이세이 30년간 9번밖에 관측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미와타리의 출현율이 점점 낮아져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한다.

 

아침 9시부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몰려들었다

특히 내가 배관하고 온 2018년의 오미와타리는 5년만에 일어난 것으로

스와대사 측에서 올해 오미와타리가 관측되었다고 선언한 순간 전국에서 순례객이 몰려들어 스와지방의 숙소가 동났다고 한다.

 

정말 우연히 해당 날짜에 여행갈 생각을 하고 숙소를 미리 잡아 오미와타리를 보고 온 나는 엄청난 행운아였던 것이다.

 

하여튼 정말로 신비로운 풍경이다.

호수 남쪽에 사는 신이 북쪽에 사는 배필을 만나러 얼음 위를 걸어간 흔적이라니..

너무 낭만적이다

 

2018년 오미와타리 모습

오미와타리에도 종류가 있어, 처음으로 생기는 남북 방향의 오미와타리는 이치노오미와타리(一之御渡り)
이치노오미와타리가 생기고 나서 며칠 뒤 남북 방향으로 생기는 오미와타리는 니노오미와타리(二之御渡り)라 부르며,
그 둘과 다르게 동쪽에서부터 생겨 다른 오미와타리들과 교차하기도 하는 오미와타리는 사쿠노오미와타리(佐久之御渡り)라고 한다.

위 사진들속의 오미와타리는 호수 북쪽에서 바라본 이치노오미와타리의 모습이며

니노오미와타리는 출입이 금지된 선착장 근처에 생겨서 아쉽게도 볼 수 없었고

사쿠노오미와타리는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사진 왼편으로부터 나있는 균열이 사쿠노오미와타리이다
아침 7시, 사쿠노오미와타리 앞. 정말 이른 아침부터 사진사분들이 나와계셨다

2일차 아침에 본 사쿠노오미와타리의 모습

니노오미와타리를 못 보고 온게 정말로 아쉽다

 

신부「신이 걸어간 오미와타리」
몽도「오미와타리 크로스」, 사쿠노오미와타리를 형상화했다

동방에서 오미와타리는 당연히 카나코의 스펠카드로 쓰였다.

 

개인적인 망상일 수도 있지만, 스와코를 지키기 위해 뛰어나온 풍익스 중보 카나코가

「신이 걸어간 오미와타리」나 「삼나무로 맺힌 오랜 인연」 등등 사랑이나 인연을 주제로 한 스펠카드를 꺼내는 걸 보고 백합 요소가 가득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

스와코 애껴요

 

2018년 이후로 2년째 오미와타리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음 오미와타리는 언제쯤 나타날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가보고싶은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가는 방법

JR 츄오 본선 오카야역 / 시모스와역 / 카미스와역 하차 후 도보

 

 

 

스와대사 시모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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