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뒷골목에서 누에 성지 찾기

교토 최대의 번화가인 카라스마의 뒷골목

술집이나 카페, 가정집이 늘어서있는 서민들의 거리에 진좌해 있는 동방 성지가 있다.

망년회가 있어 교토에 들렀다 약속 장소 코앞에 있길래 미리 도착해 잠시 들러보았다.

연립주택 사이의 비좁은 틈새에 조용히 자리잡은 신메이 신사(神明神社)

교토는 유명 관광지인지라 한국어 안내가 병기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간편하다.

백인일수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후지와라노 타다미치의 저택 터에 세워진 이 신사는, 누에 퇴치 때 사용된 화살촉을 봉안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에 이 신사는 액땜, 화재 예방의 신으로 널리 숭상받았다고.

메이지시대 이래 마을 공동체에서 합심해 관리중이라는 신메이 신사

관리소 겸 창고로 쓰임직한 건물 외벽에는 누에와 관련된 기사와 그림이 붙어있었다.

일본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벽자인 '누에 鵺'를 읽는 방법까지 달아 친절하게 써두었다.

종이가 꽤 오래되어 보이는데 벌써 몇십년째 이 신사에 달려있었을지도..

비슷한 맥락으로, 교토 신문에 연재된 만화 '교토 요괴 이야기'에 등장한 누에도 스크랩해 붙여뒀다.

코노에 천황 재위기(1141~1155), 교토 궁궐의 상공에 나타나 '효- 효-'하는 기분나쁜 목소리로 울어댔다는 요괴 누에
여러가지 전승이 있지만, 머리는 원숭이, 꼬리는 뱀, 팔다리는 호랑이와 닮았다는게 기본적인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미나모토노 요리마사는 누에 퇴치 명령을 받고 신메이 신사에 기도를 드린 뒤, 화살을 명중시켜 누에를 쓰러트렸다고.

이외에도 누에 퇴치와 관련된 성지는 교토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에 산재해있어, 누에가 당대의 대요괴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노가쿠를 정립한 제아미 또한 누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남겼다.

제아미는 하타노 카와카츠의 후손임을 자처했으니, 오키나와 누에가 연결되기도 하는 대목

배전 내부에는 누에 퇴치와 관련된 다양한 편액이 걸려 있었다.

누에 퇴치 당시에 사용되었다는 화살촉

지금도 9월 2일 예대제때 공개된다고 한다.

겐잔미 요리마사공 누에 퇴치 그림

겐잔미 요리마사의 누에 퇴치는 성련선 호쥬 누에의 최종스펠, 한궁 「겐잔미 요리마사의 활」의 모티브로 활용되었다.

누구에게 직접 해를 끼치지도 않고 울어댔다는 이유로 화살에 맞아 퇴치당한게 얼마나 한스러웠을지.

누에 퇴치와 관련된 일대기를 적어둔 쇼와 47년의 연기(縁起)

신사 외벽에는 아마도 마을 주민들의 이름을 적은듯한 명판이 있었다.

메이지시대 이래 마을 사람들이 신사를 관리중이라는데, 아마도 이 달의 관리인 비슷한 명패 아닐까?

우연찮게도 신사 옆에는 '쿠레나이 안 KURENAI-AN'이라는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있기도. 이름이 동방스럽다.

번화가의 뒷골목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자그마한 동방 성지

교토 여행 때 누에를 생각하며 가볍게 들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메이 신사

주소

京都府京都市下京区神明町

교토부 교토시 카미쿄구 신메이쵸

가는 방법

한큐전철 카라스마역 or 교토시영지하철 시죠역 하차, 도보 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