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카코레 2022 가을 TOP100 부문 1위를 화려하게 차지한 악곡, '열이상 熱異常'

들으면서 든 생각들을 정리할 겸, 한 대목 한 대목 짚어가며 가볍게 정리해본다.

우선 가사를 먼저 확인해보자.

 

 

「死んだ変数で繰り返す
신다 헨스데 쿠리카에스
「죽은 변수로 되풀이 해

数え事が孕んだ熱
카조에고토가 하란다 네츠
헤아릴 것이 품은 열

どこに送るあてもなく
도코니 오쿠루 아테모나쿠
어디로 보낼 정처조차 없는

あわれな独り言を記している
아와레나 히토리고토오 시루시테이루
가여운 혼잣말을 기록하고 있어


電撃と見紛うような
덴게키토 미마가우요오나
전격으로 착각할 것 같은

恐怖が血管の中に混ざる
쿄후가 켓칸노 나카니 마자루
공포가 혈관 속에 섞여

微粒子の濃い煙の向こうに
비류시가 코이 케무리노 무코오니
미립자가 짙은 연기 너머에

黒い鎖鎌がついてきている
쿠로이 쿠사리가마가 츠이테키테이루
검은 사슬낫이 따라오고 있어

消去しても x8
쇼코시테모 x8
소거해도 x8

無くならないの
나쿠나라나이노
사라지지 않아


とうに潰れていた喉
토우니 츠부레테이타 노도
진작에 망가져 있던 목구멍

叫んだ音は既に列を成さないで
사켄다 오토와 스데니 레츠오 나사나이데
외친 소리는 이미 줄짓지 못하고

安楽椅子の上
안라쿠이스노 우에
안락의자 위에서

腐りきった三日月が笑っている
쿠사리킷타 미카즈키가 와랏테이루
썩어 문드러진 초승달이 웃고 있어

もう
모오
이미

すぐそこまで x8
스구 소코마데 x8
바로 코앞까지

なにかが来ている
나니카가 키테이루
무언가가 다가와 있어


大声で泣いた後
오오고에데 나이타 아토
크게 울음을 터트린 뒤

救いの旗に火を放つ人々と
스쿠이노 하타니 히오 하나츠 히토비토토
구원의 깃발에 불을 댕기는 사람들과

コレクションにキスをして
코레쿠숀니 키스오시테
콜렉션에 키스를 하고

甘んじて棺桶に籠る骸骨が
아만지테 칸오케니 코모루 가이코츠가
가진 것에 안주하고 관에 들어간 해골이

また
마타
다시

どうかしてる x8
도우카시테루 x8
제정신이 아니야

そう囁いた
소우 사사야이타
그렇게 중얼거렸어


未来永劫 誰もが
미라이에이고 다레모가
미래영겁, 누구나

救われる理想郷があったなら
스쿠와레루 리소쿄가 앗타나라
구원받을 수 있는 이상향이 있다면

そう口を揃えた大人たちが
소오 쿠치오 소로에타 오토나타치가
그리 입을 모은 어른들이

乗りこんだ舟は爆ぜた
노리콘다 후네와 하제타
올라탄 방주는 폭발하였고


黒い星が x8
쿠로이 호시가 x8
검은 별이 x8

彼らを見ている
카레라오 미테이루
그들을 보고 있어


哭いた閃光が目に刺さる
나이타 센코가 메니 사사루
통곡하는 섬광이 눈을 찔러와

お別れの鐘が鳴る
오와카레노 카네가 나루
작별을 고하는 종이 울리고

神が成した歴史の
카미가 나시타 레키시노
신이 이룩한 역사를

結ぶ答えは砂の味がする
무스부 코타에와 스나노 아지가 스루
맺는 대답은 모래의 맛이 나

死んだ変数で繰り返す
신다 헨스데 쿠리카에스
죽은 변수로 되풀이 하는

数え事が孕んだ熱
카조에고토가 하란다 네츠
헤아릴 것이 품은 열

誰かの澄んだ瞳の
다레카노 슨다 히토미노
누군가의 맑은 눈망울과

色をした星に問いかけている
이로오시타 호시니 토이카케테이루
닮은 색깔을 띤 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


拾いきれなくなる悲しみは
히로이키레나쿠나루 카나시미와
주워 담을 수 없이 치미는 슬픔은

やがて流れ落ち塩になる
야가테 나가레오치 시오니 나루
이윽고 흘러 떨어져 소금이 되어

祈り
이노리
기도

苦しみ
쿠루시미
고통

同情
도죠
동정

憐れみにさえ
아와레미니사에
연민에조차도

じきに値がつく
지키니 네가 츠쿠
곧바로 가치가 붙어


이마
지금

背を向けても x8
세오 무케테모 x8
등을 돌려도

鮮明に聞こえる悲鳴が
센메이니 키코에루 히메이가
선명히 들리는 비명이


幸福を手放なす手こそ
코후쿠오 테바나스 테코소
행복을 저버리는 손이야말로

美学であると諭す魚が
비가쿠데아루토 하나스 사카나가
미학이라고 설교하는 물고기가

自意識の海を泳ぐ
지이시키노 우미오 오요구
자의식의 바다를 유영해

垂れ流した血の匂いが立ちこめる
타레나가시타 치노 니오이가 타치코메루
방류된 피비린내가 가득 차올랐어

黒い星が x8
쿠로이 호시가 x8
검은 별이

私を見ている
와타시오 미테이루
나를 보고 있어


死んだ変数で繰り返す
신다 헨스데 쿠리카에스
죽은 변수로 되풀이 해

数え事が孕んだ熱
카조에고토가 하란다 네츠
헤아릴 것이 품은 열

どこに送るあてもなく
도코니 오쿠루 아테모나쿠
어디로 보낼 정처조차 없는

あわれな独り言を記している
아와레나 히토리고토오 시루시테이루
가여운 혼잣말을 기록하고 있어


泣いた細胞が海に戻る
나이타 사이보가 우미니 모도루
울음을 터트린 세포가 바다로 회귀해

世迷言がへばりつく
요마이고토가 헤바리츠쿠
공염불이 바싹 달라붙고

燕が描いた軌跡を
츠바메가 에가이타 키세키오
제비가 그린 궤적을

なぞるように灰色の曇が来ている
나조루요오니 하이이로노 쿠모가 키테이루
따라 그리는 듯이 잿빛 구름이 다가와 있어

編んだ名誉で明日を乞う
안다 메이요데 아스오 코우
엮어낸 명예로 다음날을 구걸하는

希望で手が汚れてる
키보오데 테가 요고레테루
희망으로 손이 더럽혀진

あなたの澄んだ瞳の
아나타노 슨다 히토미노
그대의 맑은 눈망울과

色をした星に問いかけている
이로오시타 호시니 토이카케테이루
닮은 색깔을 띈 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


手を取り合い
테오 토리아이
손을 맞잡고

愛し合えたら
아이시아에타라
서로 사랑했다면

ついに叶わなかった夢を殺す
츠이니 카나와나캇타 유메오 코로스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을 죽여

思考の成れ果て
시코노 나레스테
사고의 슬픈 말로

その中枢には熱異常が起こっている
소노 츄-스-니와 네츠이죠가 오콧테이루
그 중추에선 열이상이 일어나고 이어

現実じゃない こんなの x4
겐지츠쟈나이 콘나노 x4
현실이 아니야 이런건 x4

耐えられないの
타에라레나이노
견딜 수 없다고

とうに潰れていた喉
토우니 츠부레테이타 노도
진작에 망가져 있던 목구멍

叫んだ音は既に列を成さないで
사켄다 오토와 스데니 레츠오 나사나이데
외친 소리는 이미 줄짓지 못하고

安楽椅子の上
안라쿠이스노 우에
안락의자 위에서

腐りきった三日月が笑っている
쿠사리킷타 미카즈키가 와랏테이루
썩어 문드러진 초승달이 웃고 있어


もう
모오
이미

すぐそこまで x8
스구 소코마데 x8
바로 코앞까지 x8

なにかが来ている」
나니카가 키테이루
무언가가 다가와 있어」

 

꿈보다 해몽인만큼, 개인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줬으면 한다.

기독교적 모티프 이야기가 여럿 나오는데, 일단 나는 모태신앙으로 성당에 다녀 성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갖추고 있다.

 

 

 

死んだ変数で繰り返す
신다 헨스데 쿠리카에스
「죽은 변수로 되풀이 해

数え事が孕んだ熱
카조에고토가 하란다 네츠
헤아릴 것이 품은 열

どこに送るあてもなく
도코니 오쿠루 아테모나쿠
어디로 보낼 정처조차 없는

あわれな独り言を記している
아와레나 히토리고토오 시루시테이루
가여운 혼잣말을 기록하고 있어

 

변수, 즉 변인이 죽어버린 상황은 엔트로피가 최대치가 된 상황을 일컫는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우주가 팽창함과 함께 엔트로피는 반드시 증가하며, 열이 죽어버려 세계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 가설을 '빅 프리즈 Big Freeze' 또는 열 죽음이라 부르는데, 어려운 설명을 생략하고 간단히 논하자면

'인류와 우주가 반드시 맞이하게 되고 현재의 물리법칙상 거역할 수 없는 종말'이다.

 

 

인류와 컨트롤하며 헤아려야할 우주만물이 품은 열은 점점 낮아져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또는 화자가 그런 상태를 상정하고 있고)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반전시킬 수 없는 인간은 그야말로 우주 그 어디에도 보낼 수 없는 가여운 혼잣말을 쓸쓸히 되풀이하고 있다.

 

 

電撃と見紛うような
덴게키토 미마가우요오나
전격으로 착각할 것 같은

恐怖が血管の中に混ざる
쿄후가 켓칸노 나카니 마자루
공포가 혈관 속에 섞여

微粒子の濃い煙の向こうに
비류시가 코이 케무리노 무코오니
미립자가 짙은 연기 너머에

黒い鎖鎌がついてきている
쿠로이 쿠사리가마가 츠이테키테이루
검은 사슬낫이 따라오고 있어

消去しても x8
쇼코시테모 x8
소거해도 x8

無くならないの
나쿠나라나이노
사라지지 않아

 

인류는 온갖 만물과 우주를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 중 하나가 미립자임을 알아낼 정도로 진보하였지만

역설적으로도 그러한 과학적 발견을 통해 인류와 우주의 종말이라는 불가역적인 종착점마저 규명해버렸고

그 미립자 너머로 사신이라는 미신적 존재의 검은 사슬낫이 쫓아오는 듯한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とうに潰れていた喉
토우니 츠부레테이타 노도
진작에 망가져 있던 목구멍

叫んだ音は既に列を成さないで
사켄다 오토와 스데니 레츠오 나사나이데
외친 소리는 이미 줄짓지 못하고

安楽椅子の上
안라쿠이스노 우에
안락의자 위에서

腐りきった三日月が笑っている
쿠사리킷타 미카즈키가 와랏테이루
썩어 문드러진 초승달이 웃고 있어

もう
모오
이미

すぐそこまで x8
스구 소코마데 x8
바로 코앞까지

なにかが来ている
나니카가 키테이루
무언가가 다가와 있어

 

사유할 수 있는 의지가 있으나 그를 가능케할 힘이 없어 외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말로를 그린 SF 명저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외쳐아 한다'

해당 작품을 은유중인 가사는 화자의 절망적인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안락의자에서 화자를 비웃고 있는 '썩어 문드러진 초승달'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직유.

 

인류 문명의 탄생 이래 자신이 속한 우주가 죽어감도 모른채 스러져 흙이 된 온갖 생명은

이미 죽어 정신적으로 화자와 다른 계에 진입했지만, 화자는 그러한 운명이 되지도 못한 채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근대 인류는 우주의 죽음이라는 초월적인 상태를 상상하지 않았으며, 종교적으로 만물은 윤회한다는 생각을 갖곤 했다.

한편 아인슈타인과 같은 자는, 우주는 팽창하지 않는다는 정상우주론을 견지하며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현재 인류가 밝혀낸 결말은 그야말로 '모르는게 약'이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명을 누리다 죽어간 모든 존재가 화자를 조소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미 썩어 문드러진 초승달이 더 편한 운명일 수밖에...

 

 

大声で泣いた後
오오고에데 나이타 아토
크게 울음을 터트린 뒤

救いの旗に火を放つ人々と
스쿠이노 하타니 히오 하나츠 히토비토토
구원의 깃발에 불을 댕기는 사람들과

コレクションにキスをして
코레쿠숀니 키스오시테
콜렉션에 키스를 하고

甘んじて棺桶に籠る骸骨が
아만지테 칸오케니 코모루 가이코츠가
가진 것에 안주하고 관에 들어간 해골이

また
마타
다시

どうかしてる x8
도우카시테루 x8
제정신이 아니야

そう囁いた
소우 사사야이타
그렇게 중얼거렸어

 

화자의 주변에 있는 인간 군상은 다가올 종말에 울음을 터트리며

구원의 깃발을 불태우거나, 본인이 지닌 애장품에 키스를 하거나, 현재 상황을 받아들여 죽음을 택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한다.

 

그러나 그러한 환경에 근본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인간들은 지금 도래한 파천황적 시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며 중얼거린다.

 

 

未来永劫 誰もが
미라이에이고 다레모가
미래영겁, 누구나

救われる理想郷があったなら
스쿠와레루 리소쿄가 앗타나라
구원받을 수 있는 이상향이 있다면

そう口を揃えた大人たちが
소오 쿠치오 소로에타 오토나타치가
그리 입을 모은 어른들이

乗りこんだ舟は爆ぜた
노리콘다 후네와 하제타
올라탄 방주는 폭발하였고


黒い星が x8
쿠로이 호시가 x8
검은 별이 x8

彼らを見ている
카레라오 미테이루
그들을 보고 있어

 

 

미래 영겁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는 이상향은 현세를 초월한 사후세계, 즉 천국을 의미하며

신앙을 가진 어른들이 올라탄 방주는, 대홍수부터 인류와 동물 한 쌍씩을 구한 구약성경 속 노아의 방주를 뜻한다.

 

이 대목에서 과학(= 범우주적 종말이라는 운명)에 반하는 기독교적 키워드가 전면에 대두되며 반전을 주지만,

결국 방주가 폭파됨으로써 신앙을 통한 구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검은 별, 곧 블랙홀은 우리를 볼 수 없다.

애초에 본다는 행위는 대상에서 빛이 출발해 우리에게 도착한 뒤 빛이 돌아감으로써 이루어지는데,

블랙홀은 그곳에서 빛이 탈출할 수 없으므로 블랙홀이라 이름붙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블랙홀이 사람들을 보고 있다는 가사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화자의 상상 내지는 희망사항이다.

블랙홀이 인류를 바라본다는,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야만 물리법칙이 깨어지고, 인류와 화자의 종말이 멈추기 때문이다.

 

이를 범세계적 상황으로 해석한다면 인류와 지구의 위기겠지만,

자살 직전까지 몰린 공황상태와 같은 화자 본인의 위기 따위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哭いた閃光が目に刺さる
나이타 센코가 메니 사사루
통곡하는 섬광이 눈을 찔러와

お別れの鐘が鳴る
오와카레노 카네가 나루
작별을 고하는 종이 울리고

神が成した歴史の
카미가 나시타 레키시노
신이 이룩한 역사를

結ぶ答えは砂の味がする
무스부 코타에와 스나노 아지가 스루
맺는 대답은 모래의 맛이 나

 

 

구약의 창세기에서 '태초에 빛이 있으라'라고 하자 우주가 창조된 것과는 반대로,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적으로는 엔트로피의 증가로 별이 폭발하며 섬광을 내뿜고, 암흑천지와 같은 우주가 도래하게 된다.

 

기독교의 신이 이룩한 역사를 맺는 대답에서도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모세의 출애굽과 예수가 겪은 광야의 유혹으로 대표되는 - 고난을 상징하는 - 사막 모래의 맛이 난다고 한다.

 

결국 인류는 신앙을 통한 구원을 얻지 못하였고, 과학을 끝없이 연구한 끝에 얻어낸 해답은 종말이라는 고난이었다.

 

死んだ変数で繰り返す
신다 헨스데 쿠리카에스
죽은 변수로 되풀이 하는

数え事が孕んだ熱
카조에고토가 하란다 네츠
헤아릴 것이 품은 열

誰かの澄んだ瞳の
다레카노 슨다 히토미노
누군가의 맑은 눈망울과

色をした星に問いかけている
이로오시타 호시니 토이카케테이루
닮은 색깔을 띤 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

자신을 포함한 온 우주가 죽어가는 이 시점에서, 어느 별과 닮은 누군가의 맑은 눈망울의 색이

 

지구처럼 희망차고 짙푸른 색깔일지

적색거성처럼 붉게 충혈된 색깔일지

어쩌면 미래를 보길 거부하고 블랙홀처럼 굳게 닫힌 새카만 색깔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화자는 본인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본인이 처한 운명은 어떠한 것인지, 그 별에게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拾いきれなくなる悲しみは
히로이키레나쿠나루 카나시미와
주워 담을 수 없이 치미는 슬픔은

やがて流れ落ち塩になる
야가테 나가레오치 시오니 나루
이윽고 흘러 떨어져 소금이 되어

祈り
이노리
기도

苦しみ
쿠루시미
고통

同情
도-죠-
동정

憐れみにさえ
아와레미니사에
연민에조차도

じきに値がつく
지키니 네가 츠쿠
곧바로 값어치가 붙어


이마
지금

背を向けても x8
세오 무케테모 x8
등을 돌려도

鮮明に聞こえる悲鳴が
센메이니 키코에루 히메이가
선명히 들리는 비명이

 

 

사무치는 슬픔은 눈물로 전환되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이윽고 소금이 된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였던 예수의 산상수훈처럼,

인간은 기술을 통해 부패를 막고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을 만들 수 있는 유능하고 박식한 존재지만

 

봉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salary의 어원이 소금이듯이,

기도와 연민과 고통과 동정 같은 감정과 행위에조차도 곧장 값어치를 붙이고 그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아주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소금이 되기를 거부하고 소금을 만들어내는 인간은, 선악과를 먹고 원죄를 범한 인류는, 끝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피로 얼룩진 역사를 써내려왔다.

 

幸福を手放なす手こそ
코후쿠오 테바나스 테코소
행복을 저버리는 손이야말로

美学であると諭す魚が
비가쿠데아루토 하나스 사카나가
미학이라고 설교하는 물고기가

自意識の海を泳ぐ
지이시키노 우미오 오요구
자의식의 바다를 유영해

垂れ流した血の匂いが立ちこめる
타레나가시타 치노 니오이가 타치코메루
방류된 피비린내가 가득 차올랐어

黒い星が x8
쿠로이 호시가 x8
검은 별이

私を見ている
와타시오 미테이루
나를 보고 있어

 

항구에 가면 흔히 볼수있는 아가미만 잘린채 무더기로 쌓여있는 잡어의 피비린내

행복을 저버리는 주체적인 손이야말로 아름다움이라니, 말 그대로 화자에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항복하라는 물고기의 조소처럼 보인다.

 

내게 조소를 날리는 죽어가는 물고기 (환각 또는 상상이겠지만) 의 피비린내를 맡다 문득 그 모습이 스스로의 상태와 겹쳐보이며, 자의식의 바다에 매몰되는 화자의 모습이 이어진다.

 

 

 

어쩌면 이 부분 또한 기독교적 모티프를 끌어다온 대목일 수도 있다.

예수가 행한 대표적인 기적인 오병이어의 기적, 그때문에 물고기는 기독교에서 '기적'의 상징으로 쓰이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적'조차도 피를 흘리며 인류에게 조소를 날리고 있어, 구원이 없음을 천명하고 있다.

 

 

'자의식의 바다' 또한 주목해야 할 키워드다.

 

인류의 미래를 상상한 SF 소설에서, 인류가 자아와 육신을 분리시켜 정신적인 통합을 이룬다는 상황이 다뤄지곤 한다.

육체를 초월해 한없는 자의식의 바다를 유영하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현인류의 미래는, 아마도 '열이상' 속 화자에겐 이루어지지 않은 피비린내나는 상상이 아닐까.

 

 

泣いた細胞が海に戻る
나이타 사이보가 우미니 모도루
울음을 터트린 세포가 바다로 회귀해

世迷言がへばりつく
요마이고토가 헤바리츠쿠
넋두리가 바싹 달라붙고

燕が描いた軌跡を
츠바메가 에가이타 키세키오
제비가 그린 궤적을

なぞるように灰色の曇が来ている
나조루요오니 하이이로노 쿠모가 키테이루
따라 그리는 듯이 잿빛 구름이 다가와 있어

編んだ名誉で明日を乞う
안다 메이요데 아스오 코우
엮어낸 명예로 다음날을 구걸하는

希望で手が汚れてる
키보오데 테가 요고레테루
희망으로 손이 더럽혀진

あなたの澄んだ瞳の
아나타노 슨다 히토미노
그대의 맑은 눈망울과

色をした星に問いかけている
이로오시타 호시니 토이카케테이루
닮은 색깔을 띈 별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

 

바다에서 울음을 터트린 생명은 진화론을 통해 과학적으로 논증된 '생명이 탄생한 바다'를 뜻하며

제비가 그린 궤적은 일본 민속에서 생명 잉태와 출산을 돕는 키워드로 쓰이는 '제비의 자안패 燕の子安貝'를 뜻한다.

 

어떠한 개인이 과학과 진화론을 신봉하든, 신앙과 창조론을 신봉하든, 생명의 탄생은 틀림없이 이루어졌으나

'넋두리'와 '잿빛 구름'이 암시하듯, 과학과 신앙은 인간을 저버렸고, 어떤 형태로든 그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을 구걸하는 누군가의 희망은 이미 오염되어 버렸다.

 

 

手を取り合い
테오 토리아이
손을 맞잡고

愛し合えたら
아이시아에타라
서로 사랑했다면

ついに叶わなかった夢を殺す
츠이니 카나와나캇타 유메오 코로스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을 죽여

思考の成れ果て
시코노 나레스테
사고의 슬픈 말로

その中枢には熱異常が起こっている
소노 츄-스-니와 네츠이죠가 오콧테이루
그 중추에선 열이상이 일어나고 이어

現実じゃない こんなの x4
겐지츠쟈나이 콘나노 x4
현실이 아니야 이런건 x4

耐えられないの
타에라레나이노
견딜 수 없다고

 

 

악곡의 2분 45초부터 3분 6초 경까지, PV 속의 붉은색을 제외한 색은 점점 그 빛을 잃어가며 적색으로 편이하다, 어느 순간 다시 색을 되찾는다.

 

 

 

천체를 관측할때 그 천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면

도플러 효과에 따라 적색 방향으로 빛의 파장이 늘어나 치우치게 된다. 이를 적색 편이라고 한다.

 

세상에 적색편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우주가 열적 평형을 향해(엔트로피의 최대화를 위해) 팽창에 나아감을 방증한다.

그것이 돌아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리법칙에 위배된다. 그리고 PV 속 소녀는 끝없이 적색 편이 중이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기나긴 시간 뒤 우주가 검은 별로 가득차게 되어 멸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다.

그러한 상황에 처한 화자는 발버둥을 치면서도, 자신의 모든 발버둥이 허사가 될 것을 이해하고 있다. 신앙에 매달린 어른들 또한 그렇게 되었다.

 

제목인 열이상은, 그런 의미에선 화자의 희망사항이인 동시에, 화자의 머릿속 집적회로 = 중추신경계의 열이상을 중의적으로 뜻한다.

열이상을 부른 화자, MV 속의 소녀 아다치 레이는 실존하는 로봇이다.

아마도 인간이 절멸한 세상, 이제 곧 자신도 스러질 상황을 관측중인 외로운 로봇...

 

열이상이라는 초현실적인 개념이 없으면 열역학 제2법칙은 불변하나, 말그대로 열적 상태가 반전되는 이상이 일어난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물리학적 열이상을 꿈꾸는 로봇의 열이상... 이상을 꿈꾸는 이상..

 

 

 

어쩄든 물리법칙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해결하기 위한

레이가 지닌 유일한 도구는 오직 초월적 존재를 향한 '신앙'뿐이다.

그때문에 이요와는 과학적-종교적 모티프를 잔뜩 끌어와 이 노래를 써내려간 것이다.

 

 

 

드넓은 우주의 초라한 미물에 불과한 개인이, 종말이라는 어쩔 수 없는 결말에 저항하려 한다는 음산한 분위기의 스토리가

이요와 특유의 휘몰아치는 멜로디와 어우러져 열이상이라는 명곡을 낳은 것 같다.

 

죽은 변수를 끝없이 재계산해 미래를 만든다는 소녀의 정처 없는 혼잣말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빅뱅 이전의 우주가 어땠는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빅 프리즈 이후의 우주도 어떠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가지한 미래와 불가역적인 운명이라는 소재는 이토록 매력적이다. 불가역조차도 불가지의 영역에 속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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