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1 ~ 2023.02.04

 

코로나 사태가 어느정도 수습된 뒤 간만에 하늘길이 열리고,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급물살을 탔다.

 

도쿄에 사는 친구 두명, 한국 사는 친구 두명, 그리고 나까지 다섯명이 의기투합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원래 오사카 여행을 가려다가 칸사이 여행이 슬슬 지겨워져서(다른 친구들도 많이 가보았고)

내가 총대를 메고 일정을 짜 비교적 마이너한 여행지인 시코쿠 카가와현 타카마츠를 가기로 했다.

 

카가와는 우동이 너무도 유명해 '우동현'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우동현, 카가와현으로 향하는 버스

우메다에서 8시반쯤 출발해 12시쯤 도착했다.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은 10시반 착륙, 하네다에서 오는 친구들은 13시쯤 착륙 예정이었다.

 

플랫폼 바로 뒤에 성벽과 해자가 있는 타카마츠 칫코역

언제 봐도 특이한 구조인 타카마츠칫코역에서 열차를 타고 카와라마치로

 

와타야 타카마츠점(麺処 綿谷 高松店)의 소고기 우동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합류해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바로 점심식사.

우동으로 유명한 타카마츠답게, 타베로그 3.5 이상 맛집들이 즐비했다. 정말 어딜 가도 맛있다.

 

리츠린 공원 입구

밥을 먹고 도쿄에서 온 친구들과 합류해, 14시경 타카마츠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 포인트인 리츠린 공원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가봤는데, 아무래도 2월이다보니 꽃이 없어 살짝 아쉬웠다.

 

리츠린 공원은 에도 시대에 조성된 정원으로, 메이지 시대에 일반에 개방되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동성인 남자 친구들끼리 돌아가니기엔 조금 심심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정원이 정말 이쁘게 꾸며져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공사중인 다리

다리가 아프면 벤치에 앉아 쉬어가고,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은 흡연장소에서 흡연해가며 유유자적..

폐원시간인 5시 30분이 다 되도록 수다를 떨면서 슬슬 돌아다녔다.

 

첫 저녁식사는 카가와의 명물요리인 호네츠키도리(骨付鳥)

호네츠키도리는 소금과 후추와 마늘로 맛을 낸 닭다리살을 구운 짭짤한 요리인데, 술을 부르는 맛이다.

처음 호네츠키도리를 개발한 잇가쿠(一鶴)라는 가게로 갔는데, 저녁 오픈 직후인데도 40분 웨이팅이 있었다.

 

호네츠키도리

정말 짜기 때문에 흑맥주, 장국, 양배추, 주먹밥 등으로 중화해가며 먹는데 젓가락이 멈출 생각을 안 한다.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서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사 호텔로 가 남은 회포를 풀었다

호텔 내부 사진을 찍어놓은게 없는데, 6인실이라 엄청 넓고 쾌적했다. 거의 파티룸 느낌이었다.

 

메리켄야 타카마츠역앞점 (めりけんや 高松駅前店)

다음날 2일차 아침, 타카마츠항 앞의 새벽부터 운영하는 우동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쇼도시마(小豆島)로.

 

쇼도시마로 향하는 올리브 라인 페리

전날 호텔에서 과음을 해서 비몽사몽한 채로 올라탔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편수와 행선지가 줄어든 타카마츠의 페리

 

https://chohot-touhou.tistory.com/468

 

세토내해 4박5일 자전거여행 사진들 (1)

2017.09.18 ~ 2017.09.22 객기로 다녀온 550km 4박5일 주파기 1일차 토요나카 → 고베→ 아카시 → 히메지 → 타이시 2일차 타이시 → 아코 → 오카야마 → 우노 → 타카마츠 3일차 타카마츠 → 콘피라 →

chohot-touhou.tistory.com

 

6년전 타카마츠 여행때는 오카야마 우노항에서 타카마츠를 직접 잇는 우코 연락선이 있었는데

그새 승객 감소로 폐지되고 말아서 아쉬웠다.

 

어쨌든 타카마츠에서 쇼도시마로

평일인데도 꽤 관광객 수요가 있어보였다.

 

깔끔한 페리 내부
멀어져가는 타카마츠 시내

쇼도시마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 회사와 연락해 차를 빌렸다.

나는 장롱면허라 차를 제대로 못 모는데, 운전병 출신 친구가 있어서 떠넘겼다 ㅋㅋ

 

5인승 경차 8시간 렌터비(보험포함) 9,350엔

쇼도시마는 섬이라 교통이 불편한데, 매일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투어가 있지만 가격이 좀 세고 자유도가 떨어져서 렌터카를 택했다.

 

산을 올라 달려 도착한 쵸시케이 자연동물원 원숭이 나라 (銚子渓自然動物園 お猿の国)

 

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원숭이 가족들이 보인다.

 

내부는 작은 동물원처럼 조성되어 있는데, 야생 일본원숭이들이 게임 속 몬스터마냥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직원에게 100엔에 콩을 구입해서 나눠줄 수 있는데,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들은 마구 달라붙어서 먹이를 달고 조른다.

 

공작새와 함께 있는 원숭이들

 

쇼도시마에는 공작새가 모여사는 공작원도 있었는데, 10여년 전에 경영난으로 폐원헀다고 한다.

그때 보내진 공작새가 원숭이와 함께 산다고.

 

쵸시케이 전망대 방면으로 올라가는 산길

신사를 지키는 수호신같은 원숭이

 

경내의 원숭이들
원숭이와 교감(?)하는 친구들

인공적으로 조성된 동물원 근처보다 능선 위 전망대쪽에 더 원숭이가 많았는데,

산길을 다 올라 원숭이 무리가 보였던 순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했다.

 

사람이 오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제 할 일 하는 원숭이들

 

이쪽 원숭이들이 보다 순해서 먹이를 주며 함께 놀았다.

 

오카야마 방면
시코쿠 방면, 쇼도시마의 시가지가 보인다.

세토내해 일대가 조망 가능한 쵸시케이 정상

 

 

전망도 좋고 원숭이도 많은 이색적인 공간이라 진짜진짜 맘에 들었다.

버스투어에선 여기에 40분밖에 체류 안 하던데, 정상과 동물원이 꽤 떨어져있어서 버스투어 이용시 정상까지 가긴 힘들듯하다.

1시간 넘게 체류해도 끊임없이 즐거운 곳인데..

 

조그만 갓난아기 원숭이를 업고 지나가는 원숭이

이런 개체는 자극하면 위험하니 멀찍이서 바라봤다.

 

한가지 팁으로, 동물원 내부의 원숭이 무리는 정말 미친듯이 달라붙으니 물티슈를 챙겨가는걸 추천한다.

원숭이 손에 묻어있던 진흙 탓에 옷에 흙이 묻어서 무조건 더러워진다..

 

 

나라공원의 깡패같은 사슴들과 다르게 똘똘해서 손을 펼쳐 먹이가 없다는걸 보여주면 물러나긴 하는데, 물량 앞에 장사 없다.

 

다시 렌터카를 타고 달려 도착한 쇼도시마 올리브 공원, 올리브 가든.

 

쇼도시마는 풍토가 온난하고 비가 적게 내리며, 지중해와 기후가 닮아있어 올리브 재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일본 국내 올리브 생산량의 97%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공원 내 레스토랑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정원과 바다가 있어 이쁘다

 

여기서 쇼도시마의 또하나의 명물인 소멘에 올리브와 튀김을 곁들어 먹을 수 있는데,

1000엔이라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퀄리티였다. 올리브의 풍미가 이렇게나 깊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밥을 먹고 나와 찬찬히 공원을 산책한다.

올리브는 지중해에서 자주 먹다보니, 그리스 풍으로 꾸며진 건물들이 곧잘 보였다.

 

내부에는 자그마한 신사도
낮은 키 올리브 관목들

올리브 관목들이 많이 심어져있었는데, 확실히 그 특유의 냄새가 나서 신기했다.

 

공원 상부에서 바라본 바다와 전경

공원에는 휴게소와 비슷하게 기념품을 판매하는 미치노에키라는 시설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공사중이라 둘러볼 수 없었다.

 

다시 렌터카를 타고 섬 서부로

 

신사 경내에서 보이는 바다

다음 목적지인 엔젤로드는 물때를 맞춰 가야했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들렀던 카시마 아키라 신사(鹿島明神社)

 

이 신사는 애니메이션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에 등장해서 엄청 유명해졌다고 한다.

당초 목적지에도 없었던 성지순례 달성!

 

쇼도시마는 타카기양과 관련한 여행 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었다.

애니를 안 보고 갔는데도 조용하고 소박한 신사가 쉬어가기 좋았다.

 

참배한 사람들이 에마와 종이에 그려둔 타카기 캐릭터들

외국인 방문객이 걸어둔 에마도 많았는데, 관광객수 증진 효과가 엄청날듯하다.

 

신사에서 3분거리에 있던 엔젤로드

썰물 때만 드러나는 기나긴 모래톱인데, 연인의 성지로 유명하다.

 

날씨가 살짝 흐렸지만 더할 나위 없는 이쁜 경치

 

엔젤로드 끝자락에서 바라본 출발지점

바다도 엄청 맑고, 주변에 해수욕장도 조성되어 있어서 여름에 오면 더더욱 좋을듯하다.

 

렌터카 반납 시간이 다가와 다시 항구로

 

타카마츠로 돌아갈 때 탑승한 페리는 곳곳에 타카기양 랩핑이 되어있었다.

이쯤되면 쇼도시마 거주민들은 전부 다 이 만화를 알고 있을듯.

 

어느덧 밤이 되어서, 전날 미리 예약해둔 해산물 코스요리를 먹으러 왔다.

식당 이름은 어시장 코마츠 (魚市場小松). 

 

전채, 꼬치고기 타타키

 

도미와 대방어 스시

 

된장에 재운 삼치 구이

 

방어 조림(あら煮)

나는 진짜 조림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줄 몰랐다..

 

굴과 각종 선어들 튀김

 

마지막으로 나온 쟈코메시(멸치밥)와 장국

 

7가지 요리와 2시간 노미호다이 세트가 인당 5,600엔이었다.

일본 거주민이 셋이라 전국여행지원 쿠폰을 받아 비교적 저렴하게 코스를 즐겼다.

 

식당을 나올때 찍은 내부 사진. 우리는 2층 독실로 안내받았다. 열심히 마시다보니 영업 종료 시간이었다.

맛있는 안주에 사케가 쭉쭉 들어갔다. 이후 호텔에 들어가 피곤함에 뻗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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